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어가다 건물이나 꼬마 빌딩들이보일 때마다 종종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도 양심? 은 있어서 고층빌딩을 바라보며 감히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난 '재벌집 막내아들'이 아니니까)
내가 아직 자본주의의 속물근성을 버리지 못해서 일까? 괜히 역세권 꼬마 빌딩을 유산으로 받은 내 친구가 부럽다.
갑자기 내 조상님들에게 원망 아닌 원망을 한다.
조물주 위의 건물주.
요즘 아이들도 꿈이 건물주란다. 그래놓고 학생부 진로희망란에는 의사. 과학자, 연구원 뭐 이런 학식 있는 직군들로 기입해 달라고 담임에게 떼를 쓴다. 잔망스럽지만 귀여운 남고생들이다.
나는 돈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 돈을 벌기 위해 대학생 때는 7개가 넘는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했다.(가진 건 체력밖에 없던 때였다) 3월 2일 대학을 입학하고 3월 3일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커피숍 알바부터 국영수 과외, 전화 영어 피커폰 수업, 번역, 논문 초록 영어 대필, 신상품 홍보 모델, 홈쇼핑 모델,지역구 선거 연설까지 닥치는 대로 했다.20살 풋풋한 여대생들이 소개팅도 하고 커피숍에서 친구들과 낭만과 소소한 여유를 즐길 때 나는 나보다 두세 배 많은 연배의 복부인들 사이에서 꿋꿋하게 부동산 투자 세미나를 들으며 부동산을 공부했다.(그때 당시엔 돈이 많지는 않았으므로 부동산 투자가 아니라 부동산 공부라고 명칭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렇게 하다 보니 또래에 비해서 조금은 더 빨리 경제력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그러는 과정에서 내 건강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젊었을 때는 건강과 시간을 바쳐 돈을 벌려하고 나이 들어서는 그 돈으로 건강과 시간을 사려고 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법정스님처럼 무소유의 구도자는 못될 것 같다. 그러나 매일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듯 삶은 물질적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므로 삶의 도구로써의 돈을 무시할 순 없다.
그러나 무엇이든 막상 잃어보면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제는 알 것 같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 그래서 '돌고 도니 돈'이라 하나보다.
돈 벌려다 병들고, 그래서 운동은 더 못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더욱 아프고... 악순환의 무한루프다.
내가 백만장자가 되면 뭐 하겠는가? 내 육신의 뼈대를 지탱해 주는 근육의 힘으로 걷지 못하고 휠체어에 의지해서 움직인다 한들 많은 돈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게다가 내가 들어갈 관짝에 현금을 가득 채워 죽은들 죽은 나에게 그 돈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음... 유산상속자한테는 좋을 수 있겠다)
한때 나는 '금수저'가 부러웠다. 그러나 지금은 "근수저"가 더 부럽다. 건강과 근육은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시간으로 등가교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급하지만 덜 중요한 것'과 '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것'이 있다. 건강과 근육이 후자에 해당된다.
일전에 멋진 럭셔리 스포츠카가 길거리를 지나갔다. 사람들의 동경 어린 시선이 그 차로 꽂혔다.(나도 그랬다) 그런데 그 차에서 '올챙이 체형의 쁘띠뽀짝한 운전자'가 내리자 사람들의 눈빛은 동경에서 "그럼 그렇지~"라는 실망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우리가 마블의 아이언맨에 열광하는 이유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은 배역인 '토니스타크가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하늘을 날아다녀서'다.그러나 아이언맨 수트가 없는 토니스타크는 더 이상 히어로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저 돈 많은 아담한 사이즈의 중년 CEO처럼만 보인다)
우리에게 있어 아이언맨 수트는 근육이다. 근육이 생기면 체력이 올라가고 자신감도 올라간다.(TMI : 근육에서 ATP가 만들어지고 미토콘드리아가 활성화되어 체력이 올라간다. 그래서 소위 근육이 많은 두꺼운 허벅지를 가진 남자가 스태미나가 좋다는 건 낭설이 아니다) 근육으로 이루어진 아이언맨수트를 입은 나는 마치 슈퍼 히어로가 된 느낌이 든다. (실제로 삶의 질이 달라지므로 과거에 비해 '슈퍼맨 같은 삶'을 살 수 있다. 단지 하늘만 날아다니지 못할 뿐)
ㅡ과학 상식 한 꼭지 : ATP가 뭐예요? ㅡ
*ATP : 근육에 저장되는 아데노 3인산으로 생물의 에너지원.(에너지를 생산하고 방출함)
*미토콘드리아 :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에 존재하는 소기관으로서 대부분 ATP 재합성이 일어나는 체내의 발전소이며 일련의 화학반응을 통해 ATP가 생성된다.
미친 듯이 돈도 벌어보고, 그 과정에서 건강도 잃고 근육도 잃어보니 이젠 금수저보다는 근수저가 부럽다. 물론 여전히 세속적 욕망을 가진 나로서는 금수저이면서 근수저이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면 근수저가 되고 싶다. (사실 마블에서 제일 강한 히어로는 근육맨 헐크다. 분노조절이 안 되는 히어로이긴 하지만.)
나의 꿈은 100세에(당장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삶이라지만 내가 그때까지 오래 산다면) 보디빌딩대회에 나가는 게 꿈이다. 이왕이면 '세상에 이런 일'보다는 '기네스북'에 등재되고 싶은 꿈이 있다. 꿈을 크게 꿔서 나쁠 것 없지 않은가? 때론 그런 황당할 수도 있는 꿈이 내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세계 최장수 80세 보디빌더 Ernestine Shepherd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금수저보다는 건강한 근수저를원한다. ('건강한'이라는 조건부 수식어를 붙인 것은 근육을 키우겠다고 '로이더 등의 스테로이드계의 약물'을 복용해서 근육을 키워 도리어 건강을 해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가 다시 건강을 찾고, '노장의 근육'이란 이런 것이라고 직접 시연하면서 내 경험을 글로 쓰며 많은 분들과 공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