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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Feb 18. 2023

뽕이 씨와 고영희 씨

뽕이 씨 고영희 씨 만나다

뽕이 를 산책시킬 때(TMI : 지금은 집사의 공황장애 때문에 인적이 드문 밤 시간에 산책을 한다) 뽕이가  좋아하는 주요 루트가 있다.


그날은 날씨도 좋고 뽕이 씨 컨디션도 좋아  산책을 조금 더 멀리 까지 갔다.


그런데 인도 한가운데서 대자로 뻗어있는 고양이를 발견했다.


        "혹시 죽었나?!!!"


심장이 벌렁벌렁 뛰면서  혹시 고양이가 죽은 건 아닌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뽕이 씨는 집에서나 집사들에게 큰소리치며  양배추 갖고 와라, 당근  갖고 와라, 쉬야 패드 빨리 갈아라~라고 호령 해대지만  밖에 나오면 세상~세상~  이런  겁쟁이가 없다.


본인보다 큰 고양이를  뽕이는 얼른 내 등뒤에 붙어 숨어버렸다.


고양이가 쓰러져있다!!!




헛!  쓰러진 게 아니라 그냥 대자로 뻗어 자고 있던 거였다!


앗, 그런데 고영희 씨 표정이 러지?

왠지 나를 째려보는 듯한 저 표정.

동네 뒷골목 일진 언니 포스가 물씬 난다.


고영희 씨 사진을 몰래 찍던 나는 고영희 씨한테 딱 걸려버렸.




고영희 씨 : 야!  너 일루 와 봐!

 내 사진 찍었지?!  

츄르 내놔!!!


갑자기 우리를 향해 일진 언니처럼 걸어오는 고영희 씨.

동네 반장처럼 한 팔 엔 까만 완장까지 찼다.

뽕이 씨는 이미 내 등뒤에 숨어 있고  나는 어쩔 줄 몰라 우물쭈물~.




고영희 씨 :  야!  너 이 구역은 처음이지?  좋은 말 할 때  츄르 내놔라.


집사 :  아니, 고영희 씨... 왜 이러세요...

(이렇게 위풍당당한 길냥이는 처음 봐서  나도 조금 )






고영희 씨 :  야!  츄르 없냐고!!!  가방 뒤져서 하나씩 나오면 냥냥 펀치 10 대씩이다.







고영희 씨 : 뭐야, 가방 안에 별거 없잖아~! 너 거지야?!!!


집사와 뽕이 씨 :....






고영희 씨 :  그럼, 대신 내 목이라도 긁어라.


집사 :  (타이 마사지사로 빙의하여 고영희 씨 목을 열심히 마사지해드린다)

 

뽕이 씨 :  여전히 내 뒤에 숨어서 모르는 척.

(집사야~ 저 언니 너무 무서워~빨리 집에 가자~)


고영희 씨 :  야!  그쪽 말고 끝쪽을 집중적으로 좀 더  긁어봐~ 

그렇지~시원~하구만.


그리고 앞으로 구역 지나갈 땐 츄르 꼭 챙기고.


집사 :  .



그날 뽕이 씨와 괜히 먼 데까지 산책 갔다가 일진언니 만나  탈탈 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첨언 :

 1. 이번 글엔  뽕이 씨 사진이  왜  없냐고?  뽕이 씨는 일진 고영희 씨한테 아 줄곧 내 뒤에 있느라 나는 뽕이 씨 사진까지 찍을 여유는  없었다.


2. 나중에 동네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그 고영희 씨는 그 동네 아파트 구역을 장악한 길냥이로서 동네  개들도 그 고양이에게 함부로 덤비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넉살도 좋고 애교도 많아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담뿍 받고 살고 있단다. 그리고  인도 한가운데서 뻗어 자고 있을 땐 동네 주민들이 알아서 밖으로 살짝 피해서 지나간다고 한다.


도시는 아직은 야박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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