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부터 나이 마흔에 이를 때까지 내 몸무게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65킬로그램 언저리에 있었다.
키는 173센티미터이고 허리둘레는 28인치였다.
키가 조금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많이 했지만 몸무게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다.
나는 살이 찌지 않는 체형인 줄 알았다.
그러던 내 몸무게가 67킬로그램쯤 되고 허리둘레가 30인치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래도 배에 힘을 좀 주면 여전히 28인치의 옷을 입을 수 있었다.
셔츠를 구입할 때는 100사이즈를 골랐다.
내 연령대에서는 대한민국 평균 체형이라고 자신만만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몸무게가 조금씩 늘어나더니만 이제는 80킬로그램을 위협하고 있다.
얼마 전 내 건강을 체크해주는 의사 선생님이 예전의 차트를 꺼내 들고서는 나에게 살이 많이 쪘다며 대놓고 뭐라고 할 정도가 되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속으로 ‘자기도 많이 쪘으면서...’하고 구시렁거렸다.
어쨌든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은 나도 하고 있는데 그게 생각한 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아마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살 빼는 일과 아기 보는 일이 아닐까 싶다.
하나님이 남자에게 아기 낳는 일을 맡기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남자들이 아기를 보다가는 큰일 날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살 빼는 일은 될 것 같은데 되지 않는다.
아침을 거르기도 하고 점심을 줄이기도 하고 저녁을 어떻게 조절해보기도 하는데 그게 며칠 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점심과 저녁식사를 밖에 해결할 때가 많은 나로서는 식단 조절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내는 나에게 밤에 먹지 말라고 하는데 내가 밤에 먹는 것이라곤 그야말로 아주 쪼끔의 간식 정도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최근에 배가 볼록하게 부풀어 나와서는 전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와이셔츠도 한 치수 높였고 허리둘레도 32인치가 되었다.
참 고민이 된다.
먹고 싶지 않아도 먹게 되는 것이 나이이고 찌고 싶지 않은데도 찌게 되는 게 뱃살이다.
도대체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오늘도 저녁식사는 집에서 간단하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일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동료들과 배달을 시켜서 먹었다.
김치찌개 1인분에 계란말이와 구운 햄이 곁다리로 나왔다.
배달 음식 1인분이면 둘이 먹고도 충분한 양인데 배달음식의 특성상 각자가 자신에게 할당된 음식을 다 먹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없기 때문에 꾸역꾸역 뱃속으로 집어넣어야 한다.
그거 조금 먹었을 뿐인데 배가 빵빵해졌다.
예전에는 찌고 싶어도 찌지 않던 살이었는데 요즘은 숨만 쉬어도 찌는 것 같다.
1킬로그램의 살을 빼는 것은 정말 엄청난 땀을 흘려야 가능한데 1킬로그램의 살을 찌우는 것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피트니스 센터의 조교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다.
영화 <박하사탕>에서 배우 설경구가 달려오는 기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철로 위에서 “나 돌아갈래!”를 외쳤는데 결국 돌아가지 못했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돌아갈 수 있는지 그 길을 잊어버렸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일정에 따라서 몸무게를 줄였다가 늘이곤 하는데 나는 아직 그런 재주가 없다.
그래서 작심하고 나 스스로 내 생활을 조절하면서 서서히 몸무게를 줄여나가야 한다.
말은 쉬운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년에 책 200권을 읽는 것보다 몸무게 2킬로그램을 빼는 게 더 어려운 일로 나에게 다가온다.
그래서 비포와 애프터를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존경스럽다.
나에게는 그 옛날 소크라테스나 공자보다 몸무게를 줄인 사람들이 더 위대해 보인다.
실패할 게 뻔한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고 도전하여 목표를 달성한 모든 이들에게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