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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Feb 26. 2023

책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온다?

책에 대한 쌈박한 이론

나는 책을 좋아한다.

'책 읽기를 좋아한다'기 보다 '책을 좋아한다'


무슨 말장난이냐고?

나의 독서량은 진짜 독서광에 비해선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나는 책을 좋아한다.

아마 나의 지적 허영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하철 안에서 샤넬백을 두른 여성보다 똥색의 종이책을 읽고 있는 여성이 더 간지 나 보인다. 사람마다 의견과 취향이 다르겠지만 내 눈엔 그렇다. 샤넬백은 누가 훔쳐갈 수 있지만 머릿속에 들어간 좋은 글귀는 누구라도 훔치지 못하니까.


'e-북"보다 내가 종이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종이 책이 가진 물성 때문이다. 책으로 둘러 싸이면 인공 숲에 온 것 같아 힐링이 된다. (책이 나무 펄프로 만들어서 그런 것 같다)

무식한 내가 책의 저자인 수많은 지성인들 사이에 몰래 끼어 나도 지식인척할 수 있는 우쭐함도  느낄 수 있다.


법정 스님처럼 무소유의 경지에 오르면 좋겠지만 속세에 대한 욕심을 아직 포기하지 못한 나로서는 그래도 지적 허영심은 내려놓기 어렵다.  그 지적허영심 덕분에 공부를 싫어하는 내가  줄의 글이라도 읽으려 하니까.(이 문장을 부디 내 제자들이 보지 않길 희망한다)

책을 많이 사기도 하고 집에 책을 쌓아두고 사는 나를 보고 지금까지 지적하는 사람들이 두 부류가 있었다. 이삿짐 사장님과 나와 동갑의 지인 A. (그렇다고 내가 book hoader는 아니다)


*hoader :

강박적 축적(compulsive hoarding)을 겪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낡고 필요 없는 물건이나 쓰레기를 집 안에 쌓아 두는 행동을 반복하는 특징이 있다.

물건을 주워오는 행동을 호딩(hoarding), 이러한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을 호더(hoarder)라고 부른다.


A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책을 대체 왜 사니?

그리고 책을 굳이 많이 살 필요가 있니?

ㅡ너 아주 돈 G랄을 한다~


그리고 A의 결정적인 말.


 야!  책을 많이 사면 몸에 안 좋아~

  책에서 환경 호르몬 많이 나와!"


물론 그런 구박? 에도 책을 안 살 내가 아니다.


하지만 책을 구매하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호~  책에 대한 꽤나 쌈박한 이론인데?!"

(종이책을 만드는 출판사 사장님이 이 글을 보신다면 앞으로 환경호르몬도 신경 쓰면서 책을 출판해 주시면  감사드리겠다)


책에서 환경 호르몬이  나온다라..,.

그런 말을 하는 A는 페트병에 든 생수만 마신다. 그리고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는다. 항상  향수를 쓴다. 그리고 헤어스프레이도 많이 쓴다.


과연 어느 쪽이 더 환경 호르몬이 많은 것인가?


* 첨언 :  평론가 이동진 씨는 소유한 책만 몇 만권이다. 내가 소유한 책은 10분의 1도 안될 것 같은데 이동진 씨가 오래 산다면 아마 책에서 나오는 환경 호르몬은 그리 심각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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