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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원 Aug 31. 2024

KBO 신인, 올해도 10명 중 1명의 이름만 불린다

시작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


2025 KBO 신인드래프트가 9월 11일에 열린다. 역대 최고의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 리그의 10개 구단이 미래를 이끌 신인을 뽑는 자리다.


드래프트는 1라운드부터 11라운드까지 진행된다. 각 라운드에선 전년도 리그 최종 순위의 최하위부터 최상위 순으로 지명한다. 그러니까 2023년 시즌의 10위 팀이 가장 먼저 지명하고, 9위 팀, 8위 팀 순으로 이어가는 식이다. 지난해 우승한 LG트윈스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가장 마지막인 10순위로 선수를 뽑는다.


결국 시즌 중 하위권에 머물며 아쉬운 성적을 기록한다고 해도, 그다음 해 우선순위 지명권을 얻는다는 이익이 있다. 최고의 신인이라 평가받는 투수 김택연 선수가 바로 그런 사례다. 2022년 시즌 9위에 머물렀던 두산은 2023년 2순위 지명권을 얻었는데, 이때 김택연이라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야구팬들은 이미 드래프트 '모의 지명'을 하며 예측 결과를 내놓고 있다. 유튜브엔 이번 드래프트 관전 포인트를 다룬 영상도 많이 올라와있다. 연일 기사도 쏟아진다. 야구를 모르고 살던 지난 세월에선 듣도 보도 못했던 이 신인드래프트가 얼마나 중요한 지 이제 안다. 팀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 좌완 투수 손주영 선수를 보면 다시 실감한다. 2017년 신인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부상이 겹쳐 빛을 보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올해 제대로 터져 LG의 '1선발 같은 5선발'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2017 시즌 LG트윈스의 신인투수 소개영상에 나온 손주영 선수 (화면 출처: 유튜브 LGTWINSTV)


신인드래프트에선 10명씩 11라운드, 총 110명만 프로에 입단하게 된다. 그중 가장 먼저 뽑히는 '전체 1번' 선수에겐 그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지난해엔 장충고 출신 황준서 선수가 1라운드 1번으로 한화이글스에 지명됐다.


경쟁률은 10대 1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1083명이 지원해 110명이 뽑혔다고 한다. 수많은 고등학교와 대학교 졸업 예정자들 가운데 10%만 선택받는 자리다.


선택받지 못한 선수들은 어디로 갈까.


일단 대부분 대학으로 진학한다. 예를 들어 현재 리그 출루율 1위인 LG 외야수 홍창기 선수는 안산공고 재학 중 참가한 신인드래프트에선 지명되지 못했는데, 건국대에 다니던 2016년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선 LG의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2016 신인 드래프트에서 LG가 지명한 홍창기 선수. (화면 출처: 유튜브 golsu_twins_archive)


혹은 육성선수로 팀에 입단할 수도 있다. 정식 선수로 등록되진 않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경우 팀에서 계약한 선수를 말한다. 신분도 불확실하고 연봉도 적지만, 기량을 끌어올려 실력을 인정받으면 정식 선수가 될 수도 있다는 기회가 남아있다.


LG트윈스 현재 주전 중에도 육성선수 출신이 있는데 김현수, 박해민, 그리고 신민재 선수가 그렇다. 히 요즘 신민재 선수는 LG 팬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LG의 취약점이었던 2루수 자리를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채워준 데다 도루에 타격까지 되니 보배가 따로 없다. 최근엔 데뷔 첫 시즌 100안타를 기록했다.


신민재 선수 같은 육성선수 출신 주전들 이름 옆엔 종종 '신화'라는 말이 붙는다. 그만큼 이름 석 자를 알리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110명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도 프로야구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은데, 선택받지 못한 자리에서 시작해 주전이 된다는 건 어렴풋이 생각해 봐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다만 계속 일어는 난다. 시작은 불완전했어도 끝내 가치를 증명해 내는 사례는 부족하지만은 않다.


신민재 선수를 다룬 기사들


보름도 남지 않은 이번 신인드래프트에서도 10명 중 9명은 이름이 불리지 않는다. 누군가 화려한 출발을 할 때 누군가는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시작이 전부는 아니다. 2025 신인드래프트는 나중에 어떻게 평가될지, 몇 년 뒤 어떤 이름이 회자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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