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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Mar 18. 2023

몸에 좋은 피자

피자는 몸에 좋다.

눈가주름, 이마주름 피자.

굽은 목, 굽은 어깨, 굽은 등 피자.

직장생활 피자.

지갑 사정 피자.

내 팔자도 피자.

종국에는 우리의 삶이 꽃처럼 피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피자.

공황발작이 심할 땐 피자는커녕 음식 자체를 씹어 삼킬 수 없었다. 공황상태가 되니 모든 소화기관이 셧다운이 되었다.  그렇게 2년을 고생하다가 이젠 음식을 어느 정도는 먹을 수 있게 되니 늘상 먹던 음식도 새롭게 느껴진다.


무엇이든 생각하기에 따라 음식의 맛과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예전이었으면 피자 같은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해 약간의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었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얻는 행복은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다. 먹는 동안의 짧은 행복을 느끼는 것도 소확행의 종류라고 생각한다.

입안에 맛있는 음식을 넣고 1초, 2초...

잠시만 기다리면 좀 전의 우울한 기분은 사라져 버리는  마법을 느낀다.  


그리고 이왕이면 다홍치마. 

침샘이 자극되는 순간에 '나를 위한 좋은 말들'을 스스로에게 곁들여보자.


이젠 피자를 먹으면서도 내 삶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보고 싶다. 당연하게 생활했던 것들을 모두 잃고 다니 모든 게 새롭고 다르게 느껴진다.

 

"우울증 환자이지만 피자는 먹고 싶어".

(* 자매품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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