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어른들께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세배를 드리면 한마디 말씀을 하시면서 세뱃돈을 건네주셨다.
말 속에 뼈가 있다고 했는데 어른들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는 그분들의 진심이 어린 바람이었다.
“올해는 너도 하는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은 지금까지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내가 하는 일이 잘 안 풀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나를 측은히 여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뭐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 있으면 어떻게든지 도와주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나에게 애정어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단순한 한마디의 말이 아니다.
나를 아끼는 마음이 어려 있는 말이다.
나를 축복하는 말이다.
진심으로 내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묻어 있는 말이다.
그래서 덕담(德談)이라고 한다.
설날 아침에 나도 세 마디의 덕담을 주고 싶다.
새해에는 아픔을 잘 견뎌냈으면 좋겠다.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어른들이 그런다.
“내 나이쯤 되면 몸 구석구석에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
어른들만 아픈 것이 아니다.
젊은 사람도 아프고 어린 사람도 아프다.
지구상에 발견된 질병 중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가능한 질병은 고작 20% 정도밖에 안 된다는 말을 어디에선가 들은 적이 있다.
치료가 가능한 질병도 고치는 과정에 많은 아픔이 따라온다.
몸도 아프지만 마음도 많이 아픈다.
질병 때문에만 아픈 게 아니다.
질병보다 더 아픈 것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아픔이다.
나랑 마음이 안 맞는 사람과 같은 하늘 아래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아픔이다.
그것보다 더 아픈 것도 있는데 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괴로운 아픔이다.
아픔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은데 그런 곳은 없다.
새해에도 여러 가지 아픔이 찾아오겠지만 그 아픔들을 잘 견뎌내었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하는 일에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다.
일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누구는 놀고먹는다고 하는데 놀고먹는 것처럼 보이는 그 사람도 부지런히 일하고 있는 중이다.
단지 내가 그 일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정말로 놀고먹는 일이 있을까?
어릿광대들은 맨날 놀기만 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런데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굉장한 일이다.
갓난아기는 일 안 하니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갓난아기도 몸 한 번 뒤집으려고 수천 번 발버둥을 친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두 눈을 감을 때까지 부지런히 일을 한다.
내가 하는 일이 시시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
모든 일은 다 중요한 일이고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다.
새해에는 세상 80억 명 중의 한 명이 해야만 하는 그 특별한 일을 지금 내가 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일에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땀 흘린 만큼 소득을 얻었으면 좋겠다.
한 달 일해서 한 달 월급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
제때 받지 못했던 사람들은 안다.
일한 만큼 보상을 얻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열심히 일했는데 내가 흘린 땀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때가 있다.
그때는 무엇인가 도둑맞은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시간을 도둑맞고, 노력을 도둑맞고, 인생을 도둑맞은 것 같아 너무나 억울하다.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딱 내가 일한 만큼의 보상을 받고 싶은 게 우리의 심정이다.
수고했으면 수고했다는 말을 듣고 싶고, 고생했으면 고생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
100만 원어치의 일을 했으면 100만 원을 받고 1,000만 원어치의 일을 했으면 1,000만 원을 받는 게 정당한 것이다.
땀의 대가를 받고 싶은 게 우리의 마음이다.
새해에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흘린 땀의 대가를 꼭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