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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Sep 29. 2020

진시황제는 불로초로 뭘 어쩌려고 했을까?


중국 전역을 최초로 통일시킨 진(秦)나라의 왕 영정(嬴政)은 대제국에 걸맞게 자신의 직함과 호칭을 새롭게 만들었다. 그래서 자신을 ‘황제(皇帝)’로 부르게 했고, 자기가 자신을 지칭할 때는 ‘짐(朕)’이라고 하였다.

그 때문에 후대 사람들은 황제의 시작이라고 해서 그를 진나라의 첫 번째 황제인 진시황제(秦始皇帝)라고 부른다.


진시황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었다.

유학자들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구덩이를 파서 묻어버린 갱유(坑儒) 사건이나 그들이 보던 책들을 모두 태워버린 분서(焚書) 사건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권력자였는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반면에 그러한 힘을 이용하여 진시황제는 중국 전역의 도량형을 통일하고, 법제도와 군현제의 질서를 닦았으며, 만리장성을 쌓는 위업을 발휘하기도 하였다.





이런 절대적인 지도자를 만나면 무서워서 고개를 들 수조차 없을 것이다. 먼저 숨을 곳부터 찾았을 것 같다.

지금 아이들이야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길에서 학교 선생님을 만나면 골목으로 달려가 꼭꼭 숨기에 바빴다. 선생님을 대하기가 두려웠던 것이다.

하물며 황제를 대하는 두려움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황제로부터 어떤 명령을 받는다면 그 말의 무게는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 정도가 아닐 것이다. 중만금, 중억금보다도 더할 것이다.

그러니 볼로초를 구해오라는 명령을 받은 신하가 진시황제가 죽을 때까지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하지 않는가?

비록 이방의 떠돌이가 될지언정 고국에 돌아가서 불로초를 구하지 못한 죄로 자신과 가족이 몰살당하는 것을 차마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진시황제는 불로초로 무엇을 하려고 했을까?

정말 불로장생을 하려고 했을까?

백년을 살고 싶었을까? 천년을 살고 싶었을까?

아이러니 하지만 진시황제는 마흔아홉 살에 세상을 떠났다. 불로초는 구경도 못한 채 말이다.


만약에 진짜 불로초를 구했다면 진시황제는 행복했을까?

약초는 쓰면 쓸수록 점점 줄어들 텐데 약초가 줄어드는 것을 바라보는 심정은 어땠을까?

처음에는 식구들에게도 넉넉하게 나눠줄 수 있겠지만 약초가 줄어들면 나눠줄 수 있을까?

늙지 않게 하는 약은 있지만 그 약을 구하지 못해서 늙어가는 식구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땠을까?

나중에는 자기보다 먼저 자식들이 하나씩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을 것이다.

엄청 괴로웠을 것이다.


어쩌면 불로초는 생명의 약이 아니라 저주의 약이 되었을 것이다.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는 문명이 고도로 발달된 미래세상을 보여준다.

거기서 인간은 그저 문명을 누리기만 한다. 만약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약해지면 ‘소마(soma)’라는 약을 복용한다. 그러면 곧 회복된다.

진시황제가 그토록 찾고자 했던 불로초가 멋진 신세계의 소마일 것이다.


그런 약이 있다면 행복할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소마 때문에 인간은 건강을 유지하지만, 그 건강함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극도의 쾌락을 누리는 것밖에 없다. 다른 할 일이 없다.

책제목은 멋진 신세계이지만 그런 사회는 절대로 멋지지 않다.


비록 부족하고, 아프고, 한계가 있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훨씬 멋진 세상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매일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놀라운 기적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날마다 그 기적들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진시황제가 불로초를 구하지 못한 것이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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