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감싼다고 해서 낫는 게 아니다

by 박은석


넘어져서 다리에 상처가 났을 때, 가만히 두면 저절로 아물기도 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조금 있으면 상처 난 자리에 딱지가 생겼고 그 딱지가 떨어지면 상처가 싹 사라졌다.

어렸을 때는 손에 상처가 나면 그 자리에 흙을 짓이겨 붙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무식한 방법이었는데 그때는 흙 속에 뭔가 신비로운 물질이 있어서 상처를 낫게 해 주는 줄 알았다.

상처 난 곳에 연고를 바르게 된 것은 한참 나이가 들어서였다.

연고를 바르면 빨리 낫고 깨끗하게 아무는데 나는 이상하게도 그런 게 싫었다.

무식한 방법이 용감한 방법처럼 보였다.

손에 상처가 조금 난 것 가지고 병원을 찾아가거나 약국을 가는 것은 이상하게도 싫었다.

자연치료법을 믿었던 것도 아닌데 깡으로 버티면 다 낫게 되는 줄 알았다.

또 그런 게 더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상처는 저절로 낫는 게 아니다.

적절한 치료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군 복무 시절에 있었던 하나의 에피소드 때문이다.

체육대회가 있었는데 운동을 좋아하는 나도 몇 종목에 참가했다.

배구도 했고 축구도 했고 이어달리기도 했다.

사고는 이어달리기 때 발생했다.

직선구간을 지나 곡선구간을 돌아갈 때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선수와 발이 부딪혔다.

그 여파로 왼쪽 다리가 땅에 쓸리면서 촤르륵 미끄러졌다.

나 때문에 우리 팀이 꼴찌가 될 판이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후다닥 일어나서 다시 뛰었고 바통을 다음 주자에게 넘겨주었다.

숨이 차서 헉헉거리고 있었는데 조금 전에 넘어진 부위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땅에 쓸린 자국이 왼쪽 다리에 벌겋게 핏기가 올라와 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 상처 난 부위에 연고를 잔뜩 발랐다.

상처에 빠른 연고라는 후시딘이었다.

과연 효과가 좋았는지 하루 이틀 지나서 왼쪽 다리에 손바닥 만한 넓이의 딱지가 생겼다.




딱지가 생겼으니까 곧 나을 줄 알았다.

조금 후에 딱지가 굳어지면 저절로 떨어지면서 새살이 돋을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딱지가 앉은 자리가 슬근슬근 가려웠다.

처음에는 딱지 때문에 살갗이 불편해서 가려워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가렵기만 한 게 아니라 이상한 통증이 생겼다.

누워 있거나 다리를 뻗고 앉아 있을 때는 괜찮았는데 자리에서 일어서면 온몸의 피가 왼쪽 다리로 쏠리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며칠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상처 난 자리에 생긴 딱지가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은 통증을 견디지 못해서 의무실을 찾아갔다.

내 다리를 살펴본 군의관은 드레싱을 해야 한다고 했다.

드레싱이란 말을 처음 들은 나는 간단한 치료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군의관은 내 왼쪽다리를 꽉 붙잡게 하더니 면도칼의 등으로 상처 난 딱지를 긁어내기 시작했다.

“악!”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드레싱이 그런 것인 줄 정말 몰랐다.

만약 알았다면 내 입에 재갈이라도 물려달라고 했을 것이다.

내 두 손은 힘껏 다리를 조여 잡았고 어금니가 부러질 듯이 입을 꽉 물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땀이 흘렀다.

눈에서는 눈물도 나왔다.

그런 상태로 한 시간은 견딘 것 같았다.

겨우 허물딱지를 다 긁어낸 후에 소독을 해주었다.

그때까지도 내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절뚝거리면서 의무대를 나오면서 다시는 드레싱을 받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은 그날부터 왼쪽다리의 통증이 싹 사라졌다.

전에는 허물딱지 위에 붕대로 감싸고 있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는데 드레싱을 해서 상처를 다 긁어냈더니 통증이 사라졌다.

그때에야 비로소 뭔가를 알게 되었다.

상처는 감싼다고 해서 낫는 게 아니다.

오히려 상처 난 곳을 싹 긁어내야만 낫는다.

눈물 나게 아프지만 긁어내야만 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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