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Feb 21. 2023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 세 가지


생각해 보니까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 크게 세 가지가 있는 것 같다.

그 첫 번째는 가난이다.

가난이 문틈으로 들어오면 행복은 대문으로 빠져나간다.

서러움 중에 가장 큰 서러움이 배고픈 설움이라고 하는데 가난하면 배가 고프고 서러움이 몰려온다.

가난하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마음이 약해진다.

괜스레 머리를 숙이게 된다.

자존심을 내세울 수도 없다.

주머니에 든 것이 없으면 양심도 도덕도 사라진다.

빵 한 조각을 얻으려고 도둑질을 하는 것은 장발장에게만 해당된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열심히 일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수입이 생기고, 수입이 생기면 배를 채울 수 있고, 배가 부르면 자신감이 생기고 설움을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기 힘들다.

그래서 가난하면 비참해진다.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 그 두 번째는 무지이다.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이다.

이 말은 자기가 속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사람은 배워야 한다는 말을 내포한다.

배우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

사람이 태어나서 행하는 모든 행위들은 다 배워서 하는 것들이다.

먹고 입고 말하고 걷고 뛰고 대인관계를 하는 것들은 모두 다 배움의 결과이다.

짐승들은 배우지 않아도 먹고 살아가지만 사람은 태어난 대로 그냥 두면 망나니가 된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보고 “저 사람은 된 사람이다. 되지 못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강아지를 보고 “된 강아지다. 되지 못한 강아지다”라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태어나지만 또 되어져 가야 한다.

사람이 되어가려면 배워야 한다.

살아가는 기술을 배워야 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배워야 하고 인생이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

배우지 못하면 무지하게 되고 무지하면 비참해진다.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 그 세 번째는 병드는 것이다.

아무리 부유하고 아는 게 많아도 몸과 마음이 병들면 비참해진다.

질병은 인간의 삶을 한순간에 정지시켜 버린다.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

본인도 괴롭고 보는 사람도 괴롭다.

규칙적인 습관을 들이고 운동을 꾸준히 하며 건강에 안 좋은 것은 금하기도 하지만 질병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검진 결과를 볼 때마다 자괴감이 몰려온다.

째깍째깍 돌아가는 시곗바늘이 마치 자신의 수명을 알려주는 시한폭탄처럼 여겨진다.

자신을 위로하러 찾아온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이겨내서 퇴원할 것이라고 큰소리친다.

하지만 그들이 다 돌아가면 아무도 없는 비상계단에 앉아서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린다.

건강하게 활보하는 사람들이 부럽기만 한다.

건강을 잃어버리면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처럼 여겨진다.

건강을 잃으면 누구나 비참해진다.




크게 세 가지의 비참한 환경을 생각해 보았는데 누구나 이 세 가지 중의 한 가지 이상은 경험하는 것 같다.

세 가지 환경을 다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떤 사람은 이 세 가지 상황이 동시에 닥칠 수 있다.

설상가상이라고 할 것이다.

두 가지 상황만 비참하면 괜찮을까?

아니, 한 가지 상황만 비참하면 정말 운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그 한 가지의 비참함이 지구가 터져나가는 것 같은 아픔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나도 비참하고 그도 비참한 게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실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누구나 비참한 현실을 겪으면서, 그 현실을 견디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괜히 다른 사람을 보면서 그 사람은 괜찮겠다고 부러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이다.

그는 그의 비참함을 견디고 있는 중이고 나는 나의 비참함을 견디는 중이다.

어쩌면 내가 겪는 비참함이 가장 가벼운 비참함일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자가 되는 게 꿈인 사람들에게 드리는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