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밤의 이사를 택한 이유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골목에 울려 퍼졌다.
양은냄비와 가재도구, 신발 두 켤레를 담은 옷상자.
누가 훔쳐가도 아깝지 않은,
엿이나 바꿔먹을까 싶은 낡은 살림들을
겨우 굴러가는 리어카에 싣고 고무 바로 단단히 동여 멘 뒤
남자와 여자는 어두컴컴한 길을 달린다.
모두가 잠든 ‘까만 밤의 이사’를 택한 건
보잘것없는 살림살이를 들키고 싶지 않은 마지막 자존심 때문이었다.
자는 아이를 둘러업고
이 둘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세 식구의 목적지는 과연 있었을까.
오늘 밤은 잘 곳이 있더라도
차디찬 방이었을 테고,
어쩌면 너무 지친 나머지
뜬 눈으로 지새웠을지 모른다.
우연히 내 방 책장 요리책에서 발견한
한 통의 편지에는 덕지덕지 가난이 붙어 있었다.
어디에다 하소연할 데가 없어 삶을 토해내듯 쉬지 않고 써내려 간 듯했다.
아마 글을 쓰고 수년이 흘러 그곳에 넣어둔 걸 잊었겠지. 여자는 나의 엄마였고, 잠든 아이는 나였다.
나는 행여 들킬세라 이불을 뒤집어쓰고 읽다가 눈물을 훔치고,
또다시 넣어뒀다가 오롯이 집에 홀로 남아 있을 때 다시 꺼내어 읽곤 했다.
내가 일기처럼 쓴 편지를 읽었다는 건 십수 년이 흐른 지금도 비밀로 하고 있다.
성실로 일궈온 부모의 삶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나에게 "딸, 돈 좀 있을까" 란 말이
얼마나 꺼내기 힘든지, 시집간 고명딸에게 겨우 건넨 그 말은
엄마에게 칠흑 같은 그 날밤보다 더 수치스럽고 힘에 겨웠을지 나는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다.
하나 문제는 도와 드릴 수 없는 내 형편이었다.
두 딸을 키우며 알뜰살뜰히 삶을 꾸려가고 있는 내게
부모의 여전한 '가난'은 새로운 '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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