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기 전 액자를 사야지
내 집 마련 후(은행이 대신 구매해준) 액자 하나를 벽에 걸고 싶어 <오늘의 집>을 들락거렸다.
이제 마음껏 벽에 못질을 해도 된다. 온 집안을 화사하게 밝힐 인테리어 포스터 후보를 신중하게 골랐다.
새하얀 거실 벽도 괜찮지만, 그림 하나로 잠자는 감수성을 깨울 수 있다면 하나쯤은 괜찮을 거 같았다.
액자 구독 사이트에도 몇 번 문을 두드리다 월 99,000원이 부담으로 다가와 마음을 접은 상태였다.
추상 화풍의 최종 후보를 누르고 마침내 고른 포스터는 <German Window>라는 제목의 창문 풍경이다.
상품 제목에서 보건대 아마 독일 어느 시골마을의 집에서 정원을 바라본 풍경 같았다.(실제 독일이 아니라 남해 독일마을에서 촬영이나 했을까 싶긴 한데, 어쩌면 셔터 스톡의 이미지일지도.)
나무창 프레임이 포스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창밖으로 오후 3-4시쯤 되는 빛이 스며들고 있다.
창틀엔 작은 화분이 놓여있다. 창틀 아래로 흰색 라디에이터가 있고 창밖은 무성한 초록의 나뭇잎 풍경이다.
조금 있음 가을이 올 모양이다. 잎사귀가 살짝 노랗고, 문득 애처롭다. 흰색 나무의자가 창 앞에 있는데 아마도 풍경을 좋아하는 집주인의 것이겠지.
장바구니에 담긴 '독일 창문'을 결제하는 데만도 며칠 더 걸렸다. 기쁨은 물건을 들이는 그 순간뿐이란 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사하며 정리하고 버린 짐들을 생각하면 새로 물건을 산다는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또 한 번 나의 당근 판매 리스트에 오르지 않기 위해 부단히 마음을 체크한 결과, 낙찰.
19,900원을 주고 독일 창문을 샀다. 예정대로라면 이틀 후 집안 어딘가에 걸린다.
배송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배송 중이란 메시지를 받는 저녁은 온통 어디에 창문을 낼지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복도에 걸고 현관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독일로 초대할 것인가. 거실 스탠드 뒤로 창을 하나 낼 것인가.
부엌 작은 창 옆으로 파릇한 나무를 매일 바라볼 것인가. 배송 완료 메시지 확인 후, 다음날 저녁이 되어도 도착하지 않았다. 독일 창문이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지? 실수로 다른 집에 갔나 하고 배송 완료 사진을 확인한 순간 익숙한 대문 사진이 눈에 온다. 이사 오기 전 집으로 간 것.
행여 다른 사람이 집어갈까 나는 한달음에 차를 타고 달려갔다. 1시간 후 드디어 만난 독일 창문. 포스터는 집안 곳곳을 누비벼 정착을 못하고 있다. 마음이 갈팡질팡 해서다. 막상 집안과 어울리지도 않는다. 마스킹 테이프는 인화지 무게를 버텨내지 못하고, 포스터는 자꾸 벽에서 탈출한다. 험난하다. 새로운 집,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내 모습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