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국을 크게 9개의 도로 나눴다.
강원도, 경기도, 충청남북도, 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 제주도이다.
경기도는 수도 서울을 둘러싼 경계가 되는 지역이고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수한 지역이다.
그 외 7개의 도는 그 지역의 큰 도시 2곳의 이름을 따와서 만들었다.
강릉과 원주라는 도시로 대표되는 강원도, 충주와 청주가 있는 충청도, 전주와 나주를 대표로 하는 전라도, 경주와 상주를 큰 도시로 삼은 경상도이다.
조선시대에도 고려시대에도 이 이름으로 불렀다는 것은 이 지역들이 고대로부터 꽤 쟁쟁한 지역이었다는 것을 드러내준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에서 살펴보면 강원도를 떠올리면 강릉이나 원주보다 춘천이나 속초가 먼저 생각난다.
충청도는 충주나 청주보다 대전이고, 전라도는 전주, 나주보다 광주이며,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보다 부산이나 대구가 훨씬 큰 도시가 되었고 더 유명한 도시가 되었다.
상전벽해(桑田碧海), 뽕나무밭이 바다가 되었다는 말을 이럴 때 쓰게 되는 것인가? 고대로부터 내려왔던 큰 도시들이 이제는 과거의 영광은 뒤로 하고 작은 소도시가 되는 것 같다.
대신에 과거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이 지금은 커다란 도시가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도 한두어 세대 전에는 가난한 촌동네였다.
이곳을 흐르는 물을 탄천(탄천)이라고 하는데 숯가마가 많았기 때문에 시냇물이 새까만 숯물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탄천을 순우리말로 ‘숯내’라고 하는데 여기서 치읓 발음이 탈락하면서 ‘수내동’이라는 지역이 생겼다.
과거에는 가난한 숯가마꾼들이 살던 지역이었는데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가 되었다.
비단 이곳뿐만이 아니다.
바로 옆에 있는 판교는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는데 지금은 엄청나게 번화한 도시가 되었다.
서울도 조선시대에는 동서남북대문 안에 둘러싸인 곳을 한양이라고 불렀다.
성 안에서 사는 사람과 성 밖에 사는 사람들의 차이는 엄청났다.
그런데 그때는 한양성 밖이었던 지역이 지금은 금싸라기 땅이 되었다.
한양을 눈앞에 두고 주막에서 하룻밤 묵으며 말을 배불리 먹였던 말죽거리나 선비들의 소풍을 나와서 시를 읊고 노래를 불렀던 압구정, 뽕나무 밭에서 누에를 쳤던 잠실이 지금은 빽빽한 고층건물들로 가득 차 있다.
반면에 조선 500년 도읍지였던 한양은 역사와 전통은 자랑할 만하지만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은 매우 적다.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라고 했는데 지금은 서울 어디로 보내냐고 물어보아야 한다.
한양 성 중심의 강북이 아니라 강남으로 보내야 한다고 할 것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했는데 지금은 친구 따라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강남 입성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해 보니까 도시도 사람과 비슷한 면이 있다.
태동, 성장, 쇠락의 길을 걷는다.
처음에는 몇 사람이 모여서 정착촌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다음에 사람들이 더 모여서 마을이 되고 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많은 자손을 낳으면서 거대한 도시로 성장했을 것이다.
그러면 주변의 모든 환경이 바뀐다.
숲이나 농지는 없어지고 그 자리에 집과 건물이 들어선다.
사람들이 내다 버리는 오물과 쓰레기가 산을 이룬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사람이 살기 힘든 공간이 되고 만다.
한 사람씩 그 도시를 빠져나가다가 결국에는 텅 빈 공간이 되고 만다.
고대의 유적지들은 이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지금 같으면 그런 곳에 도시가 형성될 것 같지 않은데 그때는 그런 곳이 정말 좋은 곳이었나 보다.
지금은 돌무더기만, 조개껍데기만 남아 있는 그곳이 고대에는 찬란한 도시였다.
그렇다면 내가 사는 이곳도 먼 미래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