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높여부르는 말, 선생님

그렇다고 높아지는건 아니다

by 온져니
선생님, 안녕하세요? 최근에 내신
책을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프리한 프리랜서가 광고면 어때? 일단 수신전화는 뭐든 받고 보자 태세였는데 그 와중에도 목소리를 가다듬은 걸 보면 얼마 전 낸 첫 책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심 반응을 기대했던 거겠지.


발신자는 출판사 편집자였다. 진중한 남자사람의 목소리가 달려들었다. 나는 그때 첫 책을 계약해준 출판사를 향해 엎드려 절 올리며, 온라인 서점에 올라온 신간을 하루에도 수십 번 검색하던 무명신인 작가였다. 지금도 무명이란 수식어는 그대로다.


한 번의 첫 경험으로 편집자와 작가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긴 모자랐던 때다. 그런 어리벙벙 작가에게 ‘선생님‘이란 칭호는 꽤 낯 뜨겁고 간지럽기만 한 단어였다. 그런데 싫지 않았다.


선생님 혹시 계획된 다음 책이 있으실까요?

연락을 준 것만으로 감읍할 지경인데, 선생님이라 불러줬고, 내 계획을 물어봐줬고, 없다면 당장 다음 책을 계약할 것 같은 ‘진지함’을 나는 몇 마디에서 분명 느꼈다. 어쩌면 다시없을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절박함이 만든 꿈일지도 모르겠지만.


이후 내가 두 번째 책을 출간한 건 편집자의 확신에 찬 한 마디 때문이었다.


이 책은 선생님의 레퍼런스가 될 겁니다.


사실 그땐 편집자가 한 말의 의미도 제대로 몰랐다. 그저 새로운 기회가 왔음에 흥분했고, 선생님이란 단어에 혹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여섯 권의 책을 낸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선생님이란 호칭은 사전의 의미처럼 남을 높여 부르는 말, 어지간히 나이가 든 사람을 대접하여 부르는 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


돌이켜보니 편집자와 작가의 관계는 사랑에 빠진 연인이었다가 더 이상 뒤집어 까놓을 속이 없을 몇십 년짜리 부부였다가, 결국은 품고 보듬는 그런 사이어야 했음을 자조한다. 가슴을 뛰게 하고, 밤새 문장을 고민하게 만들며, 그렇게 술잔을 기울이는 다소 낭만적인 그런 편집자를 만나고 싶다. 물론 편집자에게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가가 되는 것이 먼저겠지만.


미완성의 작가에게 한줄기 빛을 널어주는 그런 사람 어디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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