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자까야 Feb 18. 2023

나는 나이만큼 성숙해졌나?

나이는 저절로 먹지만 나이 듦과 성숙은 별개의 문제다.

*3~4세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마려우면 싼다.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자연인으로서  행복한 시기다.


*초등학생 시기 , 중학생 시기

게임을 하고 싶은데 엄마가 딱 2시간만 라고 하신다. 게임을 더 하고 싶지만 참는다. 왜?  엄마가 내 핸드폰에 게임 타임 설정 앱을 깔아놨으니까.


그래도 게임 많이 하고 싶은데 잘 참았다고 칭찬하시며 치킨을 사주신다.


(물론 친구한테서 공기계 핸드폰은 빌려와서 와이파이 터지는 곳에서 엄마 몰래 신나게 게임하는 아이들도 많다.  머리 좋은 아이들은 게임도 실컷 하고 엄마한테 치킨도 얻어먹는다. ^^;)


*고등학생 시기

 그저 나이 먹어 고등학생이 되었을 뿐인데 갑자기 온 세상이 내게 몇 등급이냐고 다그친다. 적당히 놀고 적당히 공부하면 칭찬받았던 중학생때와는 달리(사실 중학생 때도 공부를 거의 하지 않는 학생들이 태반이지만 본인들은 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내게 공부하라고만 강요한다.


엄마는 핸드폰을 손에만 들고 있어도 또 게임하냐며 언성이 높아지신다.  학교 내신, 온라인 수업, 수행평가, 학원 숙제... 하고 싶은 게 아니라 해야만 할 것 천지다.


왜?!  왜?!  세상은 갑자기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한우 투플러스', '원플러스' 같은 등급을 매기며 이 많은 것들을 시키기만 하는지 원망스럽기만 하다.


*대학생 때 

 대학만 가면, 소위 '네임드 있는 대학'을 가기만 하면 나는 누릴 줄 알았다. 그때서야 깨닫는다. 세상이 날 속였다는 것을.  고등학생 때보다 어째 할게 더 많다. 고등학생때와는 차원이 다른 스펙을 쌓아야 한다. 두꺼운 전공책, 매주 보는 전공 퀴즈,  대학 도서관 자리 잡기도 힘들다.  새벽 토익 학원을 다니며 나는 왜 미국인이 아닐까 원망도 해본다. 그래도 취업해서 내가 직접 돈을 벌면 휴가 때마다 해외여행도 실컷 하고 멋진 스포츠카도 몰면서  살아야지라고 나를 다독인다. 나의 드림카  '벤*리'를 모는 날을 상상해 보며 다시 전공 학점, 토익점수, 그리고 각종 자격증 시험 관련 서적을 펼친다.


*30대 때

드디어 나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런데 몰랐다. 직장이 게임속 세상보다 더 살벌한 진짜 '던전'이라는 것을. 이직을 할까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올라온다. 일하다 문득문득 직업 구인 사이트를 뒤져본다.

에이~ 이 회사는 높은  토익 점수를 요구하네~ 이 회사는 더러워서 내가 안 간다.(*이솝우화 신포도 심리가 발동된다)

다시 커피로 정신력을 끌어올리고 오늘 끝내야 할 서류업무 를 위해 모니터를 다시 눈이 빠져라 본다. 위산이 역류해 겔*스같은 위장 보호액을 먹는다.


*40대 이상

  이 썩을 놈의 직장! 저 미친놈 때문에 내가 내 명에 못 죽을 것 같다. 하지만 어쩌겠나. 나보다 직급이 높은 놈인데... 담배를 벌써 다 폈나? 얼른 편의점 가서 한 갑 더 사 와야겠다.

대출받은 것만  아니었어도 저놈 얼굴에 시원하게 사표를 던져버리는 건데... 우리 부모님은 왜 건물주가 아닌지 원망 아닌 원망을 해보며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옅은 미소를 얼굴에 장착하고 업무에 열중한다. 동료들이 행여 볼까 업무용 데스크 밑에 몰래 숨겨 놓은 영양제를 한 움큼 입안으로 털어 넣는다. 가만?  방금 전에 커피 마셨는데? 바로 영양제 먹어도 되나?  에라~  모르겠다. 고민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참는 .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하는 .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 일이 힘든 일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다가,  


차차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참는 법을 배우게 되고,


더 나아가 내가 하기 싫은 일도 하게 되는 과정인 것 같다.



*여담 :  원초적인 자연인으로서 자유롭게 살던 시기는 4~5살까지가 아니었나 싶다. 그때는 똥만 잘 싸도 칭찬받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사회 생활하면서 똥 한 번 잘못 싸면 사회생활  끝난다. (TMI : 내가 대학 다닐 때 "남자는 뭐든 세야 한다"며  사람들 앞에서 방귀를 힘차게 뀌곤 했던  동아리 선배가 있었다. 어느 날 그 오빠는 내 앞에서 방귀를 힘차게 뀌었다. 그리고 바지에  똥쌌다. 그 후... 그는  휴학했다.  *오빠... 잘 지내지? 평생 비밀로 간직 해 왔는데 여기서 이야기해서 미안해...)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로부터의 자유"를 원하기는 하지만, "~를 향한 자유"로의 도약을 이루어 내지는 못했다.

제한과 의존에서 자유로워 지려는 소망 말고는 자기들이 향해야 할 아무런 목표도 추구하지 않은 채 오로지 반항만 한 것이다  ㅡ<소유냐 존재냐>, 에리히프롬ㅡ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인들의 최대 고민거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