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헬쓰장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작은 헬쓰장이라 회원 연령대가 다소 높은 편이다. 특히 오전 11시 경 쯤에는 헬쓰장이 어르신들의 마을회관 분위기로 잠시 바뀐다. 어떤 어르신은 뽕짝을 틀고 요가매트 위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거나 어떤 할머니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거울을 보며 약수터 박수 운동을 하신다. 직장인이나 대학생이 많은 평소 저녁 시간대와는 다르게 이 시간대의 헬쓰장의 광경에서 세삼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일단 어르신 회원들은 대부분이 팔다리가 가늘다. 전체적으로 살집이 있는 분들도 상체와 복부에 비해 팔과 다리가 상대적으로 가늘다. 소위 '거미형' 체형인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배는 나오고 팔, 다리는 가늘어 지는 거미형 체형이 된다.
회원들이 대부분 단지 내 이웃주민이라 그런지 '헬르신'(헬쓰 +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모여 부동산이며 자식 자랑에 한바탕 이야기 꽃을 피우곤 하신다. 집이 몇 채니, 우리 아들이 대기업 과장으로 승진했다는 내용 등등...
그런 말을 하는 할머님 또는 할아버님의 표정엔 자부심과 뿌듯함으로 가득차 있다. 당연히 평생을 일궈온 결과물들에 왜 보람과 뿌듯함이 없겠는가? 충분히 이해가고 남을 일이다. 그러나 그분들의 다리는 뿌듯한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왜소하기 그지없다. 근육은 전혀 없고 앙상한 팔과 다리를 보고 있노라면 어쩌면 생물학적으로 바라 본 젊음과 노화는 하체 근육으로 구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엉덩이 근육과 다리 대퇴부 근육이 빠져서 노년에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되면(아직 중년이거나 청년기라 할지라도 걷거나 계단을 오를때 다리가 아픈 사람들도 포함하여)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삶에서 많은 것들을 잃을 수 있다. 아무리 큰 집에 살아도, 좋은 차를 소유하고 있어도, 내 자식이 사회적으로 성공하더라도 내 두 다리가기능을 상실 해 간다면, 그래서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 가는 일은 고사하고 화장실 가는 일 조차도 쉽지 않게 된다면, 또한 누군가를 만나러 나가는 일도 힘들어지고 사회생활도 점점 단절되어 가며 그동안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게 된다면, 결국 우리의 삶의 질과 자존감은 떨어지고 만다.
노년기에 다리 근육이 없어지고 전체적인 신진대사도 느려지는 이유 중 하나는 사고나 질병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단순한 운동 부족이 원인이라고 한다. 우리는 가까운 거리도 자가용을 이용하고 계단보다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다리는 우리 몸 전체를 지지해 주는 기둥과 같다. 그 기둥이 무너지면 우리 몸도 무너진다. 운동은 단순한 몸매를 위한 것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이다. 특히 중년부터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나도 지금은 운동을 할때 다리 근육,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엉덩이 근육(대둔근, 중둔근, 소둔근)을 포함한 다리 근육(대퇴 사두근, 대퇴 이두근)을 만들기에 전체 운동 시간 중 많은 부분을 투자하고 있다. (맞다. 나는 시간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 노년을 위해 투자하고 있는 중이다!) 젊었을때 당연하게 주어졌던 하체 근육의 소중함을 이제서야 깨달았다고나 할까?(그래도 지금이라도 깨달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죽기전까지 걷고 싶다면 스쿼트를 하라>의 저자 고바야시 히로유키에 따르면 우리는 전체 수명 중 건강한 시기를 빼고나면 스스로 거동을 못해 누워만 지내는 시간이 평균 10년이나 된다고 한다. 저자는 책에서 스쿼트는 하체 근육을 단련해 줄 뿐만 아니라 요실금 예방, 면역력 향상, 변비 개선 등 많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매일 스쿼트를 5분 정도만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인생은 확실히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내가 스쿼트를 매일 실시 해 본 결과(스쿼트 챌린지 한 달을 도전 해 보았다.) 확실히 체력이 향상되어 쉽게 지치지 않게 되었고, 계단을 10층 이상 올라가도 숨이 차지 않으며, 무엇보다 힙업이 되어 청바지를 입었을때 뒷태가 예뻐졌다는 평을 들었다.(물론 극.소.수.의 평이었다...)
하체 운동에 탁월한 스쿼트는 올바른 자세로 해야 부상 위험이 없다.
그런데 나와 함께 스쿼트를 했던 지인분 중 한분이 며칠 뒤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스쿼트가 정말 좋은 운동이긴 하지만 스쿼트 동작 시 무릎에 너무 힘이 들어가거나 무릎이나 허리 가동 범위를 잘못 하면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 그래서 스쿼트 초보자들을에겐 '월싯'(Wall-Sit) 동작을 추천한다. (중년 이후부터는 운동 중 부상을 당하면 회복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고강도 운동 보다는 부상의 위험이 적은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월싯'(Wall-Sit)동작은 일반 스쿼트처럼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는것이 아니라 벽에 등을 대고 무릎을 직각으로 구부린 상태에서 30초에서 2분 정도까지 유지하면 된다. 학창 시절에 선생님께 혼날때 하던 투명의자 자세와 매우 비슷한데 벽에 등을 기대고 하기때문에요통이 전혀 없고 스쿼트 자세가 불안정한 사람이 하면 자세 교정에도 좋다. 또한 일반 스쿼트처럼 무릎을 굽히고 피는 동작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발생될 수 있는 무릎이나 허리 부상이 없는 장점이 있다. 쉬운 동작같지만 한 자세를 계속 유지하기 때문에 운동량은 더욱 크다.( 근육이 수축된 상태를 유지하는 운동을 '아이소메트릭'(Isometric)이라고한다.)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벽에 기대고 무릎이 직각이 되도록 굽힌다. 이때 무릎이 발끝을 넘어가면 안된다.
장소나 시간, 복장에 구애받을 필요도 없고 벽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 양치를 하면서도 할 수 있고, 내 경우는 월싯을 하면서 몇 분 짜리 짧은 동영상을 시청하기도 한다. 가끔 학교 영어 듣기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식곤증에 졸려하면 단체로 벽에 붙어 월싯을 하며 듣기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힘들어하지 않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이들이 월싯을 할때는 나도 함께 한다. 승부욕이 강한 남학생들이라 아줌마 선생님에겐 절대 지지않겠다며 남다른 저력을 과시하는 학생들도 있다.)
기본 월싯이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여러가지 응용동작을 할 수 있다. 다리 사이에 물건을 끼우고 할 경우에는 허벅지 안쪽 물렁살까지 탄력있게 만들 수 있고, 월싯을 하면서 허리를 좌우로 돌릴 경우엔 허리 라인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월싯을 고강도로 하고 싶을 경우 덤벨이나 무게감이 있는 물건을 들고 실시해도 효과적이다.
하루에 꾸준히 2~5분씩(힘들면 시간을 잘게 나누어 여러번 해도 된다.)투자하여 노년에도 건강한 하체를 갖게 된다면 그 어떤 적금이나 펀드 상품보다 미래를 위한 확실한 투자가 아닐까 생각된다. 80세, 90세에도 내 다리로 어디든 갈 수 있는 투자를 지금부터 하는건 어떨까?
*아이소메트릭 운동(등척성 운동) : 근육의 수축과 이완 동작 없이 힘을 준 상태로 근육에 부하를 주는 운동 방법. 관절에 부담이 적기 때문에 재활이 필요한 환자나 운동 초보자, 중년 이상의 사람들에게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