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축제

단 하루, 금녀의 집에 그녀들이 몰려온다.

by 이자까야

고등학생들은 대학생들이 부럽다.


5월과 10월은 대학교 축제가 많이 열리는 계절이다. 그래서인지 대학교 근처에 위치한 고등학교 학생들은 교실 밖에서 들려오는 대학교 응원가와 북소리, 공연소리, 노래소리 등의 젊음과 생기가 넘쳐나는 왁자지껄한 소리를 들으며 우울한 표정으로 수업을 듣는다. 교실에 앉아 있는 아이들의 슬픈 표정들을 보고 있노라면 좀 애잔한 마음이 들기도 하다. 몇몇 아이들은 교실이라는 곳에 육신이 갇혀 있어야만하는 자신들의 팍팍한 수험생 삶을 한탄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입시 이후에도 아직 군대와 취업이라는 인생 2종 세트가 더 남아있다는 것을 모른고 있는 듯 하다.) 특히 대학교 축제 기간 중 야간 자율학습까지 해야될 때면 야자 감독 선생님 몰래 야자실을 탈출하여 축제가 벌어지는 대학교로 원정 구경을 가기도 한다. 다음 날 불어닥칠 담임 선생님의 불호령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겠다는 젊음의 패기를 몸소 실천한 것이다.


고등학교에도 축제가 있다.


그러나 그렇게 대학생들을 마냥 부러워만 하던 아이들도 일년 중 단 하루만은 대학생 부럽지않은 설레이고 신나는 하루를 보낸다. 고등학교에도 축제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학교는 축제라는 명칭보다는 동아리 한마당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 하루를 위해 각 동아리 부원들과 학생회 아이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축제 준비를 한다. 왜냐하면 평소 이성에 대해 쇄국정책을 펼치는 우리 학교도(우리 학교는 남고임.) 이 날 하루 만큼은 외부인들과 여학생들에게 학교 문을 활짝 개방하기 때문이다. (외부손님 중 여학생들의 비율이 98%이다. 이러니 어찌 우리 학교 남학생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텅빈 교실들


학교축제는 하루 동안만 진행되지만 (이 날은 전교생 모두 정규 수업은 동아리 전시회 관람으로 대체된다.) 준비 과정은 한 달 전부터 시작하여 일주일 전 쯤엔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시기에 교실에 수업하러 들어가면 교실에 학생들이 별로 없어 교실이 휑 하다.


"반장? 반장? 교실에 반아이들이 왜이리 없는거니?"


"........"(침묵)


저런, 반장 마저도 축제 준비하러 나가서 교실에 없단다. 텅빈 교실에 남아 있는 몇몇 아이들만 나를 쳐다보며 오늘은 학생들이 없어 아무래도 수업이 안될것 같다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씨~ 익하고 웃는다. 이럴땐 나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사실 속으론 나도 수업을 안하게 되어 기뻤다. 오늘 못나간 진도는 내.일.의. 나.에게 맡기지뭐..) 큰 선심을 쓰듯 오늘 수업은 자습이라고 선포한다.


동아리별 발표 프로그램


축제 당일은 오전부터 학교가 시끌벅적하다. 이 날은 거의 모든 교실과 운동장에 여러 동아리들의 전시회 부스가 차려지고 각종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점심시간부터 운동장 한쪽에 간이 노래방을 설치한 음악 동아리는 "우워~~ 어~어" 소몰이 창법의 발라드 노래를 한없이 불러 대기 시작한다.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절규에 가까운 고음 삑사리에 교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선생님들은 안타까움의 탄성을 지르기도한다.


운동장 다른 한쪽에선 음악 동아리에 질세라 태권도부의 송판 격파 시범을 한다. 구경하는 여학생들 앞에서 강인한 상남자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 송판이 아니라 본인 손이 격파되는 참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수상한 철학반 아이들


운동장 여기저기 꽃을 파는 꽃돌이들도 보이고 (나도 꽃 하나 강매 당했다..) 천막을 치고 맛있는 떡볶이와 소떡을 파는 1일 분식집도 열렸다. 그런데 교문 쪽에 책상 3개만 달랑 가져다놓고 빈둥빈둥 앉아 있는 철학반 아이들이 수상하다. 미술 동아리처럼 다른 대부분의 동아리들은 구경 올 여학생들을 맞이하기 위해 몇날 며칠 동안 축제 준비에 올인하는데 저 철학 동아리 아이들은 특별한 준비도 없이 표정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는건가? 내심 궁금하던 차에 축제 당일 교문 앞에 문지기처럼 앉아 있는 철학반 아이들을 발견한 것이다. 호기심에 그들을 지켜보니 이 녀석들은 우리 학교로 축제 구경하러 온 여학생들의 손금을 봐주겠다며 여학생들의 손을 이리저리 만져대는 것이 아닌가! 이녁석들은 제사보다는 제삿밥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이 응큼쟁이 녀석들같으니라고...

결국 이 날을 끝으로 철학반은 풍기문란 죄목으로 동아리가 해체되고 말았다.


축제 하루를 위해서 우리의 낭랑 17세, 18세 아이들은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대는 모습에 '차라리 저 에너지를 공부에 쏟았으면 전부 SKY 대학은 갈 수 있을텐데'라고 생각하는 나는 어쩔수 없이 옛날사람 또는 꼰대가 아닌가 잠시 반성을 해 본다. 그러나 아이들이 단 하루라도 끼와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남은 입시생활을 잘 이겨나가길 바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한때 찬란하게 반짝였던 자신들의 젊음의 한 페이지를 추억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Q : 여러분들은 고등학교 축제에 관한 즐거운 추억을 갖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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