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오늘은 아파트 단지 내 헬쓰장에서 대여해 주는 공용 황토색 티셔츠와 반바지나 대충 입고 운동해야겠다..."
헬쓰장에서 준 아파트 이름이 크게 찍혀 있는 품이 큰 황토색 티셔츠와 어정쩡한 길이의 색이 빠진 남색 반바지를 입고 전신 거울 앞에 서 보니 이건 뭐...내가 지금 운동하러 온 건지 '가마솥 황토 찜질방'에 온 것인지 모르겠다. 여기에 수건으로 동그랗게 양머리만 말면 완벽한 찜질방 패션이 완성될것 같다.
찜질복같은 옷을 입고 운동하자니 영 기분이 안난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하나 둘~ 하나 둘~~ "
평소에 나는 주로 타이트한 트레이닝 상의와(원래는 전문 웨이트 트레이닝용 탑을 입고 운동하는데 동네 헬쓰장이고 아는 주민분들이 많아 탑은 입지 않는다. 품위있는? 교사의 길은 은근 고달프다...) 긴 9부 레깅스를 입고 운동한다. 그런데 오늘은 아드레날린이 팍팍 나오는 운동을 하기에 시동이 영 걸리지 않는다. 헬쓰장 전면 거울 앞에 서서 황토방 찜질 복장을 입은 나는 요가, 타바타 또는 고강도 웨이트 트레이닝보다는 왠지 '허이차~ 허이차~' ,하고 기체조를 해야 더 어울릴 모양새다.
운동도 옷빨이 중요하다
아니, 운동을 하는 게 중요하지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운동복 패션' 타령이냐고?
어머, 지금까지 헬쓰장에서 대여해주는 황토 찜질방 옷 또는 아무 옷이나 입고 운동하신 분들께 '전문 트레이닝복을 안 입어는 봤어도 한 번만 입어 본 사람은 없다'는 스포츠웨어의 효과와 기능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운동 효과도 어느 정도 옷빨, 장비빨이다.
내 말을 좀 들어보았으면 한다.(참고로 나는 절대 스포츠웨어 전문 업체와는 그 어떤 관계도 없음을 미리 밝힌다.) 몸을 제대로 꽉 잡아주는 트레이닝용 상의(꼭 민소매탑이 아니더라도 신축성 좋은 몸에 잘 맞는 '드라이핏' 소재의 반팔 티셔츠도 추천한다.)와 탄성이 좋은 레깅스를 입고 운동을 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지 알아보자.
스포츠웨어를 입고 운동하면 뭐가 좋을까?
첫 번째, 스포츠웨어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과학이다.
기본 소재가 땀에 젖으면 무겁게 축 쳐지는 일반 면 소재와는 달리 폴리어스테르 함량을 적절히 배합한 '드라이핏 소재'는 땀이 나는 즉시 바로 땀이 증발하여 옷이 금방 마르기때문에(속건기능) 운동이 끝날 때까지 상쾌함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다한증 또는 운동 시 땀 수준이 아니라 '땀물'이 줄줄 나는 분들께 적극 추천한다. (운동복 전문점에 가서 '드라이핏 소재로 주세요', 라고 이 한 마디만 기억하자. 그러면 스포츠웨어 매장에서 '운동 좀 하는 사람'의 느낌도 낼 수 있다.)
가끔 별생각 없이 회색 면 소재의 바지를 입고 열심히 운동하는 분들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엉덩이 한가운데가 흠뻑 젖어, (그럴리가 없겠지만) 혹시 운동하다 실례를 했거나 요실금은 아닌지 자꾸 걱정스레 상대방 엉덩이 쪽을 쳐다보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참고로 나는 학교에서 수업할 때 절대 회색 면 티셔츠를 입지 않는다. 수업을 열강하다보면 땀이 나곤 하는데 겨땀 한 번 잘 못 흘리면 두고두고 아이들에게 흑역사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문 트레이닝복은 '폴리우레탄'이 적절히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옷의 신축성이 좋아져 스트레칭이나 요가와 같은 관절 가동범위가 큰 운동을 하기에 편하다. 보통 레깅스(남녀 레깅스 둘 다 마찬가지다)에 폴리우레탄이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다. 전에 어떤 분이 신축성 없는 일반 면 츄리닝 바지를 입고 스트레칭을 하다 바지가 뜯어진 적이 있다.
운동복의 기본은 신축성이다
두 번째, 일단 멋진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으면 남들이 약간 날 멋지게 쳐다봐주는 그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다. 나는 이것을 '무대 위의 효과'라고 부르고 싶다. 패션의 완성은 자신감이고 그 자신감이 나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준다. 복근 운동도 전에는 20개 겨우 하던 것도 남들이 날 주목하면 30개는 거뜬히 하게 된다.우리 동네 헬스장은 회원들이 대부분 무료로 대여해 주는 공용 헬쓰장복을 입고 있어 전문 트레이닝복을 입으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트레이닝 상의가 네온 형광색일 경우에는 그날 헬쓰장의 주인공은 내가 된다. 형광 컬러가 발산하는 컬러감 덕분에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따로 필요 없다.
상상해보라. 모두들 나를 쳐다보는데 어떻게 대충 운동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이럴 땐 남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는다는 듯한 무심하고 시크한 표정은 필수다.)
오늘은 피곤하니 그냥 가볍게 몸만 풀고 오자고 헬쓰장에 갔다가 결국 주변의 시선과 기대심에 부응하고자 혼자 바디빌딩 대회를 앞둔 선수처럼 하드코어 운동을 하고 만다.
그러다 누가 '운동 참 잘하시네요~'라는 예의상의 말이든, 진심이 한소끔 들어간 칭찬의 멘트라도 들을라치면 그 날은 거의 '헬쓰장에서 뼈를 묻고 오리라'라는 심정으로 빡세게 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칭찬에 쉽게 우쭐해지는 깃털보다도 가벼운 마음의 소유자다!)
멋진 트레이닝복은 웬만한 운동 부스터나 자양강제 영양제보다 낫다.
마지막으로, 타이트한 트레이닝복을 입으면 부위별 운동을 할 때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을 제대로 알아차릴 수 있어 한 동작의 운동을 하더라도 운동 효과가 커진다. 내가 한 달 전쯤에 썼던 '드로우 인' 동작(나의 이전 글 '뱃살을 녹여주는 드로우 인을 아시나요?' 글 참조 바람)의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헐렁한 옷 안의 내 뱃살은 안일함과 편안함에 취해 힘 하나 주지 않은 무방비 상태가 되지만, 타이트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으면 배에 힘이 절로 들어간다. 지인 중 한 분은 보정속옷보다 트레이닝복 상의가 신축성도 더 좋고 군살을 편안하게 잡아준다며 평소에도 보정속옷 대용으로 입곤 한다. (참고로 남성분들은 뱃살을 눌러줘서 배가 들어가는 착시효과도 있다.)
스포츠웨어를 입으면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과 변화를 체크할 수 있다.
좋은 운동복을 입고 운동하는 것에 대해 굳이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 트레이닝복이 운동 필수품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리고 복장 따윈 상관없이 진짜운동에만 전념하는 소위 '성골' 운동파도 있겠지만, 무릇 우리는 작은 변화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던가.)
또한 살이 너무 쪄서 아무리 예쁜 기능성 트레이닝복을 입더라도 멋져 보이기는커녕 울룩불룩 나온 살이 창피하다는 분들도 있다. 물론 창피하다. 나도 그랬다. 첫날 딱 하루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두 번째 날부터는 멋진 트레이닝복을 입은 내 자신이 그렇게 부끄럽거나 싫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 편)의 유명한 대사 'Manners maketh man'처럼 매너와 태도가 사람을 만든다. 그리고 그런 매너와 태도는 절도 있는 옷차림에서 나오는 듯하다. 그러니 킹스맨 주인공 '에거시'도 품격 있는 정장을 입으면서부터 멋진 요원이 되어가니까. 복장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크다.
내 몸을 사랑하고 운동 기량 향상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운동복이 필요하다.
참고로 운동 시 여성이든 남성이든 레깅스를 입으면 운동하기엔 편하지만 엉덩이 부위나 소위 Y존이라고 하는 앞부분이 민망할 수도 있다. 내 경우엔 레깅스 위에 짧은 운동용 반바지(그래선지 나이*에선 아예 세트 제품으로 나온다)를 레이어드로 입으면 더 이상 부끄럽지 않다.
등산갈 때도 일반 운동화를 신을 때와 등산화를 신을 경우 산을 오르내리는 느낌이 천양지차다. 이왕 운동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새해 선물로 나를 위해 멋진 트레닝복을 나 자신에게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건강과 패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당신은 헬쓰장에서 주인공이 될 것이다.
*운동복 상식
요즘 출시되는 운동복은 신축성을 담당하는 폴리우레탄과 땀과 습기를 빠르게 방출시키는 폴리에스터 드라이 핏 소재가 사용된다. 또한 각 부위의 근육의 움직임에 최적화되도록 일반 의류보다 절개라인이 디테일하게 들어가 있어 힙은 업 되어 보이고 다리라인은 슬림하게 표현해 주는 바디 컨투어링 효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