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것도 하셔야 자식맘이 편하지
나는 엄마와 자주 통화를 하면서도
아빠는 한 달에 한번 정도도 가까스로 하게 된다.
엄마는 전후 상황을 다 알기도 하고, '척하면 탁' 잘 알아들으시니 편한 게 있다.
또 엄마한테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레 아빠한테도 전달될 거라 생각하는 탓이다.
간혹 가다 아빠가 나의 상황을,
이번주말엔 아이들 데리고 고향집으로 내려간다는 일정을 전혀 모르고 계실 때면
두 분이 따로 사는 게 아니냐며 농담처럼 흘리기도 했다.
어버이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기차표 끊으려는데, 주말에 시간 어떠세요?"
"됐어. 뭘 수고스럽게 오려고 해."
마침 토요일에 다른 일정이 있으셔서 오지 말라 신다.
차비도 들고, 애들 다 데리고 오려면 힘도 들고,
조만간 시간 내어 올라갈 테니 수고할 생각일랑 마라는.
작년에도 시댁 챙기느라 못 찾아뵙고,
올해는 지난주에 먼저 시댁을 다녀와서
꼭 가고 싶다 전해도 한사코 말리신다.
우리는 자식생각뿐인 부모 덕분에
어버이날 축하도 제대로 못 드리는 처지가 됐다.
"받는 것도 하셔야 자식 맘이 편하지..."
볼멘소리를 끝끝내 해버렸다.
못 찾아뵙는 게 맘에 걸려 엄마에겐 미스트 두 병을 선물로 보냈더니
"쓰던 거 펌프해도 안 나오는 걸 어찌 알았냐"며 마냥 좋아하신다.
어찌 알긴, 떨어져도 안 사는 걸 뻔히 아니까 한 거지.
아빠에게 여쭸다. 뭐 필요한 거 없으시냐고.
다른 건 됐고, 저번에 사준 염색약 하나만 더 보내달라셨다. 많이는 말고.
약국에서 사면 만원인데, 인터넷으로 사면 6천 원 밖에 안 한다고
타박 섞으며 보내드린 염색약이었다.
보름만 지나도 흰머리가 빼꼼 세상에 드러난다.
염색약이 한 달도 못 견디는 그 세월을 살고 계신 아빠.
검은 머리 젊은 시절 키우느라, 살아내느라, 파뿌리 되도록 살아가느라
여전히 애쓰는 우리 아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염색약을 보내드린다.
사랑해요. 아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