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자까야 Apr 17. 2023

천재인가 미치광이인가 도파민형 인간

나는 미치광이에서 천재가 될 수 있을까?

3년 전인가 서점에서 책 제목 하나로 덜컥 책을 구입했다. 이 책의 원제목은 Dopamine Effect다. 원제목은 사회과학적 측면을 충실히 다룬 다소 드라이한 내용이다. 그러나 한국판 제목 '천재인가 미치광이인가 도파민형 인간'이라는 키워드가 이 책이 다루는 핵심 내용을 잘 현출 한 듯하다.


원래 자신 안에 있는 것으로 바깥 세계를 바라보고 투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문제점 및 성향에 대한 평소 고민이 이 책으로 해결점을 찾아보고자 했던 것 같다.


ㅡ매사 충동적이고 한번 마음먹은 것에 대해서는 물, 불을 가리지 않는다.


ㅡ무엇인가를 한번 시작하면 중간이 없다. 그 결과 비록 행동에 대한 결과물이나 성취는 이룰지언정 심신이 피폐해지곤 했다.


ㅡ언제나 미래를 생각하고 계획한다. 아주 신변잡귀적인 예를 들자면 점심을 먹으면서 내일 점심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다. 내일 먹을 점심메뉴를 생각하느라 지금 먹는 점심식사의 맛이 얼마나 맛있는지 충분히 누리고 느끼지 못한다.


한마디로 나는 'Now Here', 즉 지. 금. 여. 기. 를 누리지  못하는 인간이었다. 그러니 나는 어떤 행동의 성취에 대한 찰.나. 의 즐. 거. 움. 은 느낄지언정 나의 행복은 'Nowhere', 다시 말해 '어디에도 없었다'라는 슬픈 고백을 할 수밖에 다.

 

어릴 때부터 줄곧 어떤 일에 흥미가 생기면 그 일에 몰입하며 밤을 지새우곤 했다. 그 일을 완수하기 전까지 일종의 흥분상태를 유지하며 머릿속에서 그 일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 결과 소소한 성과들을 이룬 적이 많았다. 그러나 정상적인 생활리듬을 포기한 대가로 건강과 성과물을 등가교환해야 했다.


상식이 늘고 과학분야에 대한 다양한 서적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나는 혹시 '도파민형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이 네 가지 구성물질로 이루어진 호르몬이 사람을 폭주기관차로 만드는 것이다.


욕망의 분자라고도 불리는 도파민의 순기능은

인간으로 하여금 엄청난 추진력을 발휘하게 만들어 창조자, 성취가가 되게 한다. 아인슈타인, 뉴튼, 소크라테스도 도파민형 인간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이들은 현재의 삶보다는 미래를 만드는데 모든 것을 집중시킨다. 그래서 이런 천재들이 세상을 바꾼다.


위대한 천재들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 도파민의 위력을 느낄 수 있다. 일례로 하기 싫은 운동을 하다가도 운동 후 30분쯤 뒤에 우리 뇌에서 나오는 도파민이 나오기 시작한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고 운동 퍼포먼스를 올리는 runner's high 현상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도파민을 천연 마약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문제점은 도파민은 우리를 추진력 있게 나아가게 하지만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처럼 우리를 중독자로 만들어 낭떠러지로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섹스중독, 알코올중독, 마약중독등도 결국 도파민을 제어하지 못해 일어나는 참극이다.


도파민은 욕망과 끈기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도파민을 어떻게 조율하여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도파민에 대한 통제회로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적절히,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미래를 치밀하게 계획하고, 구상하여 과감한 추진력과 열정적 끈기로 획기적인 창조자가 될 수 있다.

                  미치광이가 될 것인가 천재가 될 것인가?

도파민 회로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미래를 계획하고  실현되지 않은 것들을 실현되도록 상상하고 추진하게 만드는 도파민회로. 그러나 언제나 현실의 것들을 포기하게 만들고 강박증과 날카로운 신경증에 시달리게 만든다. 브레이크가 없는 폭주기관차 같은 도파민회로다.


한 가지는 현재지향적인 도파민회로로서 그것이 소소한 그림 색칠하기나 목공예라 하더라도 당장 실현할 수 있는 것들을 내 손으로 직접 행하고 누림으로써 현재 속의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회로다.


한마디로 도파민은 인간의 삶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호르몬임은 자명한 일이지만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의 기능이 상황에 따라 협업을 하듯 미래지향적 도파민 회로와 현재지향적 도파민 회로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인간은 밝은 미래를 지향하면서도 풍부한 현재의 경험을 추구하며 지치거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인간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같지만 우리의 많은 행동은 호르몬에 의해 움직이는 비이성적 존재이기도하다. 그러나 중도(中道), 즉 균형과 조화를 어떻게 이루어나가느냐는 우리가 선택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문제이다.


뜬금없는 이야기 같지만 나는 힘들 때마다 옷을 만든다. 정확히 말하면 옷을 리폼한다는 말이 맞다. 어쩌면 진작에 재활용 박스에 버려져야 할 옷들을 요즘 트렌드옷으로 리폼한다. 그것도 재봉틀이 아니라 손바느질로 말이다. 그렇게 아마 몇 백 벌은 족히 만들었을 것이다. 한 땀, 한 땀 바느질하고 있는 내 모습을 누군가가 본다면 인터넷 클릭 한 번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의류에 왜 그리 시간을 허비? 하고 있나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언제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계획하고 성취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내게 옷을 만드는 손바느질 행위는 최소한의 브레이크 장치라는 것을.


나의 미래지향적인 도파민을 잘 유지하면서도 소소하지만 나에게 현재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현재지향적인 도파민회로를 하나씩 가동시킴으로써 미치광이 같은 도파민형 인간이 아니라 언젠가는 창의적이고 더 나아가 내 안의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인간으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고 여자 담임의 언어(바르게 쓰자, 우리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