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자까야 Mar 14. 2023

잠자는 이불속의 개공주

집안에서 유일하게 놀고먹는 개상전 뽕 씨 우리 집에서 제일 많이 잠을 잔다. 하루 16시간 이상을 잔다는 고양이보다도 더 잔다.


언제나 수면 부족으로 피곤한 집사가  집으로 돌아오면  슬쩍  다가와서 냄새 한번  맡고, 엉덩이 좌우로 한번 씰룩거려 준다. 그걸로  환영인사를 퉁친다.(뽕이는 강아지이지만 꼬리를 흔들지 않는다. 기분 좋으면 엉덩이만 한 두번 흔들뿐이다)


다른 집 강아지들은 집사가 퇴근하면 현관 앞에서 점프를 하고 꼬리를 흔들어대고 좋아서 난리를 친다는데. 음... 우리 집에선 다른 나라 이야기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자택근무를 할 때 집사들이 하루 종일 집에 있어서 강아지들이 너무 신나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신나서 가족 모두에게 꼬리를 격하게 흔들어대느라  강아지 꼬리 인대가 늘어났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역시, 이런 일도 우리 집에선 다른 나라 이야기다.


그래도 잠자는 뽕이 모습을 볼 때면 밖에서 겪었던 온갖 번민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멍 때리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고 한다. '불멍'(불을 멍 때리고 보기), '물멍'(물을 멍 때리고 보기)들을 많이 추천하는데 나는 '뽕멍'(뽕이 멍 때리고 보기)을 하곤 한다.


뽕이 자는 모습을 보면 다채롭다.

조그만 녀석이 자면서도 할 건 다 한다.

'드렁드렁'  코도 골고 잠꼬대도 한다. 그러다 갑자기 '쩝쩝' 거리기도 한다. 아마 꿈에서 간식을 먹는 중인가 보다.


'뽀뽁!'


조용한 방에서 짧지만 강렬하게 공기방울 터지는 소리가 난다.

뽕이 방귀소리다.

1초, 2초, 3초... 곧 구리구리한 방귀스멜이 퍼지기 시작한다.

요놈 나 없을 때 대체 뭘 먹었길래.


방심하고 '뽕멍'하던 나는 '뽕방귀'를 먹었다.

'우ㅡ욱' 생각보다 냄새가 공격적이다.

"이 녀석 자다가 똥 싼 건 아니겠지?"


그래도 귀여우니까 봐줬다.

 뽕이는 좋겠다. 귀여운 걸로 먹고살 수 있어서.


'스윽~'뽕이가 눈을 게슴츠레 뜬다.

몰래 무음카메라로 뽕이 자는 모습을 찍고 있는데 요 녀석 또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쓸데없이 잠귀만 밝아서는.


"집사놈아, 꺼져..."


삼백안 뽕이가  또 집사를 꼬라보며 눈으로 욕한다.

강아치 눈빛 보소~


자다 깨서 개G랄 하기 전에 얼른 뽕이 씨에게 팔베개를 해주고 다시 잠을 재운다. 토닥토닥~

뽕이는 다시 '도롱도롱~' 코를 골며 잠든다.

뽕이 녀석  어제 회식 몇 차까지 간 거야?

조그만 녀석의 머리가 은근 무겁다. 팔에 쥐가 나기 시작한다.

뽕이 머리엔 조그맣고 단단한 짱돌 하나가  들어있나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나바다 노즈워크 장난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