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s라는 이름처럼
지난주 LG는 KIA에게 스윕패했다. 뜨거울 대로 뜨거워진 KBO 열기 속에서 열린 1, 2위의 경기라 관심이 높았다. LG는 첫 날엔 내내 이기다가 9회에 역전패를 당했고, 둘째 날엔 14실점을 했다. 셋째 날엔 1점도 내지 못하고 졌다. 경기 내용 자체가 3일 내내 속이 쓰렸고, 이번 시리즈를 계기로 LG의 순위도 바뀌었다. 여러모로 팬들에겐 야속한 주말이었다.
다만 인상 깊게 남은 장면이 하나 있다. 3연전의 두 번째 날인 8월 17일 토요일 경기였다.
9명의 선발 타자 중 9번은 송찬의 선수였다. 이번 시리즈를 위해 2군에서 1군으로 콜업됐고 이날 지명타자로 나섰다. 나머지 1번부터 8번은 매번 출전하는 확실한 주전들이었다.
아쉽게도 모든 타선이 조용했다. 7회가 끝날 때 점수는 이미 11대 2였다. 남은 공격은 딱 두 번. 희망회로를 빠르게 돌려 머릿 속에선 만루홈런을 두 번 때려봤는데도 여전히 역전할 수 없는 점수 차. 물론 가끔 큰 점수차를 뒤집는 명경기가 나오긴 하지만 가능성은 아주 작으니 이젠 그저 생각을 비우고 보는 쪽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8회 초에 KIA는 3점을 더 냈다. 점수는 14대 2로 벌어졌다.
애써 마음을 비운 8회 말, LG 공격에서 예상치 못한 무사만루가 만들어졌다. 1, 2루 상황에서 나온 '대주자' 최승민 선수가 볼넷으로 기어코 출루했다. 주로 1루 주자와 교체돼 도루 시도를 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번엔 타석에서 직접 걸어 나갔다. 그리곤 이례적 선발이었던 송찬의 선수가 희생플라이로 1점을 냈다. 이어서 나온 최원영 선수는 아쉽게 아웃됐지만, 공을 계속 끊어내고 풀카운트까지 끌고가며 끈질긴 승부를 보여줬다. 그리고 9회 말엔 대주자 이영빈 선수가 안타를 쳐 1점을 추가했다.
8번 최승민-9번 송찬의-1번 최원영까지 이어지는 이 색다른 라인업은 애초에 패색이 짙었던 경기에 그나마 작게나마 불을 붙였다. 평소엔 2군에서 훈련하는 이런 선수들은 가끔씩 1군에 '후보 야수'로 콜업되는데 그마저 대주자로 투입되곤 한다. 팀이 크게 이기거나 지고 있을 때만 얼굴을 비춘다. 경험을 쌓는 차원에서 경기에 중간에 내보내는 건데, 자연스레 접전 상황에선 보기 힘들다.
타석에 설 기회가 많지 않으니 자신을 증명할 기회도 넉넉지 않다. 때때로 찾아오는 기회의 순간에 제 몫을 해내야만 이름이 기억된다. 그리고 머지않아 다시 라인업에선 말소되고, 또 언젠가 등록된다.
팬들은 그들의 간절함을 얘기하고, 다가올 어떤 '미래'의 시작을 응원한다. 야구의 2군 리그엔 퓨처스(FUTURES)라는 이름이 붙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