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교사 다운 외모가 뭔데요?

by 이자까야

본의 아니게 "라테는 말이야"(Latte is a horse *사전에는 없는 말이므로 찾아보진 말길 바란다)라는 말을 시전 좀 해야겠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인식이 좋아졌지만 나는 밀레니엄이 시작할 때 교사 임용이 되었다.


그런데 임용이 되자마자 어르신 선생님들로 부터 지적을 많이 받았다.


내가 수업을 못해서?

아니면 옷을 교사 답게 입지 않아서?

(나는 더위에 쪄 죽어도 정장만 입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칠판 판서에 편한 '교사스러운' 카디건만 수 십 벌이다.)


※참고로 교사들은 의외로 정장재킷을 잘 안입는 편이다. 입학식, 개교기념일, 졸업식, 학부모 수업참관일 등과 같은 행사가 있을때만 입는다. 수업 중에 칠판에 판서를 많이 하기때문에 재킷을 입고하면 판서하기가 불편하다. 그래서 카디건이 단정하면서 편하다.



내가 지적을 받은건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더더욱 수업으로 지적을 받아본 적은 한 번도 없다.(쓸데없는 수업부심 이해 바란다)


그들이 지적한 건 내 외모였다.


제길, 내 외모가 어때서?!


그분들이 말씀하시길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얼굴이 '교사 외모'가 아니란다!


"아니, 교사 같은 외모가 도대체 뭔데?! "


얼굴이 너무 얄상하고(지금에서야 브이 라인 얼굴형이 대접받는 시대지만 예전엔 동글동글~ 동그라미 얼굴형들이 더 대접을 받은 시절이 있었다), 생머리도 너무 길단다.


초임교사였던 나는 '교사외모 강령'이 따로 있는 줄 알았다.

(교육법에 단발령 따윈 없다. 그런데...그땐 나도 너무 초보 교사라 몰랐다)


그래서 나는 초임교사의 패기로 그날 바로 퇴근길에 미용실로 갔다. 년간 기른 허리까지 오는 찰랑이는 긴 머리를 귀밑까지 잘라달라고 요구했다. 내 머리를 자르면서 헤어디자이너분은 무슨 일이 있어 이렇게 긴 머리를 싹둑 자르냐고 물었다. (아마 남자와 처절하게 이별했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긴 머리가 바닥으로 두두둑 떨어질 때 눈 물 몇 방울도 함께 떨어졌다.

오기가 생겨서 아예 뽀글이 파마까지 했다. (지금 그때의 사진을 보니 인생의 흑역사다ㅠ )

다음날 다시 정장을 입고, 짧은 뽀글이 파마로 학교로 출근했다.


"이젠 외모 가지고 더 이상 어르신 선생님들이 뭐라고 안 하겠지."


누가 봐도 '줌마스러운 20대 초임교사'를 보고 어제 내게 외모 지적을 하셨 그 어르신 선생님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금 보니, 이자까야 선생은 긴 머리가 훨씬 낫네"

라고 말하고서는 다급히 복도 저 편으로 사라지셨다.



"으아아!!! 내 긴 머리 돌리도!!! "


*첨언 : 내게 외모 지적하신 그분의 외모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음 노코멘트하겠다.

우리 좋은 말만 하고 살자.



가끔 지금도 그때의 생각이 나서 울컥 할 때가 있다. 내가 병이 나아서 혹시 학교로 다시 복귀하게 된다면 아예 보란듯이 양갈래 머리를 하고 출근할거다.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가 있지 않은가?!!!(물론 남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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