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ning glory
‘행복’은 고통이나 근심, 두려움이 없는 상태입니다. 즉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라고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충분한 진실은 아닙니다. 만일 행복이 정말 그런 것이라면 누가 이 땅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요? 누구도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고통, 근심, 두려움, 슬픔, 공포와 함께 살아가는 게 삶 아닐까요? 이건 사람이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고통, 근심, 두려움, 슬픔, 공포를 초월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제거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서 말하는 행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행복이지, ‘그러므로’의 행복이거나, 조건이 붙는 ‘… 하면’의 행복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므로’의 행복이나 ‘… 하면’의 행복은 이 땅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절망 앞에서 다시 돌아오게 하는 힘은 생명이고 용기이며, 진정한 행복에 대한 기억들입니다.
생명은 왔다가 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늘 보호막처럼 우리 곁을 감싸고 있습니다. 생명은 우리가 믿을 수 있는 힘, 우리를 이끌고 가는 힘, 그래서 고맙게 받아들여야 하는 힘입니다.
생명의 힘은 봄에는 힘차고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다가, 가을이 오고, 겨울이 되면 뒤로 물러서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새봄의 놀라운 등장을 위한 준비일 뿐이죠. 그 누구도 생명의 숨을 막을 수 없습니다. 생명은 강하고, 확고하며, 모든 것을 끌어안아 줍니다. 그래서 생명은 신뢰입니다.
생명은 우리를 다른 모든 사물과 이어줍니다. 그래서 주위의 사물들이 향유하는 삶의 기쁨은 전염되듯 금방 우리에게로 전해집니다. 우리는 공원에서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강아지들을 보며 절로 웃음 짓고, 작은 벌들이 꽃가루를 모으는 모습에 감동하며, 개미떼의 질서 정연한 움직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우리는 작고 하찮아 보이는 생물을 관찰하면서, 식물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흐드러지다가 시드는 모습을 보면서 생명을 경험합니다.
이렇게 생명을 느끼고 꿈을 펼쳐가면서 삶의 행복을 경험하고 싶다면 받아들이고 변해야 합니다. 곧 어울림의 웅장함과 완벽한 분배와 유통, 완성을 위한 차별, 파격과 여유가 생명의 기본 법칙입니다.
생명의 시작과 형성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든, 그 생명에 어떤 이름을 붙이든, 개인적으로 생명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하든 간에, 생명은 가장 위대하고 매혹적이며 불가사의한 현상입니다. 생명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내면으로 느끼게 된다면, 그것은 일생일대 최고의 경험이 되는 순간입니다.
당신은 어디쯤 와 계신가요?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인생의 처음과 끝을 그려 놓고 자신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위치가 인생의 극점입니다.
“어린아이가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본 사람은 삶의 전부를 본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크리스티앙 보뱅은 『고갈 epuisement』에서 적어 두었습니다. 그는 시를 통해 가장 단순한 것에도 신의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를테면 어린아이의 웃음, 얼굴에 팬 주름살, 날아가는 잠자리, 밑 둥만 남은 참나무 등에서도 말입니다.
가장 평범한 것들조차 그 안에 신의 발자취가 담겨 있는데, 어떻게 인생을 신뢰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삶에 대한 신뢰는, 실력을 쌓아 올리는 것과 반대인 ‘내려놓음’에 가까울 것입니다. 삶을 신뢰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내려놓는 일이니까요.
자기다움을 지켜주기 위해 우리는 4개의 보폭보다도 넓은 징검다리를 놓았습니다. 부요, 통찰, 감동, 기쁨의 울타리 안에서 나를 향한 길이 열리기를 바라봅니다. 표지석도 없는 벌판에서, 부표 없는 망망대해에서 어떤 가치관도 욕망도 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허술한 울타리가 나다움을 찾을 때까지 허술한 돌봄에 간절한 기도를 보태 봅니다.
울타리는 과정의 기다림을 안전하게 도우려는 장치일 수도, 세상의 풍파와 낯선 것들 앞에서도 용기 있게 기다리게 해주는 힘이 됩니다. 견고한 진은 어쩔 수 없는 당신의 표지석과 부표입니다.
세상의 이치는 기다림입니다. 의식의 높음은 의식의 깊이와 닿아 있고, 높아지고자 하는 사람은 낮아져야 합니다. 깊은 맛을 내려면 오래 묵혀야 한다는 것이 삶의 이치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끓이지도 않고 넘치는 세상이 되었기에, 엄혹한 시대에서 모독의 순간은 너무나 많습니다. 존중받는 당신이 그래서 더 많은 존중받아야 할 이들을 살펴주는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당신은 비가 아니라 바다라는 사실을 밝히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