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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Feb 20. 2023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내가 맡은 일에는 완벽해지고 싶었다.

누가 보더라도 일을 참 잘했다는 평을 듣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솜씨를 보이고 싶었다.

그 때문에 밤늦도록 일을 놓지 못할 때가 많았다.

아예 작업을 하던 컴퓨터를 집에까지 들고 와서 일을 하기도 했다.

마지막 엔터 키를 누를 때의 쾌감이 너무 좋았다.

사람들이 나의 작품을 받아보고서 감탄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모두들 나에게 칭찬하며 자신들이 해야 할 일까지 처리해 주었다며 고마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말을 듣는 순간 그동안의 노고는 봄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런데 그렇게 고마워할 사람들이 슬그머니 나에게서 거리를 띄었다.

뭔지 모를 장벽이 가로막힌 것 같았다.

나에게 어색하게 다가오는 그들을 보면 나도 기분이 언짢았다.

‘기껏 도와주고 잘해주었는데 돌아오는 게 이런 것인가?’ 하는 허탈감이 몰려왔다.

그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었다.




어디서 무엇이 꼬인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어렵지 않게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나에게서 보이는 완벽주의적인 기질 때문이었다.

자기들이 보기에는 꽤 괜찮아 보여서 나에게 보여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게 못마땅하다는 듯이 싸그리 뜯어고쳤다.

물론 훨씬 좋아 보였다.

그들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들과 나 사이에 한 꺼풀씩의 벽이 들어서고 있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소한 차이가 큰 결과를 이끌어낸다는 말을 곱씹곤 했다.

자기계발서로 분류된 책이라면 어느 책에서인들 발견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니까 그게 진리의 말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나의 말에 시큰둥했다.

‘큰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해서 그게 대수인가?’라며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아웅다웅하지 않더라도 살아가는 데 별문제가 없지 않은가?’라며 나에게 묻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




중국 도가(道家)에서 <노자(老子)>와 <장자(莊子)>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책인 <열자(列子)>라는 책이 있다.

이 세 권의 책을 합해서 도가의 삼서(三書)라고 부르기도 한다.

열자의 저자인 열여구(列禦寇)는 도가의 사상을 우화적인 내용으로 쉽게 설명하였다.

그래서 학문이 깊지 않은 나 같은 사람들이 읽기에 딱 알맞은 수준이다.

열자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같다.

‘과연 완벽하게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었다.

결론은 '없다'이다.

열자는 아주 단순하지만 명쾌한 말을 들려주었다.


“세상에 완전한 공덕이라는 것은 없다.

성인이라고 하더라도 완전한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만물에 완전한 효용이란 것도 없다.

모두가 불완전하다.

완전무결할 것 같은 하늘에도 단점이 있고 형편없는 땅이라 할지라도 장점이 있다.

만인이 우러러보는 성인일지라도 꽉 막힌 데가 있고,

서로 다른 성질의 물질이라고 하더라도 서로 통하는 데가 있다.”




수학에 공식이 있듯이 인생에도 공식이 있다고 생각했다.

시중에 그런 책들도 많이 나와 있다.

예를 들면 <행복한 삶을 위한 OOO법칙> 같은 종류의 책들이다.

그런 책들을 섭렵하고 자기계발서를 수십 권 읽어보았지만 나에게 딱 들어맞는 공식 같은 것은 없었다.

나 자신도 불완전하지만 공식이라고 제시된 것들도 불완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완전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완전한 것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이런 나를 향해 열자라는 스승께서 큰 호통을 치신다.

“야 이놈아!

세상에 완전한 것은 없어.

대충 살아도 괜찮아.

그래도 돼!” 물론 단 하나의 흠결도 없이 완전히 깨끗하게, 완벽하게 살 수 있으면 그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불완전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부족한 듯 살아가는 것이다.

불완전하고 부족함이 많은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위대한 성인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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