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달래며 산다.

by 빈들


난 불안이 높다. 남들은 대수롭지 않을 일이 내겐 안 그렇다. 예정에 없는 일에 쉽게 당황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한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다양한 소재로 근심을 이어간다. 내 안에 불안이 가 불쑥불쑥 나타난다. 말썽을 일으킨다. 이 녀석이 싫다.


예민할 필요 없다. 그때 가봐야지 안다. 그럼에도 불안을 떨치지 못한다. 막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허무하다. 몰두하느라 신경을 많이 쓴다. 다른 일을 소홀히 한다. 시간 낭비이다. 돌이킬 수 없다. 쓸데없이 날린다. 안 그러기로 약속한다. 얼마 안 가 또 반복한다.


허둥지둥 된다. 긴장한다. 얼굴이 굳는다. 불편한 감정이 올라온다. 불안이 가 얼굴을 드러낸다. 이 녀석을 없애려고 노력한다. 돌려보내야 한다. 없으면 편안해진다. 보통은 못 나오게 억누른다. 애써 괜찮은 척한다. 억지로 평안하려고 한다. 진이 빠진다. 축 쳐진다.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한다. 예측 불가한 일이 연달아 일어난다.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 이랬으면 좋겠는데 저런 일이 일어난다. 아무 일 없다가도 새로운 사건이 치고 들어온다. 정신이 없다. 마음을 흐트러뜨린다. 흔들린 만큼 상처가 난다.


흉터를 남긴다. 고통이 오래간다. 흔들릴 때마다 욱신욱신하다. 상처 자국이 울퉁불퉁 움직인다. 내 마음도 덩달아 흔들린다. 상처받은 그때로 돌아간다. 잔뜩 움츠러든 나를 만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못 견딘다. 다시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과거는 과거다. 지금은 지금이다. 둘은 다르다. 같은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날과 헤어져야 한다. 벗어나려 한다. 발버둥 치지만 제자리이다. 한쪽 다리만 묶여있다.


좋은 시절이 더 많다. 불행한 시간은 일부이다. 산 날 중 나쁜 날은 찰나이다. 행복한 시간은 잘 기억 못 한다. 당연한 일상이라고 여긴다. 반대인 경우만 기억에 남긴다. 몇 안 되는 과거 때문에 현재를 못 산다. 지금도 잘 못 지낸다. 비효율적이다. 짧은 삶에 억울한 일이다.


좋았던 때를 기억한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안 떠오르면 핸드폰 사진첩을 연다. 썼던 글을 다시 읽는다. 그 순간 함께 있었던 사람들과 이야기한다. 생각난다.


흐릿한 추억이 선명해진다. 오감에 집중한다. 감각이 살아날수록 그 시간과 장소에 다가간다. 그 어느 것보다 강렬하다. 잠시 여행을 다녀온다. 짧은 외출은 보통 웃으며 끝난다. 마음이 잠잠해진다. 말랑말랑한 희망이 피어오른다. 아쉬워 다음을 기약한다. 불안이 가 돌아간다.


불안이 나쁘지 않을 때도 있다. 미리 준비한다. 최악인 상황을 대비한다. 스트레스받지 않게 미리 피한다. 가장 평안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가끔 도움이 된다.


일 할 때 고비가 있다.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마음이 조급하다. 수명이 단축되는 기분이다. 괴롭지만 해야 한다. 결국 해낸다. 다시 맞닥뜨리고 싶지 않다. 2중, 3중으로 대안을 마련한다.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덜 당황스럽게 만든다. 일찍 조치할 수 있게 한다. 준비에 준비를 더한다. 불안 이를 미리 잠재 울 몸부림이다. 효과가 있다. 그나마 한 번이라도 덜 본다.


오늘도 불안이 가 찾아온다. 일부러 외면한다.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린다. 어제와 다른 오늘임을 상기한다. 고통은 반복되지 않는다고 되뇐다. 좋은 날이 더 많았음을 잊지 않는다. 마음을 다독인다. 말썽쟁이만은 아니다. 잘 다루면 쓸만하다. 버릴 수 없다. 결국 내 거다. 달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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