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에서 무료커피를 마시는 사치
2023년 나는 L백화점 Mvg가 됐다. 한마디로 VIP다. Mvg에 선정되고도 그 뜻을 몰라 사전에 찾아봤다. Most valuable guests. 풀이하자면 초우량고객, 즉 매출을 많이 올려주는 고객이다. 내가 밸류어블 게스트라니. 이 가치의 유효기간은 1년이다.
MVG는 작년 한 해 동안 백화점에서 쓴 매출 기준에 따라 등급이 5개로 나뉜다. 소비금액에 따라 블랙, 퍼플, 오렌지 등 색깔로 구분된다. 나는 아래에서 바로 윗단계인 오렌지다. 혜택은 상시 10% 할인(최대 50만 원 내), 라운지이용가능, 하루 1회 커피 3잔까지 무료, 명절선물, 매거진 구독, 무료주차 3시간 정도다.
들뜬마음으로 주차등록을 위해 백화점 라운지를 찾아갔다. 약간상기됐다. 드라마에서 봤다. 고급진 모피 옷을 입고 사모님이 드나드는 곳 말이다. 내가 백화점 라운지를 갈 수 있다니, 떨렸다. 몇 번을 드나들었는데 3층에 라운지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평생에 백화점 vip가 될 거란 상상을 못 하고 살아온 내게 이런 날이 온건, 작년 이사때문이었다. 어쩌다 생애최초 아파트 분양을 받고, 나는 10년 전 신혼 때도 하지 못한 살림장만에 나선다.
새집에 걸맞은 가전을 구매하려 발품을 팔다 보니, 함께 사면 살수록 싸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비스포크 냉장고 하나로 시작된 품목은, 인덕션과 식기세척기로 이어지고, 세탁기와 건조기, 청소기, 정수기까지 줄줄이 사탕으로 딸려왔다. 7 품목 견적가 1800만 원, 체감가 1070만 원. 이 말인즉 결제는 1800만 원이지만 캐시백과 상품권을 돌려받으면 내가 실제 내는 금액은 1070만 원이란 말이다.
이런 결정에 결정적 역할이바로 백화점 MVG혜택이었다. 평생에 한 번은, 밸류어블 게스트가 될 수 있는 기회! 놓치고 싶지 않았다. 백화점에서 보고, 인터넷으로 사는 ‘백보인사’의 삶을 사는 내겐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다시없을 기회였다.
그렇게 나는 새집으로 이사 왔고, 새 가전을 쓰며 나날이 높아가는 이자를 감당해 내며, 백화점에 무료(?)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됐다. 농담 삼아 앞으로 브런치는 오렌지라운지에서 써야겠다고 배우자에게 말했다.
나는 올 한 해 1년을 야무지게 밸류어블 게스트가 아닌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무리해서’ 소비한 결과를 마주하니, 즐거움과 행복이 아닌 그저 책임과 부담만 남는다는 걸 작년에도 모르지 않았다. 알고도 한 선택의 결과는 더욱 진명 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나는 더욱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 스스로 빛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런 부담을 갖고 한번 살아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