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이를 산책시킬 때(TMI : 지금은 집사의 공황장애 때문에 인적이 드문 밤시간에 산책을 한다) 뽕이가 좋아하는 주요 루트가 있다.
그날은 날씨도 좋고 뽕이 씨 컨디션도 좋아 산책을 조금 더 멀리 까지 갔다.
그런데 인도 한가운데서 대자로 뻗어있는 고양이를 발견했다.
"혹시 죽었나?!!!"
심장이 벌렁벌렁 뛰면서 혹시 고양이가 죽은 건 아닌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뽕이 씨는 집에서나 집사들에게 큰소리치며 양배추 갖고와라, 당근 갖고 와라, 쉬야 패드 빨리 갈아라~라고 호령해대지만 밖에 나오면 세상~세상~ 이런 겁쟁이가 없다.
본인보다 큰 고양이를 본뽕이는 얼른 내 등뒤에붙어숨어버렸다.
고양이가 쓰러져있다!!!
헛! 쓰러진 게 아니라 그냥 대자로 뻗어 자고 있던 거였다!
앗, 그런데 고영희 씨 표정이 왜 저러지?
왠지 나를 째려보는 듯한 저 표정.
동네 뒷골목 일진 언니 포스가물씬 난다.
고영희 씨 사진을 몰래 찍던 나는 고영희 씨한테 딱 걸려버렸다.
ㅡ고영희 씨 : 야! 너 일루 와 봐!
너 내사진 찍었지?!
츄르 내놔!!!
갑자기 우리를 향해 일진 언니처럼 걸어오는 고영희 씨.
동네 반장처럼 한 팔 엔 까만 완장까지 찼다.
뽕이 씨는 이미 내 등뒤에 숨어 있고 나는 어쩔 줄 몰라 우물쭈물~.
ㅡ고영희 씨 : 야! 너 이 구역은 처음이지? 좋은 말 할 때 츄르 내놔라.
ㅡ집사 : 아니, 고영희 씨... 왜 이러세요...
(이렇게 위풍당당한 길냥이는 처음 봐서 나도 조금 쫄았다)
ㅡ고영희 씨 : 야! 츄르 없냐고!!! 가방 뒤져서 하나씩 나오면 냥냥 펀치 10 대씩이다.
ㅡ고영희 씨 : 뭐야, 가방 안에 별거 없잖아~! 너 거지야?!!!
ㅡ집사와 뽕이 씨 :....
ㅡ고영희 씨 : 그럼, 대신 내 목이라도 긁어라.
ㅡ집사 : (타이 마사지사로 빙의하여 고영희 씨 목을 열심히 마사지해드린다)
ㅡ뽕이 씨 : 여전히 내 뒤에 숨어서 모르는 척.
(집사야~ 저 언니 너무 무서워~빨리 집에 가자~)
ㅡ고영희 씨 : 야! 그쪽말고 턱 끝쪽을집중적으로 좀 더 긁어봐~
그렇지~시원~하구만.
그리고 앞으로 내 구역 지나갈 땐 츄르 꼭 챙기고.
ㅡ집사 : 넵.
그날 뽕이씨와 괜히 먼 데까지 산책 갔다가 일진언니 만나 탈탈 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첨언 :
1. 이번 글엔 뽕이 씨 사진이 왜 없냐고? 뽕이 씨는 일진 고영희 씨한테 쫄아 줄곧 내 뒤에 있느라 나는 뽕이 씨 사진까지 찍을 여유는 없었다.
2. 나중에 동네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그 고영희 씨는 그 동네 아파트 구역을 장악한 길냥이로서 동네 개들도 그 고양이에게 함부로 덤비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넉살도 좋고 애교도 많아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담뿍 받고 살고 있단다. 그리고 인도 한가운데서 뻗어 자고 있을땐 동네 주민들이 알아서 밖으로 살짝 피해서 지나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