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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Aug 02. 2021

공황장애가 바꾸어 놓은 것들.

죽음과 함께 자아를 찾아간다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feat. 가수 김태화)


오늘도  자살하고 싶은 마음을 겨우겨우 꾹꾹 눌러내며 약과 함께  견뎌냈다.


무시로 떠오르는 나를 괴롭힌 가해자 얼굴들.

특히 유난히 나를 지금까지도 끝까지 괴롭히고 있는 그. 사..! (사실 사람이라는 단어도 아깝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에 해가 될까  애써 모른채 묵도하는 직장동료들과 주변 사람들. (언젠가 공황장애 관련 사이트에서, 공황장애에 걸려보면  인간관계가 명확하게 정립된다는 어느 환자의 말이 떠오른다.)


그동안 직장에서  약하고 온순하게 보이려고만 노력해서(대체  그랬냐고?  소위 2000년 당시만 해도, 아니 지금까지도 외모가 교사 답지  못하다는 이유가 제일 컸다. 제길... 사다운 외모가 대체 뭐란 말이냐?!)  몇몇 사람들에게는 " 생긴건 여우같은데 성격은  곰같다"라는 말이나 자주 "착하다"라는 긍정적인 피드백?(나이 먹어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40세가 넘어 착하다?=  "멍청하고 순진하다" 로 해석되어지니까)  과 몇몇 악질적인 사람들(요즘엔 쏘시오패쓰 라는 말로 일반화 되었다) 에게는 만만한 상대이자 먹잇감이 되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각성하다.


죽음 가까이에 가서야 드디어 스스로 각성되었다!


20년이 훌쩍  넘는 조직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의 모습을 자처했었고 복마전같은  조직에서 그저 살아남기위해 겸손을 굴다  못해 비굴한 미소까지 지으며 상대에게  납작 엎드렸다.  

거짓 웃음과 진실의 눈물..,


단지 조금이라도 튀지 않고 조용히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그냥 그뿐이었다.


나름의 처세술이라고 믿고 살아왔던 나는 지금에서야 내 밥그릇도 제대로 못챙기는 멍청이거나, 타인이  내게 함부로 대해도 따지기는 커녕, 애써 속으로 "더러운 것은 피하는 것이 맞다"라고 합리화하며 제대로  입도 뻥끗 못하는  얼간이에 불과했다.


 그리곤  집에 와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는 누구를 향한 욕인지도 모를 소리를 괴어내며 끙끙거렸다. (나의 바보같고 초라한 과거의 모습을 글로 쓰며  객관화 시켜보니 지난 날들이 참 창피하다.)


직장에서 비겁하고 타협적으로 살아왔던

결국  내가 얻은 것은 "정신병"이다. 


대학때의 친구들은 이런 지금의  나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사립 교직원, 그것도 남자 고등학교에 몸을 담기 전의 나는,  할 말은 다하고, 부당한 것에는 맞써 싸우며,  힘든 일을 겪는 타인을 보면 슈퍼 히로 되어도  동네 양아치 정도는 잡는 소위  "힘쎈 언니"였다. 나는 절대 먼저 싸움을 걸진 않았지만(맹세코!)  내게 싸움을 걸어오면 지지않았다. ("나는 그렇게 해서 교사가 되었다" 글을 참조하시길...)


타협과 비굴의 한끝 차이


그랬던 내가 교사라는, 소위 누군가는 "철밥통"이라는 안정감을 주는 타이틀과  생계 때문에 점점 사립학교라는 "섬마을 같은  폐쇄된 조직"에서  괜히  모난 돌로 보여 정을 맞지 않도록 몸을 사려왔다.  부당하다 못해 범죄에 가까운 일을 겪어도 (내 엉덩이를 만지거나,  내게 매일 인격 비하나  야설에서나 나올 듯한  성적 농담을 해도  나는 그저 입을 다물고 어설픈 웃음으로 그 순간을 모면하려고만 했다.  그리고 퇴근  후 이불 속에 부들부들 몸을 떨며 눈물만 흘리는 서글픈 처세술에 익숙해져 버린 채 나는 더욱 비굴해져갔다. )


20대 교사신절엔  스트레스로 체중이 40키로그램까지 빠졌다.  


그리고 위 출혈과 위염에 시달렸다.


그 다음엔 탈모가 찾아 왔다. (4년간 가로 세로 직경 10센치 이상의 탈모가 와서 중국 변발족이 되었다. 그때 처음 흑채를 사서 발라봤다. 땀을 흘리면 머리에서 검은 물이 떨어지므로 주의해야한다 !)


그 이후엔 몸에 이유 모를 염증으로 관절부위마다  부어 올라 몸을 움직이지 못해 가끔 병가를 냈다. (그것도 꾀병이라고 날 욕하고 다닌 사람들...당신들도 꼭 겪어보시길...무릎  염증에 무릎이 퉁퉁 부어 관절을 못 구부리게 되면 화장실도 못가게 된다. 그땐 정말이지 배설 문제로 인간의 존엄성?  마저 위협 받는다.)


그렇게  20년 동안 참고 견딘 결과는...


좋게 말해  우울증  최고단계와 중등도 공황장애다.

쉽게말해 나는 정신병자가  되었다. (다행히 항상 "광녀" 상태는 아니니  걱정마시길...현재도 치료에 온 힘을 다하고 있고 발작 횟수는 약물 덕분에 줄어들었다.

 그러나 간헐적으로 발생되는 발작 강도가 너무 세져서 그게 큰 문제점이다.,.)


사실 어제도 이 더럽고 힘든 현실이 버겨워 죽음을 생각을 했다. (다행히 다량의 안정제가 나를 잠들게 해서  일단 또 한번의  위기는 넘겼다. 정신과약 정말 중요하다!)


누군가 그랬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에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그래서 나름의 노력을 하다하다 결국  현실 불가능이라는 유리벽에 부딪치면, 열심히  하던 게임을 리셋해 버리듯

자신의 생명의 스위치를 꺼버리려고 한다고.


나는 항상 어제보다 오늘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부자도 아니고, 엄청난 명예를 바란 것도 아니고 그저 어제 보다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요즘 말로  "업글형 인간" 그것이 나의 삶의 목표였다.  

그래서 나는 "우공이산"이라는 말을 참 좋아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하루하루 견디기가 참으로 힘들다.


지금이라도 나는 비굴한 삶은 살지 않겠다


물론 많은 것들을 잃게 된 현재의 나는, 비록 몸은 발작에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고(발작 후의  내 몸은 피가 나고 멍이들고, 관절 연골이 튀어 나오고... 이럴거면 차라리 MMA  프로 격투기 선수가 될걸 그랬다.^^) 누더기가 되었을지언정  이 거지같은 누항의 세상에서  그동안 나를 괴롭히고 모욕한 것들과 맞부딪히고 싸우려한다.


최악은 죽음.

이젠 그것도 두렵지 않다.


법륜 스님이 그런말을 하셨던가?

인간은 죽음 직전까지 가봐야 평생  몸에 붙어 있는 악습을 한 번에 고칠수 있다고.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어느 도서관에서  읽었던 책 제목인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나는 이 말이 꽤 마음에 든다.


여전히 남자중심의 대한민국에서, 피해자보다는 가해자 인권을 우선시 하는 나라와 조직에서, 그리고 남자교원들이 득세하는 사립 남고에서(물론 좋은 남자 교직원들도 많이 있다. 그분들께는 진심으로  양해를 구한다) 비굴하게 몸을 낮추기만 했던 소수자들 중의 소수자이며 약자였던  나는 이제 스스로 나를 바꾸고자한다.


이젠 더이상 비겁하게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다.

누구나 다 알지만 자신의 밥 그릇을 지키고자

 애써 외면했던  옳고 그른것들.

그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세상에 밝히고 싶다.

잔다르크?!  나따위가 언감생심..바라지도 않는다.

난 그저 최소한의 내 삶에 대한 존중과 인격에 대한 올바른 권리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작은 소망이 하나 더 있다면 나중에 이  모든 역경의 항해를 무사히 잘 쳐 나간다면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돕고 싶다.


인생 별거있나?

나는 대체 무엇이 그리 무서워 그리 살았단 말인가?!!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결심해 놓고도 안정제를 먹으며 빌빌거리고 있는 나지만  어쨌든,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이 힘든 상황을 난 꼭 이겨낼거다!)



저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초라한 경험을 담은 글이 저와  비슷한 경우를 겪고 계시거나, 같은 병을 앓고 계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복용약으로 인해 글이 다소 두서없고 거친 부분이 있더라도 이해해주세요.


저는 지난 20여년 사회적 페르소나에 갇힌 채 외롭고  견디기 힘든 일들을  웃음이라는 가면 뒤에서 오롯이 혼자 삭혀내야만 했습니다. 누군가의 따뜻한 용기 한마디, 또는 조언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악화가 되진 않았을것 같습니다.


부디 반 세기 가까이  살아온 저의 경험이(저는 항상 창피함을 무릅쓰고 진실을 담은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어느 분께는 정신과 약 이상의 도움이 되길 희망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 힘든 상황을 잘 극복할수 있게 응원해 주세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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