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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Feb 16. 2023

욕심 때문에...


우리 집에는 사용하기 애매한 전자제품이 몇 개 있다.

아이패드 미니, 갤럭시 탭, 노트북 컴퓨터이다.

몇 년 전까지는 잘 사용했다.

아이패드는 내가 글을 쓰고 전자책을 읽는 용도로 잘 사용했고 갤럭시 탭은 아이들이 뽀로로 같은 동영상을 볼 때 잘 사용했다.

노트북 컴퓨터는 코로나 팬데믹 시절에 영상 수업용으로 잘 사용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도 그것들을 찾지 않는다.

제품이 오래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굳이 이것들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이패드 미니의 경우는 오래된 버전이어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도 안 된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서비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이제는 구닥다리 제품이 되었으니 빨리 처분하라는 말로 들린다.

그런데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

아직도 쌩쌩한 제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품들을 쓸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적당한 시기에 처분했어야 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간직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 적당한 시기를 놓쳐버렸다.

그때는 처분하기가 너무 아까웠다.

구입할 때의 가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싼값에 내놓기가 망설여졌다.

헐값에 팔아넘기기에는 내 마음이 허락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잡아 두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게 나의 패착이었다.

지금은 버릴 수도 없고 사용하기에도 애매한 물건들이 되고 말았다.

그때 괜한 욕심을 부렸다는 생각만 든다.

혹시나 쓸 일이 있을까 해서 100퍼센트로 충전을 해 보지만 역시나 쓸 일은 없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간다.

시간이 흘러서 어느 독특한 사람이 옛날 제품들을 수집한다고 하면 그때나 내놓아야 할 판이다.

그때까지 기다리기가 지루하다면 쓰레기 분리 배출하는 날에 조용히 갖다 놓고 와야 할 판이다.

지금의 심정으로는 그렇게 해도 하나도 아깝지 않다.




이것들을 내가 이전에 처분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것들을 소유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아이패드를 가지고 싶었고 갤럭시 탭도 가지고 싶었고 노트북도 가지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들을 처분해도 아깝지 않은 이유는 그것들을 소유하고 싶은 욕심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이패드도 필요 없고 갤럭시 탭도 필요 없고 노트북도 필요 없다.

내 손에 스마트폰이 하나 쥐어지면 됐고, 책상에 컴퓨터가 한 대 놓여 있으면 충분하다.

더 많은 제품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어졌다.

굳이 그렇게 복잡하게 살고 싶은 마음도 없어졌다.

최신 제품이 나왔다고 해도 관심이 가지 않는다.

지금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제품에 대한 욕심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예전에는 이런 게 없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살다 보니 그게 다 욕심이었다.




욕심은 나에게 이것저것 다 필요하다고 했다.

그것들을 다 갖춰야 살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것들 중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살아 보니 괜한 상술에 넘어간 것이었다.

그것들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그것들은 나의 욕심이었다.

‘욕심’이란 놈은 교묘하게 자신을 변신시켜서 ‘필요’라는 이름을 획득했다.

필요를 알게 된 사람들은 그 필요를 당연한 것으로 치부해 버렸다.

하지만 그것들이 없어져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쓸데없는 욕심이 줄어들었을 뿐이었다.

이 욕심 때문에 수많은 사연이 생겨났다.

욕심이 번뇌와 죄를 낳기도 했다.

욕심을 잘 다스려야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욕심을 잘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욕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도대체 나는 왜 이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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