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티(T) 주세요

처음 접하는 주문의 세계.

by 온져니

일요일 오전, 스타벅스 카페 2층에서 글을 쓰고 있었다. 출출해진 배를 채우려 사이렌 오더로 샌드위치를 주문할까 하다가, 컴퓨터를 오래 쳐다본 눈을 쉬게 해 줄 겸 1층 카운터로 내려갔다. 주말이라 이미 만석, 테이크아웃 대기 손님도 꽤 많았다.


1층은 인근 예식장의 예식이 끝났는지 정장 차림의 손님도 여럿 있었다. 치킨 치아바타를 하나 집어 들고 카운터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앞에 선 남자 두 분의 눈동자가 꽤 방황한다. 흘끗 보니 휴대폰은 이벤트로 당첨된 커피쿠폰 바코드를 띄우고 있었다.


남자: 커피하나 주문하려고요

점원: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남자: 아메리카노 티 두 잔이요.

점원: 톨사이즈 말씀이세요?

남자: ...

별다른 대답도 하지 않은 남자는 사이즈에 대한 애초의 선택사항은 없어 보였다.


점원: 아이스로 하시겠어요?

남자: 아이스로 먹을래 아니면 따뜻한 거로 먹을래?

남자 2 : 너는 뭐 먹을 건데?

남자: 아이스로 먹지 뭐. 아이스로 2개 주세요.

점원: 여기 바코드 찍어주세요


말을 마친 파트너는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느라 자리를 비웠고, 남자는 생전 처음 찍어보는 듯한 제스처로 띡 바코드 하나를 인식시켰다. 두 번째 화면을 넘겨 다시 방황하는 눈빛. 내가 한 번 더 갖다 대시면 된다고 말하자 이내 리더기에 바코드를 읽힌다.


남자: 신기한 세상이네.

점원: 드시고 가세요?

남자 2: 자리가 꽉 차서 앉아서 먹을 데가 없더라고요. 그냥 가져갈게요.

점원: 주문이 밀려서 15분 정도 걸릴 예정입니다.

남자 2: 아예 예. 아무 상관없습니다. 괜찮습니다.

점원: 일회용 컵으로는 매장 안에서 시식하실 수 없어요.

남자: 네네네. 알겠습니다.



연이어 치아바타의 계산도 빠르게 끝난 나는 두 남자의 픽업까진 바라보지 못했지만, 두 남자가 경험한 첫 스타벅스의 세계는 지금까지 쓰던 글의 창을 내리고 브런치를 켜게 만들었다.


그 흔한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사용'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새롭고 낯선 세계로 들어오는 것임을. 나는 두 남자의 표정, 행동, 말투 등의 모든 것에서 분명 생에 첫 경험이라 단정을 수 있었다. 낯선 국가를 여행하며, 그 나라의 언어로 적힌 메뉴판을 들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나오기만을 바랬던 내 모습처럼.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세상을 열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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