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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Sep 25. 2020

마지막 퍼즐을 놓기까지는 모른다

문구점이나 마트의 장난감코너에 가면 종이박스에 자잘한 조각들이 담겨 있는 퍼즐게임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의 두뇌계발을 위해서도 괜찮고, 심심할 적에 시간을 달래는 용으로도 좋고, 정성을 들여 멋드러진 작품 하나 만들어 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퍼즐의 종류도 다양하여 유치원생들을 위한 몇 조각의 큰 퍼즐도 있고, 경치 좋은 사진이나 유명 화가의 그림으로 만든 복잡하고 자잘한 크기의 수천 조각 퍼즐도 있다. 

무턱대고 자신감 있게 허풍을 치면서 그 수천 개짜리의 퍼즐을 골랐다가는 한 달 넘게 집안이 퍼즐 조각으로 어지럽혀질 수도 있다. 

그러니 퍼즐 조각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저울질하며 수준과 목적에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퍼즐을 고르는 모습만 보더라도 그 사람의 수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집에 와서 포장을 뜯으면 한 뭉치의 퍼즐조각들이 쏟아진다. 

일단 배를 깔고 뒤집어진 녀석들부터 똑바로 눕힌다. 

그리고는 같은 색깔과 무늬를 지닌 퍼즐들을 한쪽으로 모으고 또 다른 색깔과 무늬의 퍼즐들을 다른 쪽으로 모은다. 

그렇게 대충 한 줌의 무리를 이룬 것들 중에서 유독 비슷한 모양과 색깔을 가진 퍼즐들이 여러 개가 눈에 띈다면 그 퍼즐은 좀 복잡하니 맞추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비슷한 모양과 색을 지녔더라도 그 녀석들을 자세히 보면 분명 서로 차이가 난다. 

퍼즐 맞추기에서 가장 쉬운 퍼즐은 첫 번째 놓는 퍼즐이다. 

위아래 좌우의 모서리에 들어갈 ‘ㄱ’ 자 퍼즐 4개를 찾아서 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그 옆으로 그림의 테두리를 이루는 한 면이 직선으로 잘린 퍼즐들을 연결한다.




제 아무리 많은 숫자의 퍼즐이라도 처음에는 쉽게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곧 막막한 상황이 펼쳐진다. 

네 면의 테두리들을 다 연결하고 나면 그 안쪽으로 그림의 중앙 부분으로 퍼즐을 맞춰나가야 하는데 그럴 때가 되면 점점 난이도가 높아진다. 

색깔도 모양도 비슷한 퍼즐들이 마구마구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이것이다 하고 집었는데 가져다 놓으니 조금 삐딱한 것 같아 보일 때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한참 후에 보면 그 자리에 맞는 퍼즐이 다른 데 있었다. 


그렇게 한 조각 한 조각 놓다보면 차츰차츰 전체의 그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마지막 여남은 조각 퍼즐이 남으면 그때는 그야말로 초고속으로 작업이 척척 진행된다. 

그리고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 남으면 괜한 흥분이 몰려온다. “다 했다!”




우리 인생도 꼭 퍼즐 맞추기를 하는 것 같다. 

우리는 매일 매일 ‘오늘 하루’라는 시간의 퍼즐을 손에 쥔다. 

어린 시절에는 퍼즐 조각이 잘 맞춰지는 것 같다. 차곡차곡 별 탈 없이 잘도 살아간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인생의 퍼즐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 모르는 순간이 온다. 


때로는 엉뚱한 곳에 놓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보잘 것 없고 쓸모없는 조각 같기도 하다. 

이것 하나쯤 없어도 전체적인 그림에 큰 지장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긴긴 인생에서 하루쯤 빠진다고 해서 뭐 티가 나겠나? 


그러나 퍼즐 조각을 맞춰 본 사람은 안다. 

한 조각이라도 잃어버리면 그 퍼즐 맞추기는 전체가 꽝이다. 

시간을 잡아먹더라도, 시행착오를 하더라도 이 조각 저 조각 모든 조각을 놓아야 한다. 

그렇게 우리의 조각들을 퍼즐판에 다 놓으면 ‘인생’이라는 대작을 완성하는 것이다.


마지막 퍼즐을 놓기 전까지는 우리가 어떤 작품을 만들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 마지막 퍼즐을 놓기까지 묵묵히 오늘 하루라는 퍼즐을 맞춰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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