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분명 똑같은 월요일인데 뉴욕과 한국이 주는 월요일의 체감은 상당히 다르다. 이상하게 한국에서는 일하는 기쁨을 못 느끼곤 했다. 영혼이 가출한 상태에서 주간 회의를 마치면 그간 쌓인 메일을 해치우고, 마음에도 없는 일을 위해 무미건조한 하루를 이겨냈다. 뉴욕의 월요일은 선물 같은 날이다. 뉴욕 현대 미술관 모마(The Museum of Modern Art, Moma)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혜택이 이렇게 좋은 일인가. 나는 월요일 아침에 일찍 눈을 뜨면 모마로 향하곤 했다.
월요일 아침은 모마 회원만 프라이빗하게 전시를 즐길 수 있어서 다른 날에 비해 관람객이 현저히 적다. 덕분에 그림 하나하나를 차분하고 깊이 감상할 수 있다. 미술 교과서에서만 보던 명화를 실제로 마주하면 내가 상상했던 그림의 크기보다 훨씬 작다고 느낄 때가 있다.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이 그러했다. 흘러내리는 시계가 24 x 33 cm 캔버스 안에 조그맣게 들어 있는 것을 보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상상을 깨트리는 재미가 있다. 뉴욕의 월요일은 그야말로 예술적이다. 특히 좋아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한주의 시작을 기분 좋게 가꿀 수 있다는 점이 이 도시를 사랑스럽게 한다.
우리는 어느 순간 반복되는 삶, 정신없이 바쁜 삶에 지치게 된다. 마음이 시들고 병나기 전, 취향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가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틈을 낸 시간을 기꺼이 자신에게 선사하는 일은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균형을 맞추는 일이기도 하다.
"언니, 나는 좋아하는 게 없는 것 같아."
나는 J의 말을 들으면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 '좋아한다'는 말의 무게를 묵직하게 받아들이는 그녀가 안타까울 뿐이다.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의 순간들을 마주하면 편할 텐데. 오랜만에 만난 그녀와 한나절을 보냈다. 생각해 보니 그녀가 좋아했던 것들이 내 눈에는 선명하다. 카페테라스에서 만난 골든 레트리버, 매장에 디스플레이되어 있던 심플하지만 디테일이 있는 로퍼, 유모차에 타 있던 동그란 눈을 가진 아기, 재즈까지. 좋아한다는 것은 사실 별게 아닐 수도 있다. 마음의 깊이를 타인과 비교하다 보니 나의 기준을 잃어가는 것뿐이다. 그럴 수 있고, 충분히 자신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
나의 잃어버린 취향은 뉴욕에서 홀로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찾아졌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공원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미술관에 가서 한 명화를 몇 분이고 바라보고, 마트에 가서 색깔별로 잘 쌓아진 과일을 구경하는 것처럼. 월요일 아침이 밝으면 기분 좋게 외친다. "먼데이, 모마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