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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Aug 19. 2023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를 읽고

누구에게나 필요한 모욕 대처 매뉴얼

 우울증과 범불안장애가 심해지면서 타인을 만나는 일이 내게는 그리운 일인 동시에 기피하고 싶은 이율배반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사람은 사람에 의해 사랑받기도 하지만 사람들에 의해 상처를 더  많이 받는 것 같다.  정신과에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사람들에 의해 마음이 베이고 생채기, 심하게는 난도질당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서로서로 인간에 대한 상식과 예의를 갖춘다면 바로 그런 세상이 유토피아가 아닐까. 그러나  현실은 상식보다는 몰상식, 예의보다는 무례함과 폭력이 판을 치는 '디스토피아'다. 그러다 보니 밖에 나가거나 타인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화에도 괜스레 몸을 움츠리게 된다. 날 선 칼날을 맞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사람들 때문에  안 좋은 일을 겪으면 그런 일은 그저 잊는 게 상책이라고. 그런 이들에게 나는 말해주고 싶다.  끊임없는 회피기제와 현실의 외면의 종착지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라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싸울 땐 싸워야 한다. 그리고 싸우려면 이기되 후회 없이 잘 싸워야 한다. 싸움에서 무조건 이기겠다고 비열한 짓을 했다간 내 양심과의 싸움에서 패배하게 될 수도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래서 '모욕의 매뉴얼'이 필요한가 보다.


작가 김별아는 복마전 같은 세상에 비굴하게 살거나 일방적 모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했다.


은미희 작가의 말처럼 세상을 지혜롭고 엽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매일의 인간관계 속에서 허둥대거나 상처 주고 상처받은 말을 할  일이 없어 질지도 모른다. 더 이상 악을 쓰고 날 선 모습으로 살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지천명.( 知天命)

하늘의 이치를 알 수 있다는 나이에 다가왔음에도 나는 아직도 삶의 이치를 몰라 허둥대고있다.


작가 김별아가 먼저 겪은 세월의 흐름, 또는 나이 먹음의 과정을 나도 겪고 있나보다.  그녀의 모욕과 신난 한 삶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내 삶을 대입시켜 본다.  

나는  나의 모욕의 매뉴얼을 어떻게 만들어야하나.




김별아의 에세이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는 한 꼭지, 한 꼭지의 글들의 호흡이 길지 않아 짬짬이 읽기가 편하다. 각각의 글들을 읽으며 나보다 몇 년을 더 살아온 인생 선배가 내게 친절하게, 그러면서도 삶에 대한 통찰력을 깨우쳐주는 대화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치  아는 언니와 전화통화를 하고선 나이 듦과 살아가는 것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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