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rning by doing
“혹시 도시에서 길을 잃어본 적이 있으세요? 내가 어딜 가야 할지 모르고, 그래서 미친 듯이 돌아다녔더니 그 도시를 잘 알게 되는. 길을 잃어본 순간, 머릿속에 지도를 얻게 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인생에서 자기만의 지도를 그려야 합니다. 그리고 길을 잃어야 자기만의 지도를 그릴 수 있습니다.”
집 앞 수푸르지 도서관에서 우연히 꺼내든 책에서 발견한 글귀다.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가 튀르기예에 학회초청을 받고, 발표장을 그 어디에서도 찾지 못해 4-5시간을 미친 듯이 도시를 헤맨 일화가 나온다. 학회장은 도시 테키르다 ‘어딘가’인데, 지금 우리나라로 치면 일산정도의 크기라 사실 미리 장소를 알지 않으면 찾기 불가능한 ‘어딘가’ 였던 것.
당시를 회고하며 “차로 테키르다를 돌아다니는 네 시간 동안 ‘아, 나는 학계에서 매장되는 것인가’, ‘다시 터키에 입국할 수 있을까’, ‘너무 미안하다’”라며 온갖 생각을 다 했다는 내용이 재밌다. 이후는 어떻게 됐을까? 그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호텔에 들어가 잠이 들고, 다음날 제일 좋은 산책로를 걷고, 제일 좋은 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바다를 걷고 산도 탔단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이스탄불로 돌아왔다. 전날 도시 구석구석을 미친 듯이 돌아다닌 결과다. 도시의 진짜 좋은 곳을 알게 된 것.
정재승 교수는 ‘당신의 선택, 믿을 만한가요?’라는 강연에서 적극적으로 방황하는 기술에 대해 얘기한다. 우리 모두 나름대로 머릿속에 지도를 그려보는 거다. 수많은 시도를 겁내지 않고, 때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귀찮게 하고, 직접 여행하고,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면서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전체적인 지도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잘된 선택’이 가능하고, 또 자기분야에서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
결국 학회는 어디서 열렸을까? 너무 궁금했지만 아직도 미지수다. 추후 인터넷에 들어가 봐도 어디인지 쓰여 있지 않았단다. 주최 측에 이메일을 보내서 도대체 어디서 열렸고 왜 안 가르쳐줬는지 무서워서 확인해보지 않았단다.
나도 용기를 내어 다시 한 번 길을 잃어버린 참이다. ‘마시멜로 챌린지(marshmallow challenge)’에서 유치원생이 MBA학생보다 높이 마시멜로를 쌓은 것처럼 실행을 통한 배우기(learning by doing)를 실천해봐야겠다. 인간이 원래 그런 방식으로 세상을 배웠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