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KBO의 마지막 1점대 평균자책점

류현진의 1.82가 의미하는 것

by 야원

야알못 시절, 내게 야구 용어는 두 가지 분류로 나뉘었다. 대충 무슨 뜻인지 짐작은 가는 쪽과, 전혀 짐작도 안 되는 쪽. 전자로는 타율, 출루율, 볼넷 따위가 있었다.


평균자책점은 완벽한 후자였다.


국어사전에서 자책이란 '자신의 결함이나 잘못에 대하여 스스로 깊이 뉘우치고 자신을 책망함'이란 뜻이다. 일단 평균이란 말이 자책이란 말 옆에 붙는 것도 어색하다. 투수의 지표인 줄도 몰랐다. 축구에선 그나마 자책골이란 직관적인 말이 있으니, 야구에서도 뭔가 집을 잘못 찾아가는(?) 방식의 실수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야구 용어가 처음에 어려운 건, 검색해도 뜻이 이해가 잘 안 된다.


평균자책점 (ERA/ Earned Run Average)

:투수가 한 경기당 허용하는 점수의 평균적 수치.

자책점의 합을, 던진 횟수로 나누어, 9를 곱한 값.


그렇다면 자책점은 무언인가.


자책점: 투수가 데드볼, 안타 따위로 상대편에 준 점수.


결론은,

한 투수가 9이닝을 던진다고 가정할 때, 얼마나 적은 점수를 내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낮을수록 좋다.


중요한 건 평균자책점을 계산할 때는 이름처럼 실점이 아닌 '자책점'만 본다는 거다.

전체 실점에서 야수들의 실책이나 포수의 포일(공 잡기 실패)로 인해 내준 점수는 제외한다. 실제 게임 상황에서 야수의 실책 여부와, 후속 상황에 따라 자책점 반영 여부가 갈린다.


결국 평균자책점은 투수의 역량으로 만들어내는 기록이며 그만큼 투수의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준이다.


이제 남은 건 계산이다. 공식은 이렇다.

평균자책점 = {(총 자책점) x 9} ÷ (등판 이닝수)


류현진 얘기까지 서론이 길었다.


2010년 한화 류현진 선수의 실제 성적을 토대로 계산해 보면.

192와 2/3 이닝을 등판하는 동안

39점의 자책점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 {( 39 ) x 9} ÷ (192.67) = 1.82 가 나온다.(소수점 아래 둘째 자리까지 표시)

입이 떡 벌어지는 성적이다.


아니나 다를까 류현진의 저 성적은 KBO리그 마지막 1점대 평균자책점이라고 한다.


1.82라는 기록은 하나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1점대 평균자책점은 KBO 출범 후 42년 동안 딱 26명인데, 특히 2000년대 들어선 류현진의 저 기록이 유일하다.


기록이 깨질 뻔한 적은 몇 번 있었다. SSG랜더스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시즌 시작부터 끝까지 1위 유지)을 했던 2022년, 선발 김광현이 1점대를 유지하다 최종 ERA 2.19로 시즌을 마쳤다.


이후 지난해 NC 에릭 페디(현재 MLB 시카고화이트삭스)가 아주 근접하게 기록에 다가섰다. 20승 6패 209 탈삼진을 기록하며 최고의 기량을 뽐냈지만 평균자책점 2.00으로 1점대의 벽을 깨진 못했다. 2024년 시즌,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 중 ERA 1위는 KIA 네일로 2.53을 기록했다.


류현진이 세운 저 깃발이 아직도 견고하다. 매년 수많은 외인 용병 선수들이 KBO를 찾아와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지만 저 1점대의 벽은 아직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리그에서 두각을 내는 선수들이 등장할 때마다 저 1.82가 소환된다. 과연 누가 깰지, 올해는 누가 도전할지 관측하는 식이다.


기록은 언젠가 깨질 테니 그 순간의 주인공은 언제 누가 될지 궁금하다. 수많은 도전을 지켜보는 일도 흥미롭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