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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an 25. 2023

프라다 프리미엄(Prada premium) 현상

김경일 교수의 <타인의 마음>이라는 책에 프라다 프리미엄(Prada premium)이라는 용어가 소개되었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심리학과의 크리스토퍼 시(Christopher Hsee) 교수가 주창한 말이다.

크리스토퍼 시 교수는 사람들의 성향을 반영하는 한 현상으로 제시한 말이다.

유명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 제품을 들고 다니면 사람들이 자신을 더 멋있게 보고, 자신을 더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경제적인 형편은 생각하지 않고 일단 프라다 제품을 구입해서 들고 다닌다는 것이다.

이런 심리는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일단 비싼 자동차를 장만한다.

자동차를 보면 사람들이 자신을 굉장한 사업가라고 여길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명품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곧 자신을 굉장한 존재로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크리스토퍼 시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애초부터 부잣집에서 태어나 돈이 많은 사람이거나 아니면 자신보다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이 프라다 제품을 들고 다니면 그러려니 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저 사람은 돈이 많으니까, 월급이 많으니까 프라다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가 보기에도 경제적 수준이 고만고만한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명품 브랜드를 들고 나타나면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수준도 안 되면서 값비싼 제품을 구매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명품 브랜드를 들고 온 사람은 사람들의 눈치를 알아채지 못한다.

오히려 그 명품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부러워하게 될 것이라고 여긴다.

자신은 원래부터 이런 명품 브랜드를 들고 다닐 수준이었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다.




왜 이렇게 다른 사람이 보는 나의 모습과 내가 보는 나의 모습이 다른 것일까? 

그것은 인간에게는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능력이나 재능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은 출생부터가 남달랐다는 말을 듣기 좋아하는 것이다.

위인전을 읽어 보면 위인들은 어렸을 적에도 범상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들께 여쭤보면 아이를 임신했을 때 굉장한 꿈을 꿨다고 한다.

아버지들께 여쭤보면 자신의 조상들은 대단한 분들이었다고 한다.

위대한 장군도 있고 명 재상도 있고 심지어는 왕가의 후손이라고 자랑한다.

이런 것들은 모두 다 그 사람을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여기게 만든다.

자신은 온몸을 프라다 제품으로 감싼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특별한 존재라고 여기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에게는 프라다 정도의 제품이 있어야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프라다 제품으로 치장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값비싼 프라다 제품을 구입해서 들고 다니는데 정작 주위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처음 한두 번은 ‘와 프라다 제품이네’하면서 쳐다보지만 그 이후로는 거기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가끔 신문에서 유명 재벌 가문의 사람들이 무슨 옷을 입었네, 무슨 자동차를 탔네 등의 기사를 싣는데 사람들은 거기에 관심이 거의 없다.

남이 비싼 옷을 입든 좋은 차를 타든 나에게는 그게 아무런 관심거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재벌에 대해서도 이런데 평범한 사람이 명품으로 치장을 하면 그 사람을 좋아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사람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질 수 있다.

나아가 그 사람을 위선적인 인간으로 사기꾼으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

크리스토퍼 시 교수의 연구 결과는 이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명품으로 외면을 치장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노력과 비용으로 오히려 내면을 잘 치장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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