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보통 음식을 맛있게 잘 먹는 사람들을 일컬어 '복스럽다'라는 말로 칭찬한다.그리고 옛말에 잘 먹고 죽은 귀신은 떼깔도 좋다라는 말도 있는걸보면 아무래도 소식보다는 맛있게 먹고, 이왕이면 많이 먹는걸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같다. 그러니 우리가 '먹방' 프로그램에 열광하는게 아닐까?
그런데 너무 잘 먹어서, 너무 많이 먹어서 등짝을 세차게 맞아본 적이 있는가?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의아해 할 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유년시절은 많이 먹어서 자주 혼났다. 게다가 가끔 손님이 오시면 철없던 내가 손님 접대용 음식까지 먹어버리곤 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등짝을 맞을만도 했다.
(그 당시 나의 밥상머리 교육은 정말 꽝이었다)
나는 항상 걸신들린듯이 먹어댔다.
"어머나~ 아이가 배가 많이 고픈가봐요~호호호..."
"집에서 많이 좀 먹이세요~ 아이가 허기진가보네~"
동네 사람들은 마치 '푸드 파이터'처럼 먹어대고 있는 날 볼때면 이렇게 우리 할머님께 말했고(당시 난 집안 사정상 할머님과 둘이 살았다) 할머님은 사람들한테 듣는 그 말이 다소 창피하셨나보다.
왜냐하면 조금 전까지 그렇게 밥을 많이먹였는데도 또 허겁지겁 먹어대니 할머님만 동네 사람들한테 손녀 배 굶게하는 매정한 할머니라고 오해아닌 오해를 받게해드렸던거다.
"문디 가쓰나~ 마 그만 좀 쳐무그라!"
(번역 : 손녀야 ~ 음식을 적당히 먹으렴)
"뱃속에 걸뱅이가 들어있나카이~?"
(번역 : 네 뱃속에는 거지가 들어있나보구나)
"남사시럽구로 와이리 마이 쳐묵노~?"
(번역 : 남들 보기에 부끄럽게 왜이리 많이 먹니?)
부산 토박이이신 할머니는 먹어도 항상 배고프다고 징징거리는 내 등짝을때리시며 적당히 좀 먹으라고 타박을 놓으셨다. (사실 난 맷집이 워낙 좋아 별로 아프진 않았다.)
한번은 할머니께서 선물로 받으신 곶감 60개를 할머니 몰래 몇 개만 빼먹는다는게 그만 하루 만에 60개를 홀라당 다 먹어버려서 결국 종아리까지 맞은 적도 있었다.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 살은 안쪘냐고? 엄청나게 먹어댔지만 워낙 산만하고 에너지가 넘쳐서(그때 당시에는 그런 용어가 없었지만, 지금으로 치자면 나는 ADHD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가만히 앉아서 숙제를 하거나 텔레비젼을 보기보다는허구헌날 동네며 집 근처에 있는 금정산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그래서였는지 그 당시의 나는 '포동포동하고 매우 힘이 센 근육돼지형 아이'가 되어 있었다. 햇빛에 까맣게 그을린 나는 금정산을 오르고 내려올 때면 흡사 새끼 맷돼지가 뛰어 다니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많이 먹는 식습관은 나이가 들어도 계속 되었다. 그런데 언젠가 부터 많이 먹고 나면 명치가 막힌듯이 아프고 속이 더부룩해져서 소화제를 먹어야했고 위벽이 헐어 병원을 가기도 했다. 위 내시경을 해보니 위 내벽이 시뻘겋고 위출혈 흔적도 있었다. 그러고보니 나는 음식을 즐긴다기 보다는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많이 먹는 편이라주인 잘못 만난 위는 끊임 없이 음식이 공급되는 통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초과근무를 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다 결국 위도 파업을 하려고 한거겠지.
먹는 습관은 여전한데 이젠 위장의 기능이 떨어져 식탐은 여전하지만 먹은 만큼의 음식을 소화하지 못하는것 같았다. 게다가 신진대사율도 40세가 넘어가면서부터 급격하게 떨어졌고, 직장생활과 집안일로 인한 스트레스로 간식을 너무 먹었으며, 양질의 음식보다는 인스턴트 음식을 주로 먹었다. 그 결과 겉으로는 과체중, 속으로는 위염과위출혈을 겪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될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운동을하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겠는데 먹는 양 조절이 문제였다.
처음엔 작정하고 한끼를 굶어보았다. 그러다 식사를 하게 되면 반대급부로 더욱 폭식을 하게 되었다. '오늘은 참자~ 참자~'를 외치다 결국 30분 뒤엔 치킨과 피자 한 판을 배달 시켜 미친듯이 먹고선 스스로 비판을 해대는 그런 식이었다.
한번은 아침에 머리를 감다가 저혈당 쇼크가 와서 욕조에 머리를 박고 기절까지 할 뻔 했었다. (저혈당 쇼크의 이유와 예방법은 다음에 자세히 언급하겠다)
어쨌거나 나는 여러가지 면에서 식사를 그냥 굶는건 맞지 않았다. 그래서 오랫동안 여러 자료를 찾아본 결과 내게 맞는 방법을정리 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아침에 공복이라 배가 극심히 고프면 녹차 티백을 2~3개를 한 번에 우려 마신다. (녹차에 있는 성분이 인슐린 수치를 낮춰서 공복감을 덜 느끼게 해 준다. 단 녹차를 진하게 먹으면 엄청 쓰긴 쓰다.)
2. 이건 매우 효과적인 방법인데 물통에 생수를 넣고 치아씨드를 2티스푼 정도 넣는다. 20분 정도 지나면 치아씨드가 몽글몽글 물에 불어나기 시작하는데 식전에 이걸 마시면 공복감이 많이 없어지고 배가 불러서 나같은 식탐가도 먹는 양이 준다. ( 치아씨드는 변비해결에도 탁월하다. 단, 화장실에서 용변 후 변기 안에 거대한 '아나콘다'?를 발견할 수 있으니 놀라지 말것!)
3. 물통에 생수를 넣고 볶은 귀리를 한 스푼 정도 넣는다. 귀리는 물에 부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리는데 식이섬유가 많아 포만감과 변비에도 좋고 시간이 지날수록 구수한 누룽지맛이 난다. 내 경우는 자기전에 미리 물통에 귀리를 넣어두고 다음 날 기상하자마자 마신다. )
4. 그리고 드디어 본 식사때는 '야채 ㅡ 단백질 ㅡ탄수화물' 순으로 먹는다. 이렇게 먹으면 정말 식사양이 줄 수 있다!
5. 마지막으로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한 날은 꼭 감식초나 시나몬 가루를 물에 타서 먹는다. 지방 저장 호르몬인 인슐린 수치를 떨어뜨려 주기 때문에 확실히 살이 덜 찐다.
나는 1~5번 까지의 방법을 모두 활용한다. 그러면 내 식탐을 원망하지 않고도 기분 좋게 먹고싶은 만큼 먹을 수 있다. 음식을 참아야하는 스트레스도 안받고, 화장실도 잘 가며(변비는 정말 싹 사라졌다), 뱃살도 줄고 체중도 줄었다. 참고로 치아씨드 불린 물이나 귀리를 불린 물은 식사전 30분 전에 한 컵 정도 미리 마셔야 한다. 그리고 와플 매니아인 나는 와플같은 고탄수화물(특히 가공 단당류)을 많이 먹고나면 감식초나 시나몬을 섭취한다.
그냥 굶고말지 굳이 번거롭게 그렇게까지 해야 되냐고?
이번 글은 나처럼 식탐이나 폭식을 참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꿀팁이니 그 점 참고 바란다. 치아씨드를 준비하고 볶은 귀리를 구입하는 일이 귀찮긴하지만 먹고자 하는 내 욕망을 포기하지도 않고 건강까지 지키겠다면 그 정도 노력은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