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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비군 Jan 01. 2023

2023년

2023년 새해가 밝았다. 2022년은 전쟁, 인플레이션, 판데믹, 기후위기, 재난 등등으로 얼룩진 한 해였지만 인류 역사에 있어서 가장 풍족한,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시대의 한가운데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800년에 약 10억 명이었던 세계인구는 이제 80억 명이 되었다. 전 세계 인구의 평균 수명은 73세까지 늘었으며, 우리나라는 무려 84세에 이르러 일본에 이어 손꼽히는 장수국가에 진입했다. 전 세계 출생률 평균은 2.4명으로 당분간 세계인구는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22년 출생률이 0.8명 이하로 시간이 갈수록 급속히 인구가 줄어들 것이다.


산업혁명 이전 대비 평균온도는 이미 1.2도 상승했으며, 파리협약에서 제시한 1.5도 상승에 도달할 시점이 머지않았다. 우울한 소식이지만 그나마 좋은 소식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도약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IAEA는 2025년에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석탄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고, 태양광 패널은 점점 얇아지고 효율이 높아져 머지않은 미래에 건물 외벽 대부분을 덮을 수 있을 것이다.


인류는 2022년 한 해 350억 톤의 온실가스를 대기 중에 배출했다. 그중 6.2억 톤은 한국에서 배출된 양이다. 좋은 소식은 21년 대비 배출량이 다소(20억 톤)이 줄었다는 것과 점차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없는 경제성장이 가능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인구의 71%는 민주주의가 아닌 국가에서 살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전쟁으로 죽은 사람은 55천 명에 달한다. 하지만 1945년 이후 전쟁으로 인한 절대 사망자 수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인구대비 전쟁 사망자 비중으로 본다면 우리는 정말 유래 없는 평화의 시기를 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은 매년 76만 명에 달하며, 암으로 죽는 사람은 1년에 10.1백만 명 수준이다. 알코올 중독으로 죽는 사람은 2.4백만 명, 흡연으로 죽는 사람은 7.7백만 명 수준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죽는다. 좋은 소식은 영아 사망률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5세 미만의 영아 사망자 수는 2020년 약 5백만 명으로 1990년의 12백만 명 대비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런 여러 가지 통계 수치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걸 체감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결국 '나'라는 자아는 나를 중심으로 한 우주 내부에만 존재하고 있으며 이 특별한 우주는 '나'의 경험과 지식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나'는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울해하지 말자. 적어도 2023년의 '나'는 전쟁이나, 테러, 살인, 폭력 등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거의 0에 수렴하며, 웬만한 병이나 부상은 치료가 가능한 의료 인프라를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가 쌓아온 지식을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또한 안전한 환경에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갈 기회가 있으며, 노력 수준에 따라 필요한 수준의 부를 축적할 수도 있다.




우주적 관점에서 인간은, 생명은 아무 의미가 없지만 무의미 안에서 스스로의 길을 찾고 걸어가는 것은 그래도 꽤 즐거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이건 나 스스로에게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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