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감염을 우려해 되도록 집에만 있다보니 이렇게 웃픈(웃기고 슬픈) 유머도 생겨난것 같다.
나부터도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최근엔 헬쓰장도 거의 가지 않고 있다.(코로나 감염에 대해 타인의 땀같은 분비물이 많은 헬쓰장은 더 위험하다.) 그런데 집에만 있다보니 답답하고 심심하고, 심심하니 군것질이 당긴다.
얼마전 마트에서 말린 누룽지를 구입했다. 누룽지는 구수하면서도 과자에 비해 건강에 좋다며 식탁에서 한 입, TV보다 한 입, 설거지 하고나서 한 입. 그러다보니 어느새 누룽지 한 봉지를 다 비워버렸다.
그제서야 누룽지 포장 껍질에 쓰여진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10인분.
왜, 난 항상 다 먹고 나서야 그런게 눈에 들어 오냐고!!!
그 날 저녁 아파트 1층에 있는 음식 쓰레기 수거함에 음식물 찌꺼기를 버리고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우리 집은 11층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불현듯 예전 텔레비젼 한 프로그램에서 봤던 가수 김종국의 계단오르기 장면이 떠올랐다.
김종국씨가 100Kg이 넘는 동생들과 롯데타워 123층 전망대까지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었다. 평소에도 계단 오르기 운동을 즐겨한다는 김종국은 동생들을 이끌고 40분을 목표로 롯데타워 꼭대기까지 오르는 내용이었다.
그때 김종국이 계단오르기를 힘겨워하는 동생들에게 했던 말들은 이랬다.
김종국 :
"춘식아! 힘든 건 네 몸이 아니고 마음이야!"
"123층 생각하지마! 층수는 숫자에 불과해"
"일단 발을 올리면 몸은 따라온다!"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100kg의 동생들 :
"다신 살찌지 말아야겠다."
"형, 저를 그냥 버리세요!"
김종국은 123층 롯데타워도 계단으로 올라가는데 11층 우리 집은 별것 아니라는 생각에 갑자기 나도 집까지 계단으로 올라가보기로했다. 엘리베이터를 포기하고 비상 계단 문을 호기롭게 열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9층까지 오르니 심박수가 올라 가고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11층에 도착하니 이게 뭐라고 조금 뿌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충동적인 나는 이왕 필 받은 김에 운동화로 갈아신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가서(내려갈 땐 무릎 관절 보호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번엔 아파트 건물 꼭대기 26층이 목표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팔을 앞뒤로 흔들며(이왕이면 팔뚝 살도 좀 빠졌으면 ...) 계단을 올라갔다. 이미 계단을 한 번 올라가선지 7층에서 부터 숨이 가빠왔다. 15층에선 땀이 한바가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해서 18층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헉헉거리는 숨을 고르고 다시 올라갔다. 드디어 26층 도착! (이 날은 이렇게 누룽지 10인분의 죄책감을 해소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지난번 글에 고강도 인터벌 운동(HIIT)에 관한 글을 포스팅했었는데 계단 오르기를 제대로 해 보니 이거~이거~ 고강도 인터벌 운동 못지 않게 계단 오르기운동도 강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나는 평소 운동을 해도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 아닌데 계단 오르기를 할땐 땀이 엄청 많이 났다. 요즘처럼 코로나때문에 헬쓰장이나 야외에서 운동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혼자 계단 오르기를 하니 안전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집에서 홈트를 하면 다른 잡다한 일에 치여 운동을 대충 하다 마는 경우가 많은데(그나마 집에서 운동이란 걸 하면 다행이지만) 계단 오르기는 층수라는 목적지가 확실하기 때문에 목표량을 채우기에도 좋았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날씨 걱정도 필요 없다. 그리고 나에게 가장 좋은 효과는 계단 오르기 후 물을 많이 마시게 되어(계단 오르기를 20층 이상 한번 시도 해 보았으면 한다. 등산 못지 않게 목이 탄다) 물배 덕분에 배가 불러 간식이 안당긴다.
해 마다 봄에 개최되는 롯대월드타워 국제 수직마라톤 대회(LOTTE WORLD TOWER INTERNATIONAL SKY RUN)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김종국처럼 롯대월드타워 123층까지 2917개 계단을 오르며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색 스포츠 대회다. International Skyrunning Circuit Federation(ISF)에서 운영하는 Vertical World Circuit(VWC)의 공식 레이스로 개최되는 이 대회는 서울 대회를 시작으로 밀란, 호치민, 파리, 뉴욕, 런던, 베이징, 마닐라, 상하이, 두바이, 오사카, 홍콩 순으로 11개 도시에서 개최된다. 금년에는 이례적으로 코로나의 여파로 인해 대회가 언제 개최될 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연습해서 내년엔 나도 참여 해 볼까 한다.
작년 스카이런 대회 포스터
계단 몇 번 오르고 대회까지 참가하려고 하냐고? 목표가 있으면 좀 더 꾸준히, 그리고 제대로 계단 오르기 운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매일 목표는 1층~26층 3번 계단 오르기에서 차차 회수를 늘려갈 생각이다) 그리고 요즘처럼집에만 머물러 있어야하는 상황에서 일상의 나태함을 벗어버리기 위해서라도 내겐 명분이 필요했다. 꾸준히 계단 오르기를 연습하고나서 어느 정도 실력이 향상되면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을 학급 아이들에게도 계단 오르기 운동을 전파해 줄 생각이다.
집에만 있어 답답한가?
집에서 게임만 하고 도통 움직이지 않는 우리 아이들을 보고만 있는 것이 화가 나는가?
헬쓰장에 못가서 근손실이 일어날까봐 걱정이 되는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누구도 하지 않는 계단 오르기 운동에 동참 해 보지 않겠는가?
혹시 모른다. 내년 '롯데월드 수직 마라톤 대회'에서 나와마주칠지.
내년 봄에는 나의 '수직 마라톤 대회' 참가 후기를 올릴 수 있도록 기대해 본다.
*계단 오르기 운동 효과*
1. 하체 근력 강화
2. 심폐지구력 강화
3. 유무산소 결합운동으로 칼로리 소모가 높음.
(60kg 사람 기준 30분 걷기는 63칼로리가 소모되는 반면, 60kg 사람 기준 30분 계단 오르기는 220칼로리 소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