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다량의 수면제를 먹어야 겨우 서너시간 잠을 잘 수 있다.수면제 없인 아예 잠을 못자게 된지 8개월째에접어들었다.(수면제에도 내성이 생겨가고 있어 걱정이다)
수면제를 먹고 나면 30분쯤 뒤(그날그날 약 기운이 퍼지는 시간은 조금씩 다르다) 수면제와 진정제가 온 몸에 스멀스멀 퍼지는 느낌이 난다.
이 시간이 나는 가장 행복하다.
하루종일 경직 되었던 내 몸이 잠시라도 긴장이 풀리게되고 눈꺼풀이 조금씩 내려간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은 딱 거기까지.
약에 의해 강제로 잠에 빠져든 나는 꿈 속에서 다시 지옥이 시작된다. 그동안 겪었던 수많은 성추행 사건들, 소위 직장에서 '태움'이라고 불리는 괴롭힘들, 그리고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봐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 나를 애써 못 본척 외면했던 직장 동료들.
그들의 목소리와 미세한 표정 그리고 날 괴롭히며 웃고 즐기던 그 목소리과 옷차림 컬러 까지 꿈에서 선명하고 생생하게 무한 재생된다.
꿈속이라그런지 물속에서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내 몸은 한 발 내딛기도 어려울 만큼 마음대로 움직일수 없는고통에 허우적 대기만한다.
그렇게 나는 억지로 3시간 정도를 잠인지 고문인지도 모를 가수면 상태에 있다가 잠에서 억지로 깨어난다.
수면제를 먹고 3시간 정도 자는 동안 나의 뇌는 전혀 쉬지 못했나보다. 잠에서 깨고 나면 혓바늘이 혀 전체에 허옇게 돋아나 있고, 입 안과 잇몸엔 온통 구내염이 올라와 치아가 흔들릴 정도의 통증이 느껴진다. 양치 중엔 입 안에서 피와 치약의 거품이 뒤섞여 세면대 일부는 핑크빛이 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수면제 약 맛이 목구멍으로 역겹게 올라온다. 나의 아침(정확히 말하자면 새벽이지만)은 눈을 뜨는 순간 괴로움과 엄청난 피로감, 그리고 어젯밤에 먹은 역겨운 약맛의 여운으로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생각하는 것은 "그냥 죽어버릴까?" 였다.
언제까지 이런 끝도 없는 생활을 견뎌야하는건가?
그러나 고통은 확실히 상대적인 것같다.
드디어 자면서도 공황발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자는 것 자체도 내겐 매번 고통이었는데 이젠 자는 도중 과호흡 증상까지 일어났다. 평소라면 의식적으로 심호흡이라도 깊게 하며안정을 찾으려하고, 병원에서 처방 받은 진정제를 재빨리 투여하면 발작은 좀 진정되는데 이럴땐 정말이지 속수무책이다.
차라리 악몽만 꾸며 괴로웠던건, 지나고 생각해보니 힘겹지만 견딜수는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젠 자다가 급사할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든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웃긴것이 하루에도 몇 번씩 자살을 생각하는 나였지만 그렇게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자는 도중 아무도 모르게 급사 당하고 싶진 않았다.
대학병원에선 증상이 점점 악화만 되어가는 나를 진찰하시는 정신과 교수님이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대학병원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정신과 교수님께 그런 한줄평? 같은 진단을 받고 그날도 약물을 줄이기는 커녕 어쩔수없이 부작용을 감내해 가면서 대량의 약을 처방 받았다. (공황발작과 심각한 우울증엔 정신과 약 복용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부작용은 없을 수가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약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다음에 설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