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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Feb 09. 2023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보고 드는 생각

지난달 관리비가 엄청나게 많이 나왔다. 관리비 고지서를 받기 전부터 우려는 했었다.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리비 폭등에 경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카톡 가족방에서 둘째 누나는 평상시보다 20만 원이 넘게 나왔다고 난리였다. 우리 집이라고 해서 안 오를 리가 없다. 유독 추위를 싫어하는 식구들인지라 겨울철에는 모든 방을 따뜻하게 해 놓고 지낸다. 평상시에도 우리 집의 고지서에 찍힌 금액이 적지는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이번에도 높게 나오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이번에 관리비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에너지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에너지 가격 인상에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게 된 것이다. 국민들의 분노가 심상치 않으니까 관련부처들은 이 책임을 어떻게든 모면하려고 하고 있다. 아마 한두 달만 지나면 잠잠해지리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니까.


관리비 고지서가 나오는 날이 되었다. 고지서를 가지고 현관에 들어선 아내가 관리비가 많이 나왔다고 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는 많지 않다고 했다. 작년 이맘때보다 5만 원 정도 많이 나왔다. 작년에 비해 보일러를 많이 틀지 않았기 때문이었나 보다. 아내는 우리 집 관리비와 이웃집 관리비를 비교하면서 우리 라인에서는 우리 집이 두 번째로 적게 나왔다고 하면서 어떤 집은 100만 원이 넘게 나왔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사람이란 참 간사한 면이 있다. 자기보다 더 힘든 일을 당한 사람을 보면 위로를 받고 남의 불행을 나의 다행으로 여긴다. 나 스스로 그런 범주의 사람이 되지 않으리라 마음먹은 적도 있었지만 관리비 고지서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져버렸다. 작년에 비해서 관리비가 5만 원 오른 것은 사실 굉장한 부담이다. 안도하면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무슨 대책이라도 세워야 한다.


며칠 지나지 않아 정부에서는 관리비 때문에 힘겨워하는 서민들에게 지원을 해주겠다고 발표했다. 구미가 당기는 뉴스였다. 발표 내용을 들여다보았는데 아무래도 우리 집은 해당사항이 없는 것 같았다. 분명히 관리비 때문에 힘들어하는 서민들 대상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관리비 때문에 힘겨워하는 집이 아니란 말인가? 아니면 우리는 서민이 아니란 말인가? 도대체 그 관리비 지원은 누가 받는가? 깊게 들여다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미 무슨 계층, 무슨 계층으로 나뉜 표가 있다. 이미 우리 사회는 수많은 계층으로 나뉘어 있다. 이번에도 그 나뉜 계층에 따라서 관리비 지원을 받는다. 그런데 왜 이렇게 관리비를 올려놓고 또 지원을 해준대? 이럴 바에는 아예 올리지 않았으면 그게 더 낫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지원하는 돈은 어디에서 나온대? 여기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말이 있다. 바로 '세금'이다.


관리비 지원을 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국민들이 지갑에서 가져와야 한다.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그러니까 국민들에게 돈을 뺏어서 그 돈을 나누어주는 격이다. 그러니까 아예 처음부터 빼앗아가지 말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세금을 거부하는 사람들이다. 세금 없이도 나라가 잘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가 세금을 낸 적은 없다. 고대 그리스 문화가 꽃피울 때에도 그리스 인들은 세금을 내지 않았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돈을 기부해서 필요한 일을 해 나갔다. 인류 역사에서 숱하게 일어났던 민중 봉기, 혁명의 배경에는 세금 문제가 있었다. 세금을 거두려는 세력과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세력 간의 다툼이었다. 싸움의 결과가 어떻게 끝나든지 세금은 다른 명목으로 되살아났다. 애꿎은 사람들만 피를 봤다. 이번에도 꼭 그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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