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옷과 줄넘기
내가 옷을 선택하느냐, 옷이 나를 선택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by
이자까야
Mar 20. 2023
날씨가 따뜻해졌다
.
큰일이다
.
더 이상 '김말이 깜장색 롱패딩'을
입을 수가 없게 됐다.
두꺼운 옷으로 온몸을 돌돌 말고 숨겨왔던 내 뱃살과 옆구리 가(그 두 가지를 합쳐 '배둘레햄'이라고도 부른다) 따뜻한 온도와 함께 대명천지에 드러날
상황이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
내 옷장 속의
불편한
진실.
옷장의 규모와 상관없이 언제나 내가 입을 옷 따윈 없다. 게다가 더 슬픈 건 내게 옷을 고를 선택권 따윈
없다는 것이다.
돈은 내가 냈는데 옷이 나를 선택한다.
옷에 내 몸이 들어갈 수 있으면 나는 그 옷의 간택을 받은 거다!
3개월 할부로 구매한 백화점 원피스는 몇 년째 나를 간택하지 않는다. 뱃살만 빠져도
원피스
지퍼가 올라갈 것도 같은데...
제길, 희망고문만 몇 년째란 말인가.
친구가 나더러 지지리 궁상이라며 그 원피스를 내다 버리란다.
무슨 그런
청천벽력 같은
말을!
어찌 희망을 버리란 말인가
?
사람은 희망으로 산다. (옷 한 벌에 나의 개똥철학이 발동한다)
현관 구석에 던져져 있던 줄넘기를 주워 들고 다짐한다
.
"원피스야, 더 이상 너의 간택따원 기다리진
않겠어."
"네가 아니라 내가 널 선택하리라
!
"
자의인지 타의인지 모르겠지만 착용금지되었던(?) 저 원피스를 이번엔 입고 말겠다
.
우울증 환자가 샤랄라 원피스를 입고 머리에 꽃까지 꼽으면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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