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등도 공황장애 213일차 그리고 43번의 자해

삶과 죽음의 경계

by 이자까야

나는 항상 주변 사람들로부터 강철 멘탈로 불리웠었다.(과거형에 주의^^;)


예전에 한 지인분이 심리치료 상담을 받으러 갈때 나도 호기심에서 따라갔다. 얼떨결에 나도 전문 상담가분께 상담을 받게되었다.


1시간 이상의 상담.


그리고 상담 선생님이 나에 대해 했던 말 중 지금까지 기억나는 말은 '나'라는 사람은 워낙 타고난 강철멘탈이라 마음이 나약한 사람을 공감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원래 태생적으로 유리멘탈로 태어난 사람들도 있으니 강철멘탈인 내가 그들을 나약하다고 생각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그들을 이해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내가 교사라서 특히 학생들을 대할때의 유의점을 조언해 준것 같다)


난 참 강했다...

학교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퇴근 후 부정적인 생각을 할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 될때까지 운동을 하거나 매일 10km 이상을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파워 워킹을 했다.

'걷는 여자 하정우'였다.,


그렇게 그날그날의 씁쓸함과 하루의 쓴맛을 씻어냈다.


그리곤 다음날 아침 일찍 학교에 웃으며 출근했다.

(사실 진심으로 웃은건 아니었다. 내가 기분이 좋아야 내 학생들도 긍정적 영향을 받으니 항상 텐션을 업 시키기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작년 12월 10일 나는 중등도 공황장애와 최고 단계의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7개월 동안 40여번이 넘는 자해와 다량의 정신과 약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다.

복용 약의 개수가 점점 늘어간다...약 먹다 배부르긴 처음이다.


강철멘탈이 유리멘탈이 되긴 커녕 멘탈 자체가 부셔져 버린것이다.


공황장애라...

나는 그 말을 연예인들이 가끔 언급하거나 신문 기사에서 보던 단어였다.


나는 공황장애 증상이란것이 타인들 앞에서 다소 경직되고 의욕이 없어지는 그 정도의 병인줄 알았다. (물론 공황장애 정도가 약할 경우는 그럴수도 있다)


내 경우는 일단 학교에서 눈앞이 새까맣게 변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증상과 과호흡 증상이 찾아 왔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까지 쓰고 업무를 보던 상태라 과호흡 증상이 나타나면 가슴이 미어지고 호흡 정지가 일어날것 같아 죽을 맛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마스크를 써서 내 표정을 감출수 있어 내 옆 자리 동료 선생님도 한동안 내 증상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다 작년 겨울.

내게 과호흡 증상과 이명현상 및 환각증상까지 일어났다. 이러다 정말 죽을것 같아 평소 학교에서 밝은 이미지를 위해 애썼던 나였는데 체면이고 뭐고 오직 살기위해 업무 도중 교내 학생 전문 상담교실인 위클래스(we class)로 달려갔다.


ㆍㆍㆍㆍ


그날부터 지금까지 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다.


학기말엔 학생들 학생부 마감의 중요한 시기라 학교에서 나이스를 입력하다 두 번의 발작을 해서 재택 근무로 대체되었다.

(다행히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정신과 약을 잠시 끊고 이틀 만에 모든 학생들 생기부를 입력했다. 정신과 약을 먹으면 인지 능력이 심하게 떨어진다.)


공황발작이 어떤 느낌인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환청, 환각 증상은 견딜만 한데(구토증상이 나서 TV나 음악도 못 듣는다) 제일 죽을 맛인건 물속에 사람을 처넣어놓고 몇 시간씩 숨을 못쉬게 물고문 당하는 느낌이다.


나는 공황발작이 시작되면 길게는 8시간 이상 지속되기도 했다. 정신과 약도 듣지 않아 약의 부작용을 감내하면서 약 강도를 점점 올려야만했다. 2주만에 7킬로그램이 그냥 빠졌다.


긍정의 아이콘이었던 나는 그 상황에서도 다이어트가 저절로 되어 좋지 않겠냐고 애써 스스로 위안했다. 그러나 머리카락도 왕창 빠져버려 마치 몰골이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My precious "를 외치는 골룸처럼 변해 있었다.


공황발작이 일단 시작되면 죽을것 같은 고통과 괴로움을 아예 차단하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자해를 시작하게 되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를 이런 고통을 겪을 바에는 단번에 고통을 마감하고 싶었던것 같다. 칼, 송곳, 가위, 펜, 샤프 등 뾰족한 것 등으로 내 몸을 그어대고 벽에 머리를 찍어대기도 했다.

약혐주의!



집은 하루가 멀다하고 피바다가 되었다.

어느 날엔 간지러워 팔을 긁었더니 팔목에서 샤프심이 튀어 나왔다.


2주 동안 내 몸에 샤프심을 품고 살았다..


다행히 진정제와 다량의 처방 약을 먹으면 잠시 동안 진정이 되고 머리가 멍해지며 기절하듯 잠을 자게 된다. (그러나 오래 잠을 자진 못한다)

수면제와 진정제를 먹어도 밤에 겨우 3시간 정도 자는 일이 허다했다.


그리고 7개월 가량 난독증까지 생겨 독서는 전혀 못하게 되었다. (드디어 9개월 만에 이렇게 브런치에 다시 글을 쓰게 되었지만 ㅡ이것도 내겐 작은 기적이다ㅡ 난독증 때문에 독서광의 소중한 책들은 어느새 물건 받침대로 락하고 말았다)


작년 12월부터 병원 가는 날 이외에는 (이 날은 길거리에서 발작하고 난리도 아니다) 내 방에서 거실로 나오기까지 2개월이 걸렸다. '히끼꼬모리'의 마음을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ㅡ 병으로 인해 저조한 컨디션과 난독증 때문에 다음 편에 계속 글을 이어 나가겠습니다. 제 글이 비슷한 상황과 병으로 고통을 겪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제 경험을 공유하고 싶습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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