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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Jul 31. 2023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 ㅡ도파미네이션을 읽고

나는 무엇에 중독인가?

 나의 어린 시절에는 지금에 비해 나는 모든 면에서 참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할머니께 맛있는 걸 사달라고 졸라대도  5일장이 설 때를 기다려 장날 물건을 고르고 채소 등 이것저것 비닐백과 손잡이가 달린 길쭉한 플라스틱 장바구니에 한가득 물건을 가득 담아 낑낑대며 다시 버스를 타고, 집까지 걸어가야만 했다. 그렇게 날은 저물고 저녁을 먹고 나면 잠을 잤다.


 지금은 무엇이든 초스피드 시대다. 지금 당장 핸드폰 클릭, 마우스 크릭, 또는 패드 터치 한 번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빠르면 밤에 주문한 물품이 새벽에 문 앞에 배송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구매클릭이 어느덧 삶에서 '필요에 의한 행위'가 아니라 '취미나 재미'로 변질된 듯하다. 나의 경우는 그렇다.


그저 '클릭ㅡ 장바구니ㅡ 구매 ㅡ도착'의 일련의 순식간의 과정이 나의 도파민 분출을 자극하는 듯하다. 한동안 스키너의 상자처럼 매일 구매의 클릭, 클릭의 반복이었다. 그러나 현관에 적재되어 있는 택배 박스.  


"OMG! What the hell did I do?! "


 커피도 마찬가지다. 정신과약 복용 이후로 약물성분과 카페인이 충돌하면 구토를 하거나 약효과에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에 1년이 넘도록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주기적으로 며칠 동안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정신과약을 먹지 않기도 했다. 카페인이 주는 그 즐거움과 쾌락이 깃든 자신감으로 커피를 마신 날은 나는 슈퍼맨이 된듯한 착각에 빠진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세상 긍정적이다.


 부작용은 없냐고?  당연히 정신과약을 먹지 않았으니 과항진 상태는 진행되었고 커피를 마신 후 가뜩이나 불면증에 시달리는데 온몸에 염증이 올라오도록 며칠을 뜬 눈으로  밤을 새워야만 한다. 입안의 심한 구내염과 입술에는 수포까지..  알면서도, 쾌락뒤의 필연적인 고통을 알면서도 나는 커피를 끊을 수 없다. (게다가 커피맛은 왜 그리 좋은 것인지...) 


 나의 이런 고백은 결국 내가 도파민  중독에 취약하다는 반증이다.  도파민네이션은 정신의학 및 중독의학 교수이자 본인 스스로 우울증과 중독에서 고통을 받은 연구자이자 당사자이기에 나의 감정이 투사되는 점이 많았다.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쾌락과 고통의 저울'을 통해

1. 끝없는 쾌락은 고통을 가중시킨다.

2. 회복은 절제로부터 시작된다.

3. 절제는 뇌의 보상 경로를 다시 정상 상태로 만들어주고 이를 통해 단순한 쾌락에도 고통 없이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준다.




"쾌락과 고통은 쌍둥이다."

                      ㅡ도파미네이션, p69ㅡ


신경과학자들은 쾌락과 고통이 뇌의 같은 영역에서 처리되며 대립의 메커니즘을 통해 기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우리가 쾌락을 느끼면 저울의 반대편인 고통은 자기 조정메커니즘(즉 저울의 수평작용)이 작동되어 쾌락을 느낀 만큼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내게 있어 가장 심한 중독은 무엇이었을까?


1. 커피 중독

2. 스마트폰 중독

3. 식탐(배가 고프지 않아도 고통스럽도록 먹으려 한다)


정답은 위의 내용 전부이다.

내가 "커피를 즐기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식사를 한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중독'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스마트폰을 시도 때도 없이 과도할 정도로 이용해 왔고 커피와 음식을 비정상적으로 섭취하여 결국 심각한 부작용(섭식장애), 즉 고통까지 느끼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도파민의 보상과정'이란 처음엔 쾌락을 느끼기 위해 어떤 행위에 몰입을 하게 되지만 나중엔 쾌락을 느끼기 위해서라기보다 '심신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즉, 중독적 행위를 하지 않으면 쾌락이 아니라 '고통이 엄청나게 되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중독에 빠져든다.


요즘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오피오이드계 약물(펜타닐과 같은 마약성 진통제)도 사람들이 더욱 중독이 되는 원인이 약물을 끊으면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행인 점은 일반적인 중독현상은 (마약성 진통제류 제외) 중독 대상이 없는 상황으로 30여 일 동안을 견디게 되면 쾌락과 고통의 저울이 항상성의 원리에 의하여 수평을 이루게 된다. 이 상태가 되면 산책, 친구들과 식사를 즐기기 등의 일상의 소소하고 단순한 보상에서도 쾌락(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는 저자 자신이 로맨스 소설 중독에서 어떻게 벗어났는지 내담자가 아닌 의사이면서 환자였던 자신의 사실적 경험담과 함께 다른 환자의 구체적 사례를 보여주고 있어 피부에 더 와닿았다.  더불어 많은 실험 사례들을 통해 중독의 메커니즘을 자세하고 쉽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처음엔 작은 중독이라도 그것에 의해 또 다른 중독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은 삶 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다. 우리 주변의 편리함과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들을 향유하는 것과 중독에 빠져들어 고통 속에 빠져 사는 것은 한 끗 차이 같기도 하다.


무엇이든 밸런스가 필요하다. 쾌락과 고통의 저울을 수평을 맞출 수 있도록 '중도'의 삶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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