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대체 뭐길래
일부러 찾아본 건 아니었다.
여느 때처럼 소파에 기대 유튜브 앱을 열었는데 맨 먼저 영상이 떴다. 한화이글스 유튜브인 Eagles TV 채널에서 올린 정우람 선수의 은퇴식 촬영본이었다. 한화팬도 아니고 이 채널을 구독하고 있던 것도 아닌데, 워낙 야구 영상을 많이 보다 보니 알고리즘이 이번엔 여기로 끌어왔나 싶었다.
정우람 선수를 잘 아는 건 아니었다. 이제 겨우 야구 2년 차 팬이라, 타 팀 선수층에 관해선 지식이 얕다. 그런데 그냥 영상이 궁금해 눌렀고, 그 길로 1시간 17분 1초짜리 영상을 끝까지 봤다. 한 장면도 스킵하지 않았다. 처음엔 휴대폰으로 보다가 이내 TV로 연결해 큰 화면으로 봤다. 중간에 편의점 와인 한 병을 열어 한 잔 따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한 사람의 선수로서의 마지막을 성심성의껏 안녕하기 위해 구단과 선수들, 그리고 팬들이 함께 만든 이 기념식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정우람 선수가 눈물을 참으며 팬들에게 건넨 말들, 그리고 그때 선수의 눈빛과 표정이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대전엔 성심당, 그리고 또 뭐가 유명하냐고. 그때마다 저는 대전의 최고 명물은 우리 한화이글스 팬분들이라고 말해왔습니다.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최고의 팬덤인 여러분은 저희 선수들의 자부심이자 사시사철 굳건한 소나무였습니다."
팬으로서 선수들을 응원하다 보면 가끔 궁금해질 때가 있다. 선수들에게 팬은 어떤 존재일까. 이 단단한 지지가 그들에겐 정말 닿고 있을까. 목청 터져라 외치는 이 응원이 정말 힘이 될까, 같은 것들. 내가 선수가 아니고서야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 답을 꼭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가끔 머릿속을 지나는 생각들. 그런데 이번 정우람 선수의 저 말에서 어느 정도 대답을 듣는 기분이었다.
야구장을 가득 채운 팬들의 얼굴은 많이 슬퍼 보였다. 정우람 선수가 이날까지 통산 1005경기를 출전했다고 하니, 그 긴 시간 속에 팬들 각자의 기억과 추억이 녹아있을 테다. 지도자로서 계속 야구계에 남아있을 순 있겠지만 그라운드에서 선수를 보는 건 마지막이니 무척 아쉽고 헛헛할 것 같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선수들의 마지막 순간에 나도 같은 표정이겠지. 야구는 정말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