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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Feb 06. 2023

약해 보인다고 만만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종종 동물원에 갔었다.

책이나 모니터로 보는 것보다 직접 두 눈으로 보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린아이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동물을 보게 되면 탄성을 질러댄다.

그 동물이 어떤 행동을 하면 너무 재미있어한다.

동물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먹이를 던져주지 말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과자 같은 것을 던져준다.

그러면 우리 안에 있는 동물들은 던져주는 대로 족족 받아먹는다.

아마 먹고사는 문제만을 놓고 본다면 동물원 동물들이 가장 행복할 것 같다.

녀석들은 먹거리를 얻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때가 되면 사육사가 커다란 양동이를 들고 와서 그 안에 있는 먹이들을 던져주고 간다.

굳이 먹을 것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되고, 사육사가 던져주는 음식에 독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도 없다.

거기다가 관람객들이 시시때때로 맛난 과자를 던져준다.




주로 약해 보이는 동물들은 우리가 뭔가를 던져주는 대로 족족 받아먹는다.

야채도 먹고, 과일도 먹도, 과자도 먹는다.

던지는 시늉만 내도 눈을 나에게로 돌리고 내 손동작에 시선을 집중한다.

하지만 덩치가 큰 녀석들은 도무지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 녀석들은 바나나를 던져줘도 시큰둥한다.

사육사가 양동이를 들고 와서 그 안에 담긴 닭고기를 던져주면 그때서야 어슬렁어슬렁 움직인다.

대충 아무것이나 받아먹으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그 녀석들은 그렇게 먹지 않는다.

자기가 먹고 싶은 것만 먹고, 자기가 먹기 싫은 것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사람으로 치면 자기가 세운 조건을 충족시키면 받아들이지만 자기 계획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은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다.

정말 피곤한 스타일이다.

주는 대로 받아먹으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음식을 가려 먹으면 힘들어서 어떻게 사냐고 야단을 치고 싶다.




음식을 가리는 녀석들은 대개 육식동물인 경우가 많다.

그들은 어지간해서는 풀을 먹지 않고 고기만 먹으려고 한다.

가끔씩 자기 위장을 청소하려고 풀을 뜯어먹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호랑이도 풀을 뜯어먹는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특별한 상황일 뿐이고 대체적으로는 이것들이 육식을 한다.

육식동물들은 힘이 세고 날렵하니까 늘 사냥에 성공한 줄 알았다.

그러나 언젠가 다큐멘터리를 보니까 육식동물들이 사냥에 성공할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열 번 사냥을 했다면 한 두 마리 잡을까 말까 했다.

솔직히 호랑이나 사자 같이 힘센 동물들은 매일 짐승을 잡아들이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때로는 다 잡은 짐승을 눈앞에서 놓치기도 한다.

그러면 또 하루나 이틀을 굶으면서 새로운 사냥감을 찾아 나서야 한다.

사냥에 도가 튼 것 같은 사자나 호랑이도 사냥에 허탕을 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동물의 왕인 사자는 몸길이가 보통 2m 이상이고 몸무게도 200Kg이 넘는 경우가 많다.

목소리도 우렁차고 달리기도 잘한다.

웬만한 짐승들은 다 그 앞에서 한 방이면 끝이 난다.

이처럼 엄청나게 힘이 있는 동물인데 지금은 사자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이 보호해 주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강한 자는 쉽게 꺾이는데 약한 자는 끈질기게 일어선다.

멸종위기로 분류된 동물들을 보면 다들 한가닥하는 녀석들이다.

오래도록 잘 살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있는 상위포식자가 사실은 제일 약한 존재일 수 있다.

약해 보인다고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사실은 약해 보이는 위장술을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조심해야 한다.

약해 보인다고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은 그가 제일 강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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