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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Feb 03. 2023

사람 많은 세상에 사람이 없다


지난 100년 동안 세계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20세기에 들어설 때 20억 명을 헤아렸던 세계 인구는 20세기 중반을 지나면서 40억 명으로 늘더니 21세기의 4분의 1을 지나는 시점에서는 80억 명을 넘어섰다.

한반도의 인구만 보더라도 인구의 증가는 뚜렷한 현상이다.

1392년에 조선을 개국할 때의 인구가 대략 1천만 명이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500년도 더 지난 1919년 삼일운동 때에는 2천만 명이었다.

기미독립선언서를 보면 2천만 민중의 성충을 모아 독립선언을 표명한다고 하였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인구 5천만 명을 넘어섰고 북한도 2천5백만 명을 넘는다.

우리 민족을 다 합치면 8천만 명은 된다.

백 년 사이에 5배나 많아진 것이다.

세계 인구의 증가 추이와 비슷한 비율이다.

놀랍게도 지난 100년 동안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있었지만 인구는 줄지 않고 도리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인류 역사상 지난 백 년만큼 가파르게 인구가 증가한 적은 없다.

이를 두고서 사람들은 의학의 발전이 큰 몫을 감당했다고 한다.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어지간한 질병은 퇴치할 수 있게 되었다.

위생관념이 자리매김하면서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과 바이러스의 공격으로부터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게 되었다.

치과 의학의 발달로 나이가 많아도 음식을 잘 씹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로 지금 우리 사회는 초고령화 사회가 되었다.

어느 자료에서 보니까 1945년 해방을 맞이할 때,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이 45세였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정말 짧고 굵게 살다 가셨던 것 같다.

지금은 평균 수명이 70세를 훨씬 웃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명절에 친지들이 다 모인다고 하더라도 할아버지 항렬의 어른들을 보기가 힘들었다.

30-40대였던 아버지 항렬의 어른들이 가문의 중추적인 자리에 앉았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 한 분이 50-60명의 학생들을 지도해야만 했다.

학창시절이었을 때 나는 선생님들께서 굉장히 나이가 많은 어른이신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당시에 나를 가르치셨던 선생님들도 30대였고 40대였다.

정말 젊은 분들이셨다.

자기 앞가림하기에도 벅찬 나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때는 그분들이 엄청난 일들을 하셨다.

교회에서도 선생님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중학생이 되면 아동부 사를 하고, 스무 살이 되면 중고등부 선생이 되기도 했다.

그들에게 선생 자격증이 쥐어진 것도 아니었다.

선생으로서 갖춰야 할 교양과 지식을 배우지도 못했다.

단지 나이가 많고 인생 경험이 많다는 이유 때문에 자연스럽게 선생이 되었고 교사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아이들이 또 다른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의아해하지만 그 당시에는 충분히 가르치고도 남는다고 여겼다.




아이가 아이를 가르치는 꼴이니 제대로 된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우였다.

나이가 어려도 선생은 선생이고 학생은 학생이다.

선생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면 되었다.

많은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니다.

어차피 지식은 끝이 없고 한계가 없다.

선생님이라고 해서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자기가 아는 것만이라도 잘 가르치면 되었다.

그때의 교육은 유치했고 지금의 교육은 고상하다고 할 수도 없다.

지혜와 지식은 그렇게 서로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유치해 보이는 지식도 예전에는 새롭고 놀라운 지식이었을 수 있다.

예전에는 인물이 없다고 아우성이었는데 지금은 모든 분야에서 인물이 넘쳐난다.

넓고 깊은 지식과 빵빵한 정보를 갖춘 인물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사람 많은 세상인데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다.

참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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