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여성들은 평생 다이어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부터도 다이어트의 원죄 의식 속에서 음식을 먹을 때마다 칼로리를 따져보곤 한다. 호두파이 한 조각이 280칼로리, 만두는 1인분에 거의 500칼로리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하지만 음식 칼로리를 체크하고 약간의 죄책감을 갖은 후에 결.국. 맛.있.게. 다. 먹.는.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실컷 햄버거 세트를 다 먹어 치우고 나서 다이어트 콜라를 마시며 '그래도 나는 다이어트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는 그런 심정이랄까?) 물론 내 평생 다이어트를 한 번도 성공 해 본 적은 없다. 그래서 ‘요요’라는 녀석은 나의 오랜 벗이 되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나름의 공인의 몸이라 외모를 아예 신경 쓰지 않을 순 없다. 아이들이 선생님들의 수업에 대한 열정, 학문에 대한 지식의 깊이 이런 요소들에 관심을 가질 것 같지만 원초적인(?) 우리 아이들은 당장 보이는 선생님들의 겉모습에 관심이 더 많다. 성품이 매우 부끄러움이 많고 과묵한 한 윤리 선생님께서는(40대 중후반의 남자 선생님) 웨이트 트레이닝을 오랫동안 열심히 하셔서 배우 ‘마동석’만큼은 아니지만 일반인치고 엄청난 근육질을 자랑한다. 그 선생님 앞에서만은 아이들 대부분은 유순한 어린 양처럼 돌변한다. 그래서 내가 ‘윤리선생님의 근육 자체가 곧 윤리다!’라는 우스게 소리를 하곤 했다. 나 역시 화장이 조금만 이상해도, 살이 조금만 쪄도 ‘선생님~ 화장이 이상해요~~~’또는 ‘선생님 요즘 살이 많이 찐 것 같아요’ 등의 학생들의 날카로운 피드백이 바로 날라 와서 꽂힌다.
예전에 어린이 집에서 근무하던 대학 후배와 대화를 나누던 중 내가 이런 질문을 했었다.
“나는 사춘기의 여드름 많은 말 안 듣는 덩치 큰 남학생들 가르치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너는 천사처럼 예쁜 아가들과 함께 있어서 좋겠다.”
그때 그 후배의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언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아가들이 귀엽고 예쁘긴 한데 어린 아기들일수록 선생님 외모 더 따지는 거 알아?”
“예쁜 선생님 앞에서는 아가들이 온갖 애교와 예쁜 표정을 짓는데 나한테는 말도 잘 안 듣고 떼도 막 쓰곤 해.
아 놔~ 서러워서...”
나처럼 먹는 걸 좋아해서 대학 시절 내내 넉넉한 성격만큼이나 넉넉한 체중도 자랑했던 후배는 그렇게 하소연하면서 자신도 결국 다이어트를 시작했단다. 그리고 어린이집으로 출근할 때는 남친 만나러 갈 때보다 더 예쁘게 꾸미고 가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무조건 순수하고 착할 거라는 선입관념을 갖고 있던 내가 아가들일수록 ‘본능적 외모지상주의자’일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었다.
나도 수년간 빈번한 회식과 업무 스트레스를 간식과 야식으로 풀다 보니 어느덧 체중 앞자리가 두 번이나 바뀌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맞는 옷이라곤 롱 원피스와 신축성 좋은 레깅스 또는 고무줄 바지와 치마만 입게 되었다. 출근할 때마다 어느 옷을 입을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들어가는 옷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나도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그 좋아하던 떡볶이도 매일 먹던 도넛츠와 고로케도 (하필 집 앞에 도넛츠와 고로케 맛집이 있다. 이것은 축복인가~ 불행인 것인가...) 과감히 끊었지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와플만은 끊기가 너무 힘들었다. 처음 일주일 정도는 와플 가게가 보이면 일부러 길을 둘러 가기도 했었다.
그런데 요즘 나는 '일부러' 주말이면 와플을 먹으러 다닌다. 처음엔 길거리 노점상 와플부터 고급 커피숍의 한 끼 식사 가격을 능가하는 값비싼 와플까지 맛보러 다니며 와플 유목민을 자처하다가 몇 달 전부터는 한 와플 맛집에 정착을 하게 되었다. 다이어트를 하다 말고 웬 와플 타령이냐고?
이놈의 다이어트는 매일 내가 먹는 음식 칼로리와 투쟁하게 만들고 회식이라는 엄청난 복병을 만날 때면 속절없이 투항하고 먹어대기 시작하다 다음 날이면 ‘딕톡스’라는 미명으로 하루 종일 슬픈 얼굴로 녹차만 홀짝홀짝 마셔대며 수행의 하루를 힘겹게 보낸다. 그러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먹는 걸 참아야 되나!’라는 허무주의와 회의에 빠지곤 했다.(건강을 위해서라도 과체중에서 벗어나 보겠다는 원래의 목적은 뒤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만다.)
먹는 걸 정말 좋아하는 내가(학교에서의 나의 별명은 ‘식신’이다. 어느 선생님께서는 내게 ‘먹방 BJ’를 해보라고 권유도 하셨다.) 매일 먹는 음식을 줄이고 참아야 한다는 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고됨만큼이나 내겐 힘든 일이었다. 못 먹어서 스트레스를 받으니 괜히 교실에서 별일도 아닌 일에 아이들에게 짜증내고 혼자 반성의 시간을 갖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 아침에 자다 깨어보니 이불 앞부분이 축축한 것이 아닌가? 꿈속에서 피자를 행복하게 먹는 꿈을 꿨었는데 잠결에 이불을 피자라고 생각하고 입으로 이불을 씹고 있었던 것이다! '다이어트를 이런 식으로 지속하다간내가 미쳐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날 그동안 참아왔던 와플을 혼자 4개나 시켜 다 먹어버렸다. 와플가게 사장님이 그런 나를 보고 살짝 놀라움의 눈빛을 보였지만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와플을 한 입 크게 베어 물때의 바삭함과 그 안의 고소한 치즈 크림, 그리고 상큼한 아이스크림의 조합이란...크~~~일주일의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라 가는 기분이었다. 체질적으로 술을 잘 못 마시는 내가 애주가들이 술잔을 입에 갖다 댄 후 “캬~~~”하는 감탄사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나도 와플을 이 맛에 먹으니까. 와플 한 개에 350~400칼로리가 넘는다고 하니 나는 그날 그 자리에서 거의 1500칼로리 이상을 먹어 치운 셈이다. 대신 집까지 2.5km를 걸어서 돌아갔다. 요즘엔 이렇게 일주일에 1~2일 정도 나는 와플 만찬을 즐긴다. 그리고 다시 와플을 먹을 날을 기다리며 일주일을 기꺼이 견딘다. 고행 뒤의 와플 만찬은 너무도 달콤하다.
나는 일주일에 한번씩 와플만찬을 즐기는 나름의 의식(ritual)을 갖는다
어쩌면 다이어트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숙제일지도 모른다. 다이어트만 그럴까? 삶을 살아가는 동안 크고 작은 문제들도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는 다이어트를 하되 마음을 좀 더 느긋하게 먹기로 했다.나에게 중간중간 '와플이라는 당근'도 주면서. 어차피 하루 이틀 만에 끝날 다이어트나 삶이 아니니 일주일 동안은 열심히 건강식으로 먹고, 열심히 운동하고 일하며 나 스스로에게 채찍질 한 뒤 마음껏 와플을 먹고 또다시 일주일을 최선을 다 해 살고...
물론 이러다 보면 '건강한 돼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요요보다는 다이어트와 좀 더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도 평생 친구로서.
이렇게 생활해 온지도 벌써 반년이 넘었다. 체중도 조금 빠졌지만 스트레스는 더 많이 줄었다. 오늘 아침도 나는 교실에 들어가서 아이들에게 즐겁게 인사한다. 그리고는 한 가지 꿀팁을 알려준다.
“얘들아, 와플**은 ㅇㅇ지점이 최고로 맛있어~~”
*다이어트 꿀팁*
과자나 빵 등을 과도하게 먹어 살이 찌는 게 두렵고 다이어트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면 음식 섭취 후 감식초나 계피(실론 시나몬) 가루를 두 숟갈 분량을 물에 타서 마시면 체중감량에 도움이 됩니다.(살을 찌게 만드는 주범인 인슐린 호르몬 수치가 내려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