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없이 글쓰기 #1
누군가 좋아하는 계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으레 겨울이라고 답한다.
땀은 없지만 더위를 잘 견디지 못하는 체질과 겨울에는 만성적인 편두통이 좀 잦아들기 때문도 있지만, 그냥 어릴 적부터 겨울 특유의 분위기가 좋았다.
주변에는 겨울보다 여름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실내에만 머무르는 겨울보단 활동적인 여름을, 칙칙하고 앙상한 겨울보단 초록빛의 싱그러운 여름을 더 좋아한다.
여름이 좋은 이유도 공감하지만, 고요하고 깨끗한 겨울이 더 좋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선호하기에, 모든 계절 중 가장 고요한 겨울이 좋다.
또, 반듯하고 정리된 환경을 좋아하는 편이라 날카롭게 깨끗한 느낌이 드는 겨울이 좋다.
겨울 중에서도 아침 시간이 제일 좋다.
어린 시절 등굣길부터 지금의 출근길까지, 공동 현관문을 처음 나설 때 아릴 정도로 파랗게 끼쳐오는 찬 기운을 좋아한다.
에일 듯이 얼굴을 스치는 바람에 몸을 움츠리고 숨을 내뱉으면 보이는 하얀 입김도 좋다.
긴 겨울밤에 쌓였던 고민들이 하얗고 가볍게 날아가, 하루를 제대로 시작하는 것 같다.
가을이 끝나갈 무렵 온도가 떨어질 예보가 보이기 시작하면 괜히 마음이 설렌다.
아직 입김이 나오기엔 온도가 높다는 건 알지만 매일 아침마다 허~하고 입김이 나오는지 확인해보기도 한다.
가끔 예상치 못하게 입김이 보이면 드디어 겨울이 오는구나 하며 마음이 들뜬다.
겨울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도 좋아한다.
어릴 때는 단순히 눈이 오면 밖에서 더 재밌게 놀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아했다.
밤 사이 눈이 오길 매일 기도하며 잠에 들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커튼을 젖혀 눈이 왔는지 확인하곤 했다.
그러다 진짜로 눈이 온 날이면 반짝거리는 마음에 얼른 바깥에 나갈 준비부터 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눈이 오기를 기대한다.
어린 시절처럼 놀고 싶어서가 아니라 눈이 오면 마음이 고요하게 정리되는 것 같아 좋다.
특히 밤 사이 조용하고 하얗게 쌓인 눈을 보면 괜스레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또, 눈이 내리는 하늘을 보고 있자면 별이 쏟아지듯 예쁜 모습이라 하염없이 바라보게 된다.
겨울과 눈이 좋아서 일본의 삿포로도 좋아했다.
지금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가 되어 가지 않지만, 스무 살 적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좋았다.
하룻밤이 지나면 모든 것을 하얗고 깨끗하게 덮어버리는 모습이 좋아 네 번이나 찾아갔다.
한 번은 공원에 앉아 두 시간 동안 아무도 밟지 않아 도화지 같은 눈만 보고 있기도 했다.
지금 보면 별 것도 아니지만, 당시에 힘들고 복잡했던 마음이 하얀 눈처럼 깨끗해지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다.
26년 새해는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강추위였다.
덕분에 더 차분하고 기분 좋게 서른 살을 맞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마치 25년에 어지럽고 더럽게 느껴지던 고민들을 깨끗하게 두고 오는 기분이 들었다.
남들처럼 이루고 싶은 목표나 신년 계획을 세우진 않지만 이전보다 조금 더 나은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