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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an 18. 2023

생각이 많으면 생각의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뭘 해야 할지 결정을 못 내릴 때가 있다.

결정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쪽을 선택하면 그 선택의 끝에 무슨 일이 있을까 생각해 보고 저쪽을 선택하면 또 그 끝이 어떻게 이어질지 생각해 본다.

혼자 마음속으로 별의별 소설을 쓴다.

내가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확률이 더 높은데도 나는 그렇게 하릴없이 생각의 바닷속을 헤맨다.

그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동안에 시간이 후딱 흘러간다.

한 시간이 가고 두 시간이 가도록 멍하니 생각만 하면서 앉아 있기도 한다.

오래전에 어느 강의에서 내 후배가 강사에게 계속 질문을 했다.

후배는 “근데요...”라고 하면서 질문을 시작했다.

하도 질문을 많이 하니까 강사가 좀 짜증이 났었던 것 같다.

후배가 다시 “근데요..”라고 말을 하자, 그 강사는 “자네는 근대국이나 먼저 먹고 오게.”라고 한마디를 했다. 그 순간 강의실에 폭소가 터졌다.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이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생각의 힘이다.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살게 되었다.

생각의 힘으로 자신보다 덩치가 크고 더 힘이 센 동물들도 물리칠 수 있었다.

생각의 발전으로 위대한 문명과 문화를 일구어낼 수 있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문화유산들을 들여다보면 그 시절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걸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가 많다.

생각의 힘이었다.

어떻게 하면 더 낫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크고 튼튼하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모여서 위대한 건축물을 만들고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우리 안에는 이렇게 생각하면 더 나아진다고 하는 유전적인 지식이 있다.

그래서 “생각 좀 해라!”라는 말을 쉽게 내뱉는다.     




그런데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는 말이 있듯이 때로는 많은 생각이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종종 똑똑하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서 어처구니없게도 아주 쉬운 일을 망쳐버리는 경우가 있다.

왜 그랬냐고 물어보면 생각이 많았다는 답변만 늘어놓는다.

자기 딴에도 부끄러운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인데 꾀를 내다가 자기 꾀에 자기가 걸려든 것이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생각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역사 속의 군왕들은 늘 자기 옆에 생각을 깊이 하는 사람을 두었다.

자기가 생각한 것보다 더 좋은 전략과 전술을 생각해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제갈공명과 같은 모사를 얻게 되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쁨을 누렸다.

세 번씩이나 찾아가서 절을 하면서라도 모셔오려고 했다.

하지만 참모의 깊은 생각 때문에 전쟁에 패하고 나라가 망하기도 했다.




14세기에 프랑스의 프란체스코 수도회에 오컴 윌리엄이라는 수도사가 있었다.

중세 스토아철학을 전기, 중기, 후기의 셋으로 나눌 때, 전기는 안셀무스, 중기는 아퀴나스, 후기는 오컴을 대표 인물로 꼽는다.

오컴이 얼마나 똑똑했는지 그 시대의 사람들은 그의 지혜를 이해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교황조차도 그를 오해하여 파문하였었다.

그런 일들을 겪어서인지 오캄은 진리는 단순하다는 말을 했다.

진리를 추구하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들로 이런 가설, 저런 가설을 만들게 되는데 그때 가장 단순한 가설이 진리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래서 복잡한 생각들을 생각의 면도날로 가지치기하라고 했다.

이것이 ‘오컴의 면도날(Ockham’s Razor)’이라는 이론이다.

복잡한 생각 속에 빠져서 허우적거리지 말고 생각의 면도날로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나씩 잘라버리자.

그러다 보면 찬란히 빛나는 진리의 빛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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